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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mman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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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12-01 오전 9:55:1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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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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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 일본 만화 캐릭터 '짱구'나 <포켓몬스터>의 '지우', '이슬', '웅이'같은 아이들, 심지어 어른 캐릭터인 '제임스 본드'처럼 시리즈물의 캐릭터들 중에선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전혀 나이 먹지 않고 예전의 어리거나 젊은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캐릭터도 있는 반면, 현실의 흘러가는 시간과 나란히 함께 나이들고 성장하는 캐릭터들도 있다. 사실 초등학교 때 봤을 때나, 중학교 때 봤을 때나, 심지어 지금 봐도 여전히 조그만 유치원생 꼬마일 뿐인 짱구를 보면 귀엽기도 하지만 좀 이질감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아무리 만화라지만 '쟤는 좀 안 자라나'하는 생각에 말이다. 전세계 판타지 소설 캐릭터의 대명사인 해리 포터와 그의 친구들은 시간이 흐르며 함께 자라는 케이스다. 그들에겐 제임스 본드처럼 무한한 모험이 기다리고 있지 않다. 적어도 그들이 호그와트 학교에 다니고 있는 한, 모험의 시작을 이미 지났으니 분명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을 것이다. 이번에 나온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은 총 7편의 <해리 포터> 시리즈 중 딱 중간 지점에 놓여 있다. 오는 길을 왔으면 이제 가는 길로 되돌아가야 할, 고개에 올라왔으면 이제는 내려가야 할 딱 가운데 지점에 서 있는 것이다. 순서 상으로 딱 전환점을 맞이해야 할 시간이니 만큼, 아이들도 뭔가 확실한 변화를 맞이하게 된다. 이제 4학년을 맞이한 해리 포터(다니엘 래드클리프)와 그의 친구들 론(루퍼트 그린트)과 헤르미온느(엠마 왓슨). 그런데 해리는 여름방학 때부터 자꾸 불길한 꿈을 꾸게 된다. 어느 음침한 집에 들어가고 그 안엔 볼드모트가 잔혹한 죽음의 저주 '아바다 케다브라'로 그를 맞이하는 꿈. 한편 방학 중 마법세계 최대 행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퀴디치 월드컵에 해리와 친구들은 관람을 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뜬금없이 볼드모트를 숭배하는 '죽음을 먹는 자'들의 습격을 받고는 혼비백산하게 되고 이런 사고를 겪은 뒤 이들은 어김없이 호그와트로 향하게 된다. 그런데 마침 호그와트는 올해 마법학교계 가장 큰 행사인 트리위저드 시합을 주최하게 되고, 이때문에 프랑스의 보바통, 불가리아의 덤스트랭 마법학교 학생들을 손님으로 맞이하게 된다. 목숨까지 위협할 정도의 위험성때문에 17세 이상 학생만 참가 가능하도록 규정이 바뀐 트리위저드 시합에서 호그와트의 케드릭 디고리, 보바통의 플뢰르 델라쿠르, 덤스트랭의 빅터 크룸이 참가자로 뽑히게 되는데, 뜬금없이 불의 잔은 해리 포터를 또 다른 참가자로 지목한다. 신청서도 넣지 않았고, 나이도 차지 않은 해리가 갑자기 참가자로 지목되자 학교 안은 술렁이고, 아이들의 따가운 시선과 함께 새로운 어둠의 마법 방어술 교수 앨러스터 '매드아이' 무디(브렌단 글리슨)가 해리를 보호하게 된다. 