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제목과 자극적인 포스터와는 다르게 내용은 그저 어두웠다.
기대치(!)를 그렇게 주었으니 실망(!)하는 건 당연하지.
그녀는 도망치지 않으면 미칠 것 같은 그런 느낌을 늘 가지고 있다.
터키 출신의 보수적인 가족들로부터, 현실로부터, 그로부터, 그가 없는 곳으로부터, 일상으로부터.
그런데도 쉽사리 완전하게 현실을 등지지는 않고 마약과 쾌락으로 그것들을 순간적으로 잊으려고 한다.
그 순간이 모여서 현실을 만드리라는 기대를 하는걸까.
계속 싫은 것으로부터 도피하는 인생이 행복하면 참 좋을텐데.
여러차례 오랜시간동안 그 생활을 반복한 뒤에 깨달음을 얻은 것일까.
편안해서 지루하게까지 느껴지는 일상으로부터 도피할 수 있는 순간에 그녀는 그 기회를 놓아버린다.
지쳐서 그랬을까.
끊임없이 도망쳐도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나 자신.
요즘 나오는 휴대폰 광고처럼 나에게 착 달라붙은채로 어디로 도망가든지 나를 따라다니는 나 자신.
내가 처한 현실로부터 벗어나면 모든게 좋아질거라는 착각.
그냥 머물러 있으면 지루하고, 지루함을 벗어나면 불안하고.
이래도 저래도 만족할 수 없는 거다. 나 자신이 만족하지 못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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