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단한 제목이 말해주듯, 이 3D애니메이션은 로봇을 주제로 다루고 있다. 이 애니메이션의 가장 큰 특징은 그동안 늘 엑스트라 급으로 등장했던, 단어 뜻 그대로 인간이 절대로 될 수 없는 철저한 결함을 가진 인조인간에 지나지 않았던 로봇이  작품의 소외된 배역에서 벗어나서 완벽한 주연의 배역을 맡았다는 데 있다.

그동안 영화나 만화 속에서 그려져 왔던 로봇은 인간에 의해서 생명을 부여받고, 인간이 부여하는 속성을 완벽하게 지니고, 인간의 지시사항을 충실하게 따르며, 인간이 정해놓은 규율 속에서 한 치도 벗어날 수 없는 감정 없는 기계에 지나지 않았다.

 인간이 만든 존재물이기에 로봇은 항상 인간의 하위에 놓이거나 인간과 대립하는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 어렸을 때 상상 속으로만 그렸던 로봇이 이제 현실 속에서 구체적인 모습과 틀을 갖추어 가고 있는 연장선상에서 이 작품 로봇은 애니메이션으로 한층 더 업그레이드 된 로봇의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바로 한 세계의 주인공인, 바로 우리 인간과 같은 한 사회의 축소판의 구성원으로서 그들을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감정을 지닌 따뜻한 그들 로봇..... ]

이 작품의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것은 늘 차가운 금속성의 모습만을 취하고 있었던 정형화된 로봇의 모습이 아니라 따뜻한 색감의 옷을 입은 따뜻한 온도의 생명체 로봇이다. 이미 죽어버린 감성을 지닌 차가운 온도의 로봇이 아니라 살아있는 감성을 지닌 따뜻한 온도의 로봇들인 것이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로봇을 그린 다른 어떤 작품들 보다 관객에게 로봇이 친근하며 다정하게 다가온다. 또한 로봇의 주인이었던 인간이 퇴장하고 로봇 자신이 주체들로서 등장함으로써 결코 무거운 분위기로 흐르지 않는다. 이들이 가지고 있는 고민 또한 인간들이 고민하는 여러 가지 문제들과 가깝게 닿아있으며 그렇기에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 또한 가깝고 선명하게 다가온다.

[위트 있는 대사, 박진감 넘치는 장면들이 주는 미학 ]

이 영화를 이끌고 가는 또 하나의 토대는 위트 있는 대사들과 곳곳에 등장하는 팝송의 절묘한 조화이다. 3D애니메이션의 한계는 도대체 어디까지인가 하는 감탄이 들 정도로 로봇의 주인공들은 기존의 영화나 애니메이션에서 그려왔던 대량생산으로 찍어낸 판에 박힌 모습의 로봇이 아니라 다채로운 색깔의 옷을 입고, 다양한 캐릭터와 모습을 지니고 있다. 로봇이 지니고 있는 이러한 서로 다른 특징들은 다양한 배역을 맡은 그들의 모습과 절묘하게 맞아 떨어지며, 곳곳에서 등장하는 장면들 속에는 놀랄 만큼 새로운 아이디어들이 무궁무진하게 숨어있다.

 로드니가 로봇시티로 향하는 장면에서 겪는 우여곡절 , 빅웰드와의 만남에서 도미노가 차례차례로 넘어가는 장면, 로봇들이 연주하는 장면 등등 다채롭고 빠른 화면 구성은 스크린에서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Singing in the rain"을 패러디해서 ”singing in the oil"이라고 하는 장면이나 브리트니 스피어스의 노래에 맞춰 춤추는 로봇의 모습은 이 작품의 또 다른 볼거리이다. 기존의 애니메이션들이 작품 속에서 새로운 노래를 선보여 왔던 것에 반해서 이 작품은 우리에게 친근한 노래의 패러디를 선사함으로써 친근감과 동시에 웃음과 재미를 주고 있는 것이다.