자신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트리위저드 시합에 참가하게 된 해리의 앞에는 또 어떤 예상치 못한 운명이 기다리고 있을 것인가? 책으로 읽을 때부터 장면 장면들을 머리 속으로 상상해 본 바, 아마 시리즈 중 가장 스케일이 클 것이라고 짐작했었기에 특히 이번 시리즈는 스케일 면에서 지금까지 나온 세 편들 중 최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줄곧 해왔었다. 물론 내 예상은 적중했다. 쉴 새 없이 펼쳐지는, 규모가 장난이 아닌 세번의 시합은 충분히 스펙터클하게 그려졌다. 초반에 눈과 귀를 완전히 사로잡는 대규모의 퀴디치 월드컵, 시도 때도 없이 불을 내뿜는 공격성으로 해리를 뒤쫓는 용 혼테일과의 추격전, 바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검은 호수 속에서 '가장 소중한 것'을 되찾기 위해 벌이는 수중전, 끝이 어딘지 한 화면에 잡히지가 않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미로찾기 등 거대한 스케일이 필수인 이벤트가 연이어 진행되면서 대규모의 볼거리와 더불어 눈을 뗄 수 없는 스피디한 긴장감까지 가져다 주었다. 특히 퀴디치 월드컵이 열리는 경기장의 모습은, 종목이 원래 하늘과 땅을 넘나드니만큼 넓이 뿐 아니라 높이까지 보는 사람의 눈을 압도해 잠시 나왔는데도 그저 입을 떡 벌리게 해주었다. 물론 트리위저드 시합의 세 관문도 목숨이 걸린 긴장감과 스릴이 동반되면서 몰입하기에 전혀 문제가 없었고. 세 친구들이 가진 고유의 캐릭터도 여전했다. 물론 원래 서양 아이들이 발육이 남다른 탓인지 많이 자라 이제 어른이 다 된 건 사실이지만, 적어도 그들이 연기한 해리, 론, 헤르미온느의 모습은 그대로였다. 내성적이면서도 결단력 있는 해리, 투덜거리길 잘 하지만 재치도 넘치는 론, 꼼꼼하고 규칙을 중시하지만 친구를 생각할 줄 아는 마음도 뛰어난 헤르미온느의 모습은 여전히 그대로라 그래도 안심이 되었다. 특히 무도회 짝을 구하는 과정에서 고초를 겪고, 거기에 어머니가 보내주신 생뚱맞은 연회복때문에 더 울상을 짓는 론의 모습은 다소 어두운 극 전체의 분위기에서 활력소가 되어주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앞에서 먼저 얘기한대로, 분명 아이들은 바뀌었다. 일단 아이들이 바뀌었다는 걸 설명하기 위해서 영화부터 바뀌었다는 걸 설명해야겠다. 사실 원작소설이 우리나라에 나온 버전으로 치면 책 4권 분량이라 제작사에서 처음 제안한 것처럼 두 편으로 나눠서 만들어야 그나마 온전히 만들어질 수 있을 만했지만 감독은 과감히 2시간 30분 안에 이 내용들을 모두 담았다. 물론, 원작의 모든 부분을 영화가 제대로 옮겼으리라고 기대한다면 대단히 실망할 것이다. 앞서 만들어진 1,2편같은 경우도 두 권짜리 분량을 2시간 40분 안에 넣었음에도 빠진 부분이 많다는 소리를 들었는데, 이번 4편은 오죽하랴. 초반에서 중요한 행사로 나오는 퀴디치 월드컵은 시작하네 하는 순간 바로 끝나버리고, 새로운 주요 캐릭터인 예언자 일보 기자 리타 스키터는 카메오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간에 두 장면 정도 나오다가 말고는 끝에 어떻게 되는지도 나오지 않은 채 흐지부지 되어버린다. 그토록 화제가 되었던 캐릭터 초 챙 또한 역시 카메오 수준이고. 해리와 툭하면 으르렁거리는 말포이도 이번에는 그냥 살짝 약올리다가 마는 정도의 매우 미약한 분량인 것이 사실이고. 나 역시 책을 모두 읽었고 그래서 책의 팬으로서 그런 모든 사소한 에피소드들이 빠진 건 못내 아쉽지만, 동시에 영화 팬으로서 생각한다면 그런 점들이 불만스럽지 않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3편부터 원작자 롤링이 감독 재량대로 재해석이 가능함을 허락했다. 영화가 단지 '영상으로 보는 책'이 아닌 이상, <해리 포터> 시리즈의 영화 버전은 그 나름의 또 다른 특별한 매력을 가진 독립적인 작품으로 재탄생할 권리가 충분히 있다. 그리고 이제 감독들의 재량도 더 확대된 이상, 무조건 원작과 똑같이 영화도 만들어달라고 강요할 순 없는 노릇이다. 난 오히려 원작을 읽은 사람으로서, 될 수 있는 대로 감독이 자신의 색깔을 그대로 투영시켜서 원작과는 또 다른 각도에서 독특한 매력이 있는 영화로 만들어 주기를 원했다. 