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버튼 감독의 또 다른 흥행을 예고할 영화.
그의 영원한 페르소나 조니 뎁이 또 다시 함께 참여한 이번 영화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유령신부>다.
하루 12시간 작업을 해도 겨우 1~2초 분량의 그림만을 얻을 수 있다는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그래선지 유령신부 제작기간만 해도 무려 10년이 걸렸다고 한다.
긴 제작기간이 주는 노고 탓인지 어느 영화보다도 캐릭터의 섬세한 표정 하나하나마저 놓치지 않고 있다는 점. 바로 팀 버튼 감독만의 놀라운 기술력 중 하나다.
영화의 배경은 단조롭고 침울한 빅토리아풍의 작은 마을.
결혼이 두려운 소심한 청년 빅터는 부모의 강요에 못 이겨 얼굴 한번 보지 못한 사람과 결혼을 해야 할 처지다.
여기에서 팀 버튼이 그리는 현실세계는 그야말로 허위와 겉치레에 둘러싸인 암울한 분위기다. 빅터와 빅토리아의 부모역의 얄궂은 캐릭터는 이 분위기를 한층 더 어둡게 끌어당긴다.
하지만 결혼식 전날, 예행연습을 위해 만난 빅토리아를 본 빅터는 사랑을 예감하게 된다.
결혼 리허설에서 잦은 실수로 어두운 숲 속에서 홀로 연습을 하는 빅터.
완벽하게 결혼 서약을 외우고 마지막으로 땅 위에 솟아있는 나뭇가지에 반지를 끼워 주는 시늉까지 해 보이는데.. 하지만 알고 보니 그 나뭇가지는 의문의 죽임을 당한 유령신부의 손가락이다.
결국 유령신부에 의해 지하세계로 끌려가게 되면서 영화는 본격적인 흥미를 더해 가는데..
유령신부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지하세계의 모습에 있다.
팀 버튼 감독의 상상력이 발휘되는 지하세계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두렵고 음침한 곳이 결코 아니다. 오히려 생기 있고 활력이 넘치는 곳으로 표현되는데.
유령들은 술을 마시고 파티를 즐기면서 시끄럽고 떠들썩한 분위기로 관객을 유도하면서 유쾌하고 경쾌한 지하세계를 보여준다.
특히나 죽은 시기에 따라 제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는 해골들, 유령신부의 눈 속에 살고 있는 구더기의 캐릭터는 사실감을 한층 높여주면서 보는 즐거움을 배로 가져다준다.
역시 팀 버튼 감독의 섬세함의 결과겠지만 빅터를 열연한 조니 뎁을 비롯한 연기파 배우들의 목소리가 제대로 녹아났기 때문일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지하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은 빅터.
하지만 무시무시하기만 한 유령신부의 아름다움에 점차 매료되면서, 진실한 사랑을 찾는 그녀를 차마 외면할 수 없게 되는데..
지상과 지하의 두 신부, 과연 빅터의 선택은 어떻게 될 것인가?
죽은 자들의 세상이라는 다소 무겁고 어두운 내용을 경쾌하게 만들어 낸 유령신부.
감독은 이미 <크리스마스의 악몽>을 통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의 저력을 보여준 바 있다. 하지만 전작에 비해 크게 달라진 점이 없다는 것은 팀 버튼의 한계로 남는다.
더구나 대니 앨프만이 이번에도 음악을 담당했지만, 사실 유령신부는 전작에 비해 음악이 크게 빛을 발하지는 못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령신부>는 팀 버튼이라는 이름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흥행예고를 기대해 볼 수 있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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