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주제는 기억을 잃은 남자와 그 기억을 되찾아주기 위한 여자의 사랑이야기다. 영화에 대한 간단한 정보만 읽고서 영화를 판단하는것은 역시 무리가 있는듯하다. 나도 이 영화가 아주 우울하고 침침한 분위기로 몰고 가지 않을까 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밝고 괜찮은 영화였다. 물론 서양인들의 정서가 우리나라 정서와는 안 맞는 부분들이 있어서 좀 이해하기 힘들긴 했지만 나름대로 철학이 있고 위트가 있는 영화인거 같다. 위트라 함은 영화가 진지하게 나가다가도 너무 관객들이 몰입하여 집중하는데 피곤할까봐 한번씩 터트려주는 유머러스함이 담겨있단 뜻이다. 감독 스스로의 의도인지는 잘 모르겠고 그냥 내 생각이다. 관객들의 분위기에 진지한 기운이 뻗쳐있을때마다 그런 웃음을 터지게 하는 장면들이 한번씩 나왔기 때문이다. 또 철학이라 함은 영화 중간중간 나오는 명대사들을 일컫는것이다. 너무 많은 명대사들이 나왔기 때문에 기억하는 용량에 한계가 있었지만 그중 몇개의 인상적인 대사로는 대충 이런 것들이 있다. ''섹스를 하고도 나를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 기억하지 못하는 섹스가 오히려 식상함을 잊게 해주어 새로운 기분을 들게하기 때문에 즐겁다''는 이렌느의 대사와 나중에 그래함이 아들에게 해주는 이야기중 한 철학자가 했다는 4가지 말들이다. 또 미술관에서 노인이 했던 한마디, ''과거를 너무 기억하는건 현재를 살아가기 위해서 좋지 않다''대충 이랬던거 같다. 이 영화에 나오는 그래함은 잘 생겼고 이렌느, 그리고 그래함의 전부인 둘다 이쁘다. 그런데 개인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취향의 얼굴은 그래함의 부인에 더 가깝다. 그리고 그래함의 기억을 되찾아준답시고 옆에 있던 그 친구와 상사, 나쁜 사람들이다. 내가 보기에는...상사는 진정으로 그램함을 사랑하지 않는거 같다. 단순희 놀이대상으로만 여기는것이 아닐까 생각되었다. 친구는 자신 때문에 기억을 잃은 친구에 대한 죄책감도 없어 보이고 그래함의 부인이랑 노닥거리기나 하고...좀 황당하게 느껴지는 부분들도 없잖아 있었다. 그래함 주변의 인물들의 관계가 너무 얽히고 섥혀있었기 때문에 이해하기가 초반에 조금 힘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그래함의 부인이랑 잘돼길 바랬는데 그런 결말이 아니라 조금 아쉽다. 물론 그래함의 기억을 되찾기 위해 전적으로 노력한것은 이렌느이지만...그리고 부인이랑 된다면 이렌느의 상심이 크겠지만 그래도 아쉬운 마음이 드는건 뭘까. 아마도 내 뇌가 어느 정도 상투적이고 보수적인 결말에 알게모르게 주입되어 있었나보다. 조강지처를 버리면 안된다는... 역시 우리나라 사회상에는 이런 급진적인 정서는 안 맞는거 같다. 그렇지만 영화 자체는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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