책에서 느꼈던 재미를 그대로 영화에서도 느낀다 해도 좋겠지만, 영화로 다시 봤을 때 '어, 이게 이렇게 보니까 또 다른 재미가 있네'하고 무릎을 칠 수 있는 쾌감을 줄 수 있기 때문이고 난 이미 3편 <해리 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에서 그걸 경험했기 때문이다. 이번 4편도 마찬가지다. 마이크 뉴웰 감독은 자기 임의대로 잔가지는 거의 쳐내고 그저 트리위저드 시합 기간에 포커스를 맞추었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 시도는 상당히 성공적이었다. 영화와는 제대로 다른 매력을 가진, 특별한 시선이 더해진 <해리 포터> 시리즈로. 3편에서부터 느꼈던 것이, <해리 포터> 시리즈를 책으로 읽을 때는 흥미진진한 판타지 추리 스릴러로 읽어온 반면, 영화를 보면서는 한 편의 멋지고 그럴싸한 성장드라마로 봐 왔다는 것이다. 이번 영화도 마찬가지다. 물론 책으로 읽은 지 세월이 꽤 흘렀지만, 그 당시에는 그저 해리가 세 관문을 어떻게 통과할까, 결말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하는 것들을 조마조마하게 추리해 나가는 마음을 가지고 읽었던 반면, 영화를 볼 때는 그것보다 지금 저 아이들의 심정이 어떨까에 초점을 맞추고 보게 되었다. 물론, 책을 통해 결말을 이미 알고 있으니 그럴 만도 하지만. 영화는 앞에서 얘기했듯, 퀴디치 월드컵은 과감히 생략해 버리고 바로 트리위저드 시합에 돌입해, 그 과정에서 여러 일들을 겪는 아이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춘다. 왜 그랬을까? 그것은 아마도 그 과정에서 점점 변해가는, 꽤 주목할 만한 아이들의 모습이 드러나기 때문일 것이다. 떨어지는 나뭇잎만 봐도 절로 웃음이 나오는 때가 10대라지만, 반대로 떨어지는 나뭇잎만 봐도 절로 화가 치밀어 오르는 때도 역시 10대이다. 해리 포터와 친구들은 지금 이 10대의 한 가운데를 관통하고 있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감정적 변화를 겪게 된다. 첫째, 이 아이들은 더 이상 이전처럼 쉽게 뭉치지 못한다. 물론 트리위저드 시합은 온전히 해리 혼자 힘으로 해 나가야 하기 때문에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아이들은 부쩍 서로를 의존하기보다는 독립적으로 변해간다. 그도 그럴 것이, 아이들에게는 점차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자신만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이다. 오로지 자신만 알고 싶고 간직하고 싶은 이 문제들 때문에 별것도 아닌 걸로 갈등이 일어나기도 하고 뜬금없이 화해하기도 한다. 해리는 자신의 의도완 상관없이 나가게 된 트리위저드 시합때문에 갑자기 아이들의 질투어린 시선을 한몸에 받게 되고 그 때문에 호그와트 입학 후 거의 처음으로 완전한 왕따 신세가 되어버린다.(물론 잠시 동안이지만) 한편, 론은 해리가 참가 신청 사실을 숨겼다는 오해에서 오는 배신감, 슈퍼스타 해리의 그저 평범한 친구라는 데서 오는 열등감 등으로 인해 예전에는 없었던 해리에 대한 질투심, 증오심들이 겉잡을 수 없이 일어나게 된다. 헤르미온느는 이제 점점 여성스런 모습을 띠어가는데, 정작 친구들은 자기를 여자로 봐주질 않는 현실에 눈물짓는다. 이렇게 각자 숨기고 싶은 내면적 고민을 안고 있는 세 친구들은, 그것들을 추스르느라 예전처럼 순식간에 일심동체로 모이거나 하는 모습을 보여줄 수가 없게 되었다. 둘째, 아이들은 이제는 걸러지지 않고 날 것 그대로 다가올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새로운 손님으로 맞게 된다. 트리위저드 시합이 어쩌면 이를 상징할 지도 모르겠다. 목숨이 위험할 만큼 난이도가 높은 대결에 의지와는 상관없이 그냥 내던져진 것에 대한 두려움, 끊임없이 꿈을 통해 나타나 해리의 심기를 건드리는 볼드모트에 대한 두려움 등 '두려움'이란 감정은 이전보다 더 잦은 빈도로 해리를 찾아오며 괴롭힌다. 아마도 지금 10대 중반으로 접어드는 만큼, 세상은 더욱 만만치 않게 변할 것이라는 예고일 수도 있을 것이다. 