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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리웃의 유일한 스타일리스트가 만든 색다른 성장영화 파이트 클럽
cineseoul2 2004-07-17 오후 4:39:47 4131   [14]

타일러 가라사대

"자기 개발은 자위행위에 불과하다. 어쩌면 자기 파괴만이 삶의 해답일지 모르겠다.오직 폭력이 자기자신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길이며,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버려야 자유를 얻을 수 있다."

너무 극단적이라 어쩐지 쉽게 동의할 수 없을 것 같은데...별 일도 별 탈도 없는 일상에 고급 가구나 광적으로 수집하는 이 시대(자본주의)의 '보통 사람' 잭도 처음에는 이 말을 믿지 않았다. 그러나 그는 결국 이 어록의 충실한 실천자가 된다. '보통 사람'이라니. 감독인 데이빗 핀처가 정의 내린 '보통 사람'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인간은 사냥을 하도록 만들어졌지만 지금 쇼핑을 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죽일 것도 없고, 싸울 것도 없고, 극복해야 할 것도 없고, 탐구해야 할 것도 없는 이런 거세된 세상에서 태어나는 것이 오늘의 "보통사람"이다."
-참고: 데이빗 핀처 인터뷰 전문 보기(film comment)

영화 <파이트 클럽>은 이 '보통 사람' 잭(에드워드 노튼)에 관한 이야기이다. 잭은 자동차 회사 리콜 담당자이며 불면증을 치료하기 위해 의사의 충고에 따라 '거세된 남자들의 모임'에 나간다. 고환암 환자들이 서로를 위로해주며 마음을 달래는 곳에서 그는 형언할 수 없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고, 점점 환자들의 모임에 중독되어 간다. 그는 신체적으로 '정상' 임에도 불구하고 '비정상' 모임에서 위안을 얻는다. 그런 그만의 '평화'가 깨어지는 것은 바로 두 명의 인물이 자신의 삶에 개입하기 때문인데, 우선 그의 유일한 낙인 환자들 모임에 자신처럼 정상이면서 참가하는 여자 말라(헬레나 본햄 카터)가 있다. 잭은 이유없이 말라가 싫다. 추측컨대 그 이유는 말라라는 인물을 통해서 바로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또 한명의 방해꾼 혹은 구원자. 타일러 더든(브래드 피트) 이다. 그는 잭이 만난 '일회용품 중 가장 멋진 친구' 이다. 타일러는 비누 제조 업자이며 낮에는 호텔 서빙일을 하며 밤에는 영사기 필름 작업을 한다. 그는 간이 작은(우리들처럼) 잭과 달리 대담하기 그지 없다. 비누로 폭탄을 만들며, 호텔의 좋은 음식에 오줌을 싸고, 필름작업을 하면서 포르노를 한 장면씩 집어 넣기도 한다. 타일러는 잭이 가지고 있지 않은 모습의 대변체이다. 그는 섹시하고, 거칠며, 당당하고, 폭력적이며 카리스마가 있다. 상상해보라. 내가 가지지 못하고, 불만사항으로만 꼽을 수 있는 사항들을 장점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연 내가 바라는 이상형이 될 수 있을까.

잭의 집이 폭발되고 나서 부터 타일러와의 동거가 시작되고, 둘이서 시작한 싸우기 위한(자유를 얻기 위한) 모임인 "파이트 클럽"은 서서히 커져만 간다. 처음에 평온한 일상에 욕구를 억누르면서 살아가는 잭과 비슷한 '보통사람'들의 내부적 만족감을 위한모임의 성격이 이제는 자신들을 가두고 지배하는 사회를 역으로 공격하기로 결심하면서 일은 더욱 커진다. 자본주의 제도에 충실하고 소비의 중심이 되는 건물들을 폭파하며 그들은 '스스로 세상을 구원한다'고 믿게 된다.

헐리웃 유일의 스타일리스트라고 말할 수 있는 데이빗 핀처는 그의 독특한 영상은 말할 것도 없이 이번에는 사회 비판적 메세지의 강도를 높였다. 자본주의 사회의 소비문화의 무기력한 구성원인 잭이 타일러를 통해 서서히 각성되어 가는 과정에서 보이는 일탈적 행위는 바로 우리들의 안일한 일상에 대한 자극이다. 평소에는 상사의 지시와 모욕에 아무런 항의도 못하던 잭이 나중에 스스로 자해하면서까지 미친 척 상사에게 대어들며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낸다. 그리고, 타일러의 행동은 더욱 인상적이다. 그가 살을 빼기 위해 추출한 지방덩어리를 원료로 고급 비누로 만들어 놓으면 바로 그 지방을 빼낸 부자들이 다시 몸에 바르는 비싼 값의 비누가 되어 팔리는 아이러니는 점잖과 권위의 사회에 대한 반항으로 느껴져 묘한 공감을 얻을 수 있다.

