눈여겨 본 것은, 사랑의 혹은 애증의 삼각구도가 아니다.
그보다 더 눈에 들어온 것은, 강퍅해져가는 한 사내의 얼굴이었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농장주는 애비를 보며 느낀다. 이 여자와 함께라면, 살 수 있을 것 같다.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다...그는 행복해 보인다. 병약했던 그의 얼굴 위로 생명이 퍼져나간다. 삶을 되찾은 이의 생기...그러나 묘하게 그들 주위를 맴도는 빌로 인해 그의 표정은, 아니 얼굴은 변해간다. 지긋지긋한 메뚜기떼와, 스스로를 갉아먹는 의심과 의혹, 그리고 점차 사실에 접근해 가는 과정을 겪으면서 그의 얼굴은 변한다. 거칠고, 강퍅하고, 찌든 얼굴로.
동화와 같이 끝없이 펼쳐진 들판과, 하늘, 몽롱한 음악 같은 영상 속에서, 이야기는 비극으로 치닫는다.
담담하게, 그것이 동화는 아니지만 비극인지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그들은 제각기 죽어가고,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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