 인간처럼 감정을 지닌 존재인 동시에, 인간과는 다른 특징을 지닌 로봇의 모습은 작품 곳곳에서 다양한 상상력의 세계를 열어준다. 작품 초반에 쿠퍼보텀이 아기 로봇을 조립하는 모습, 그리고 아들 로드니를 키워나가는 모습은 그렇기에 유쾌하고 즐겁다. 또한  부품에 지나지 않던 로봇이 태어나고, 성장한다는 설정은 로봇이 가질 수밖에 없었던 제한 조건에서 벗어나  그들이 더 자유롭고 넓은 세계로 나갈 수 있는 통로로서 작용한다.

누군가의 조종을 받는 꼭두각시가 아니라 자신들의 인생을 스스로 개척해나가는 로봇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겹쳐서 볼 수 있다. 로봇인 로드니가 발명품을 만들어 내는 장면은 로봇에 대해 우리가 지니고 있는 고정관념을 한번에 깨버리기에 충분한 발상들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에 의해서 만들어지고, 인간이 시키는 일들만 하는 수동적인 로봇의 이미지가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필요에 의해 물건들을 만들어 내는 로봇은 이미 자발적인 주체라 불리기 충분한 것이다.

[뭘로 만들어졌던 당신은 빛나는 존재가 될 수 있다]영화 속에 등장하는 바로 이 문구가 우리가 가진 고정관념에 대한 반론을 제기하기에 가장  적합한 말이 될 것이다.

[작품이 주는 꿈에 대한 메시지 ]

작품 로봇이 볼거리만 가지고 있는 영화라는 편견은 금물이다. 작품은 로드니가 성장하면서, 겪는 우리들 자신의 고민을 그대로 가지고 있다. 자신의 미래에 대한 고민을 하면서 꿈을 향해서 떠나는 로드니의 모습에서 이 작품은 꿈에 대한 메시지를 아주 분명하게 던지고 있다.

 로드니가 로봇 시티로 떠나려고 할 때, 로드니의 아버지 쿠퍼보텀이 하는 말은 이 작품이 향하는 관점이 어디인지를 보여준다. 또한 아버지 쿠퍼보텀이 보여주는 사랑은 보는 관객들로 하여금 세대를 초월해서 공감할 수 있는 끈끈한 공감대를 형성하게 한다. 또한 쿠퍼보텀이 아들 로드니에게 하는 “네 안의 위대함을 의심하지 말라.” 말은 가슴 속의 숨겨져 있는 사람들의 내면의 꿈을 깨우기에 충분한 무거운 울림이 있다.

로드니가 로봇시티로 가는 길에는 여러 가지 우여곡절이 있지만, 그 과정이 절대로 슬프거나 가슴 아프지 않은 것은 바로 로드니가 꿈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꿈을 이루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듯이, [로봇]에서 로드니도 많은 시련들을 겪는다. 이 과정에서 등장하는 것은 사리사욕을 채우려는 라쳇과의 대립인데, 역시 사회의 모습을 보여주는 애니메이션답게 선악 구도를 적절하게 이야기 속으로 끌어 들였다.

 영화 로봇은 다채로운 볼거리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들을 제공한다. 로봇을 보지 않으신 분들은 꼭 한번 보시기를 권하고 싶다. 애니메이션에 대한 편견을 가진 분들이시라면 더욱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잊고 있었던 가슴 속의 꿈과 어렸을 적 머리에서만 그렸던 상상력의 세계가 이 영화 속에서 펼쳐진다. 인간들은 없는 로봇만의 세계이지만 그들의 세계에는 로봇만이 아니라 우리 인간들도 함께 존재한다.

 우리 인간들 세계에 로봇이 아직 존재하지 않았던 때에도 로봇들이 책이나 영화에서 우리와 함께 존재해온 것처럼 말이다. 그들은 우리 인간들처럼 감정을 지니고 있으며, 사랑과 가족애를 지닌 뜨거운 감성을 소유하고 있다. 그러므로 영상 속에서 그들은 인간과 함께 공존한다. 감성과 느낌이라는 긴밀한 끈으로 인간과 함께 연결되어 있기 때문이다.

결코 차가운 금속이 아닌 따뜻한 가슴과 사랑을 지닌 로봇들과 함께 자신의 감성의 눈높이를 맞추어 보시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