하지만 잘된 일인지 못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데이빗 핀처의 트레이드 마크인 화려하고 매력적인 영상에 빠져 자칫 그 심각한 의도를 놓칠 수도 있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그가 중점을 둔 것은 바로 "의식의 흐름"의 시각적 영상화였다. 영화의 오프닝. 세포들로 보이는 덩어리들이 유영하는 미지의 공간에서 빠져나와 잭의 입에 물려진 총구로 이어지는 카메라의 워크는 바로 잭 또는 우리들이 '공포를 지각하는 과정'을 시각화한 것이다.

마치 롤러 코스터를 탄 듯한 기분이들만큼 속도감있고 감각적인 오프닝을 시작으로 잭이 어떤 상황을 생각하는 순간 바로 스크린으로 옮겨지는 것이다. 가스가 새서 불이 붙는 과정을 설명하는 장면에서는 아예 카메라의 시점이 가스 자체가 되길 원했다고 하며, 30층의 건물에서 지하에 있는 차 안의 폭탄을 연상하는 순간 영화는 우리들에게 바로 건물을 뚫고 내려가 차안의 폭탄을 직접 들여다 볼 수 있게 해 준다. 그리고, 타일러가 영화에 포르노를 삽입시키는 플래쉬 프레임을 설명할 때 필름을 담배불로 구멍낸다고 말하는 순간 우리는 진짜 화면 구석에서 담배자국을 볼 수 있으며, 타일러가 그랬듯이 실제 데이빗 핀처는 마지막 장면에서 우리가 거의 알아볼 수 없도록 남자의 성기가 있는 화면을 플래쉬 프레임으로 삽입해 놓았다고 한다.

전작 <세븐>에서와 마찬가지로 영화 전반적으로 암울하고 음산한 분위기로 가득하며 '파이트 클럽'을 소재로 한 만큼 영화속 폭력은 잔인하고 끔찍하다. 이건 무엇보다 폭력을 과장되지 않고 메마르게 그대로 표현했기 때문인데 영화 전반에 걸쳐 남성적 '아드레날린'이 넘쳐나고 있다. 특히 이 남성미의 상징인 타일러 역의 브래드 피트는 영화속에서 마음껏 자신의 매력을 발산했으며, 잭역을 맡은 에드워드 노튼 또한 그의 농익은 연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이는 두 배우에게서 이런 면을 잘 이끌어낸 감독의 역량이기도 하다.

영화의 마지막 반전은 전혀 기대하지 않은 감독의 선물이자 영화적 교훈의 완성이다. "난 미리 반전을 예상하리라"는 쓸모없는 자신감을 가질 생각은 하지도 말라. 영화의 초반부터 하나 둘씩 단서를 던져가며 반전으로 이끌기 위해 작전을 벌이는 보통의 반전과는 달리 <파이트 클럽>의 반전은 말그대로 '준비되지 않은' 반전이다. 이전 어떤 장면에서도 단서를 주지 않으며, 그 반전이 이전의 모든 과정을 뒤엎는 것도 아니다. 물론 이는 반전의 힘이 약하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 느닷없음에 더욱 놀라움을 느끼게 되는 순수한 반전의 힘을 맛볼 수 있다.

어떤가? <파이트 클럽>에 매력을 느끼시는가? 그렇다면 이 클럽에 가입하기 위한 조건으로 오늘 당신에게 숙제를 내 주겠다. 오늘 아무에게나 당신이 먼저 싸움을 걸어라. 그리고, 막상 싸움을 하면 당신이 져 주어야 한다.
왜 그런 미친 짓을 하냐고? 아직 당신은 <파이트 클럽>에 가입할 자격이 없는 것 같군. 돌아가서 세상에 대한 희망을 완전히 버리고 나서 다시 찾아 오길.


(총 0명 참여)
choijsjs
컴퓨터로 봐서 그런지 몰라도 마지막 성기노출은 정말 충격적... 혼자봐서 다행..   
2006-01-28 03:16
이야 죽인다 글 너무 잘썼다   
2005-02-26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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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트 클럽(1999, Fight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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