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를 보기로 마음먹은 건 두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우선은 감독. <네스트>란 액션 영화로 우리에게 첫 선을 보였던 감독은 역시 그 영화 때문에 헐리웃 입성에 성공했습니다. <네스트>는 조금은 별난 액션 영화였어요. 공포 영화의 분위기가 종종 느껴진다는 점에서 그렇고, 프랑스 액션 영화답게 스타일리쉬한 액션을 선보이려 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그러나 헐리웃 영화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그 같은 액션은 생소함을 넘어서 지나친 과장으로 다가갈 가능성 또한 컸습니다. 그리고 실제로도 그랬던 모양입니다. 개봉 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영화 중 하나였으니까요.
두 번째 이유는 브루스 윌리스란 배우 때문입니다. 사실 그는 관객들의 두 손을 번쩍 들게 할만한 위치에서 내려선 배우죠. 하지만 <다이하드>나 TV에서 해 줬던 <블루문 특급>의 그를 기억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브루스 윌리스'란 이름은 결코 폐기처분할 수 없는 저력을 가진 단어 조합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해서 보게 된 이 영화는 과연 어떨까요? 감독은 <네스트>에서 보여줬던 자신의 특기를 고스란히 발휘합니다. 예측 불허의 전개 속에서 긴장감을 적당히 유지시키고, 마스(벤 포스터)라는 캐릭터를 이용해 공포 영화의 분위기를 끌어내어 영화 막판에는 상당히 무시무시한 상황을 스크린에 전개시키기도 합니다.
그러나 그 이상의 무엇을 관객들에게 선사하는 데에는 실패하고 말아요. 마스의 압도적인 인상은 주인공인 제프(브루스 윌리스)를 무색하게 할 정도고, 첫 번째 클라이맥스에서 제프를 아예 들러리로 전락시켜버렸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게다가 신의 구원이나 성녀의 자비심이라도 보여주고 싶었는지 한 캐릭터가 상징적인 모습을 갖춘 채 화면에 잡히는데 이것이 완전히 맥을 끊어버립니다. 긴장감이 최고조로 올라가는 순간 소수의 관객이 헛웃음을 치고 만다면 그 영화는 대중적 '성공'이란 단어와는 손을 잡기가 쉽지 않게 됩니다. 어딘가 부족한 오프닝은 용서할 수 있지만 어딘가 부족한 결말 또는 클라이맥스는 결코 용서하지 않는 존재가 관객들이거든요. 죄의 대가나 구원 또는 회복에 대한 감독의 의도를 이해 못할 바는 아니지만 상황에 걸맞지 않는 이미지 덕택에 영화는 아주 제대로 된 헛발질을 한 번 한 셈입니다. 세부적으론 뛰어나지만 하지 말았어야 할 부분에서 결정적인 실수를 범하는 것을 보니 아무래도 감독이 아직 신인의 티를 깨끗하게 닦아내지는 못한 모양입니다.
마지막으로 브루스 윌리스의 모습을 평하자면, 아주 현실적이고 인간적입니다. 전형적 캐릭터인 마스와 지나치게 비교가 될 정도로 말이에요. 그러나 과거의 유머 감각 넘치고 다소 허풍스런 그의 모습을 볼 거라곤 기대하지 마시길.
더욱 좋은 모습으로 관객들에게 다가설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와 같은 모습에 멈춰선 터라 이래저래 아쉬움이 남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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