거기다 '죽음'이라는 상황까지 그저 말로만 들었던 예전과는 달리 눈 앞에서 그대로 자행되고 시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현실에 부딪치게 되면서 아이들은 두려움에 몸서리치게 된다. 가장 치명적인 저주인 '아바다 케다브라'가 언급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일 것이다. 어떻게 들으면 '아브라카다브라(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리라)'라는 주문과 비슷하게 들리지만 맞는 즉시 죽음으로 통하는 이 주문은 해리와 친구들 앞에 버젓이 나타나면서 그 공포감을 더한다. 무디 교수 역시 아이들에게 이젠 너희들도 이런 것을 몸소 맞닥뜨릴 때가 되었다는 뜻인지 악명높은 저주들을 실제로 보여주기까지 하고 말이다. 이처럼 이전까지는 아직 몸을 숨긴 채 나타날 때만을 기다렸던 '두려움'이라는 감정이 이번 4편에선 직접적으로 주인공들을 습격하면서 괴롭힌다. 아마도 우리가 사춘기 때 흔히 겪는 어떻게 설명할 수 없는 막연한 '두려움'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다. 그 속에서 겁을 먹고, 도전해 보고 좌절하기도 하는 우리의 모습 말이다. 그러나 아이들의 변화에서 이렇게 어두운 면만 있는 건 아니다. 셋째로, 아이들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설레임'이라는 감정을 갖게 된다. 타국에서 찾아온 플뢰르 델라쿠르의 자태에 론은 그저 넋이 나가버리고, 무도회가 다가오면서 아이들은 누굴 파트너로 정해야 될까, 파트너를 못정하면 어떻게 하나하는 걱정거리에 사로잡힌다. 해리 역시 아리따운 아시아계 소녀 초 챙을 만나면서 전에 없던 가슴 두근거림을 느끼게 된다. 이제는 이성과의 만남을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에 조금이나마 다가가고 싶은 소년, 소녀들의 마음이 조금씩 피어나기 시작하는 것이다. 보다 여성스러워지고 싶어하는 헤르미온느의 모습, 새로운 이성에 가슴이 두근거림을 주체할 수 없는 해리와 론의 모습은 이들이 이제는 확실히 예전처럼 마냥 모험만 즐길 아이들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껴보고 거기에 설레여 하는 청소년들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렇게 감독은 흥미진진한 어드벤처와 함께 그 속에 변화하는 아이들의 심리를 세밀하게 불어넣는 데 주력했고, 결과적으로 무시무시하면서도 달콤한, 아주 멋진 성장 드라마가 되었다. 3편에서 죄수의 탈옥, 아버지와 친구들의 비밀 등 어둠 속에 싸인 진실을 하나 둘 알아가면서 어두운 세계와의 접촉을 시작했던 해리와 친구들은 이제 확실히 그 전환점을 돌아섰다. 죽을 것 같은 두려움과 견딜 수 없는 설레임이 공존하는 사춘기, 그 한가운데로 말이다. 영화 마지막, 헤르미온느가 눈물을 머금으면서 말한다. "이제 모든 것이 예전같지 않을 거야, 그렇지?" 두려움에 가득찬 표정의 헤르미온느와는 달리 해리는 뭔가 확실한 결심을 하는 듯 꽤 밝은 표정으로 대답한다. "그래." 해리 말이 맞다. 아이들과 그들을 둘러싼 환경은 이제 확실히 변할 것이고 예전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 변화 속에서 아이들은 때론 공포에 떨고 때론 눈물을 떨굴 지도 모를 일이다. 그러나 덤블도어 교수의 말처럼 때론 자기 자신이 변한다는 게 가장 무서운 적일 때가 있다. 해리가 주저없이 밝게 "그래"라고 대답했듯, 이제 그들은 그 변화를 자기 자신의 것으로 새롭게 만들어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자신과 환경의 변화 속에서 무수한 갈등과 번민을 겪고 결국은 자신의 모습으로 되돌아오는 일. 어쩌면 이제 그들 앞에는 그저 마법 주문과 환상으로 가득찬 모험이 아니라, 내면의 변화 속에서 숨겨진 자신을 다시 찾고 지키기 위한 더 중요한 모험이 기다리고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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