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 주의! 스포일러입니다.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이하, 세.중.사) - 스토리를 분석해서 보는 또다른 즐거움
세.중.사는 사랑하는 여주인공(아키)이 백혈병에 걸려 죽는다는 진부한 스토리가 단점이지만, 감성적인 따뜻한 이야기와 다양한 에피소드를 보여주면서 그 단점을 보완해 주는 영화입니다.
또한 이야기에 복선을 깔아놓고 있어서 영화를 보며 복선의 의미를 깨닫는 즐거움을 주고, 인물의 특정 행동들이 중요한 사건들에서 다시 보여주는 방법으로 관객이 인물의 행동을 이해할 수 있도록 해주네요.
이효석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이나 곽재용 감독의 "클래식"을 예로들면, 메밀꽃 필 무렵에서는 허생원과 동이가 왼손잡이라는 것을 묘사해주면서 허생원의 아들이 동이라는 것을 짐작하게 해주거나, 클래식에서는 손예진이 책을 떨어뜨리고 눈앞으로 내려온 머리카락를 입으로 불어 올리는 장면과 이기우와 조승우가 학교에서 이야기를 하는 장면에서 이기우도 마찬가지로 눈앞으로 내려온 머리카락을 입으로 불어 올리는 장면을 보여주면서 손예진이 이기우의 딸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죠.
세.중.사에는 암시의 복선과 행동의 반복을 보여주면서 관객을 납득하게 만드는 복선이 많이 보이더군요.
사쿠타로와 아키의 첫만남은 교장 선생님의 장례식이고, 아키는 교내 연극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역으로 뽑히게 되며, 사쿠타로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여자 친구가 백혈병에 걸렸다는 내용을 보냅니다. 이런 복선에서 사쿠타로와 아키의 사랑은 이루어지지 못하고 아키의 죽음을 알려주죠. 물론, 이것은 관객이 스토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해야되기에 무리없이 알 수 있는 복선입니다.
시게 아저씨는 영화에서 사건들을 관객에게 이야기하고 풀어주는 중요한 인물입니다. 시게 아저씨를 사진관 주인으로 설정한 것은, 신비의 섬에서 발견한 필름을 현상하고 세상의 중심이라는 울룰루 사막에 대한 이야기, 아키와의 추억을 간직할 수 있는 결혼사진을 찍는다는 스토리를 이어가기에도 적합한 인물설정이구요.
시게 아저씨는 죽은 교장 선생님을 사랑했고 그녀의 젊은 시절 사진을 간직하고 있으며, 또한 공동묘지에 있는 그녀의 유골 일부분을 가져와 달라고 사쿠타로와 아키에게 부탁합니다. 이런 행동은 고향으로 간 사쿠타로가 아키의 무덤을 먼저 방문하고 마지막 장면에서는 주머니에서 아키의 유해를 꺼내는 장면으로 풀어져서 사쿠타로가 무덤에서 아키의 유해를 꺼내 간직했다는 것을 관객이 납득할 수 있게 하는 복선이죠.
사쿠타로는 아키가 마지막으로 남긴 테이프를 듣지 않고 있다가 울룰루로 가던중에 듣는데, 자신의 유해를 세상의 중심에 뿌리고 자신과의 슬프고 아름다운 추억은 정리하고 사쿠타로는 새로운 출발을 하라고 이야기하는 녹음 내용을 듣습니다. 이 장면에서 아키의 유해가 사쿠타로에게 없었다면, 또한 아키의 유해를 사쿠타로가 간직한 행동에 대한 복선이 없어서 관객을 납득시킬 수 없었다면 영화는 한순간에 코미디가 되었겠죠.
리츠코는 이삿짐을 꾸리다가 어린 시절에 입었을듯한 작은 크기의 분홍색 가디건을 찾게되고, 주머니에서는 녹음 테이프를 발견합니다. 사쿠타로가 동창인 류의 가게에서 그녀의 행방을 궁금해하다가 TV의 뉴스 화면을 보는데, 아키와 리츠코의 고향인 시코쿠의 공항을 나온 리츠코는 불편한 다리를 이끌고 절뚝거리면서 횡단보도를 건너가다 교통사고가 날뻔하는 아찔한 순간을 보여줍니다. 이 장면들은 사쿠타로와 아키를 이어주는 녹음 테이프가 분홍색 가디건을 입은 어린 리츠코를 통해서 사쿠타로에게 전달되는 장면과 어린 리츠코가 교통사고가 나는 장면을 알려주는 복선이죠.
사쿠타로라는 이름을 가지고 이야기하는 장면은 직장 여상사와 사쿠타로의 대화에서 나오고, 신비의 섬에서 사쿠타로와 아키의 대화장면에서도 반복되어 나오네요. 자신들의 이름에 대해서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일본식 이름이기에 잘 이해는 안되네요. 아마 사쿠타로와 아키라는 이름에도 뭔가 의미가 있지 않을까하는 추측을 해봅니다.
영화의 내용도 좋지만, 영화의 복선을 이해하면서 보는 즐거움도 주는 영화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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