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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블록버스터 영화의 가능성을 지운 영화 태풍
gtgta 2006-01-02 오후 8:18:47 2401   [10]

1월 1일 태풍을 보고 왔다.

삼성동 코엑스 메가박스에 1개관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나는 회의에 잠겼다.

왜? 라는 의문을 한없이 품은 채 말이다.

 

장동건이 분한 씬은 핵미사일 키트를 탈취하고 그것을 운반하던 제이슨호의 선원들을 무자비하게 '학살'한다

그것을 운반하던 미 국방성 사람이 먼저 총질을 했지만, 씬은 그 이상으로의 보복을 가한다.

심지어 뗏목에 탄 사람들(사실은 마네킹이겠지만...)을 구조하기 위해 선상으로 튜브와 구명조끼를 들고 나오던 사람들까지도 죽인다. 과거 '친구'의 동수가 상대 조직원을 무자비하게 죽이는 장면과 연결되는 것 같았다. 

하지만 친구의 상황과는 다르다는 것을 영화가 전개되가며 알게 해준다.

 

이정재가 분한 강세종 대위는 그 사건의 해결자로 '선택'되어 국가의 부르심을 받고 여단장에게 경레를 붙이는 장면으로 등장한다. 그의 아버지는 삼척 공비침투때 작전을 수행하다가 죽은 사람이다. 그는 완벽하다. 건장한 몸에 해사 차석 졸업, 여러 특수부대를 거쳐서 대위에 오른 사람이다. 김갑수가 분한 안기부 간부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며, 조국에 대한 일에는 어떠한 반대급부도 있으면 안되며, 오직 국가에 대한 충성만을 강조할 것을 말해준다. 그는 껌을 씹는 행위조차 달가워하지 않고 눈살을 찌푸리는 그런 임무충실형 인간이다.

 

이 두사람이 닮았다는 것은 억지다. 분명 억지다. 초반의 씬은 단순하고 폭발적이며 감정에 우선하는 인물로 나온다. 자신의 가족을 죽게 만든것이 단순한 전달 역할뿐인 박완식의 결정에 있었다고 생각하고 오스트리아 대사관에 왔었던 그를 기억했다가 죽인다. 이에 반해, 강세종 대위는 어떤가. 세종은 피터를 잡기 위해 태국공항 경찰들을 한큐에 처리하고 그를 뒤쫓아 씬에 대한 정보를 캐낸다.('한큐'라는 것을 덧붙여 묘사하자면, 옆구리나 겨드랑이, 팔등의 주요한 부위에 한, 두방이상의 공격만 먹인다는 것이다.) 또, 세종은, 젊은 나이답지 않게 딱딱하고 냉정함으로 일관성을 유지한다. (피터가 말했듯, 너무 건방져 보였다. 유들유들한 감도 없이 그는 임무에 충실한 로봇 같았다.) 이런 두 사람이 닮았다는 것은 영화에 두개의 태풍이 등장하기 위해 쳐놓은 어설픈 복선이 아닐수 없는 것이다. 닮았다는 점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이 이애기 역시 나중에 이어서 말하도록 하겠다.

 

장동건의 누이로 분한 이미연의 캐릭터나 연기등은 어디서 많이 본 듯 하였다. 그것은 '흑수선'에 나왔던 캐릭이랑 정말 많이 닮아 있었다. '흑수선'에서도 눈이 잘 안보이는 캐릭이었다. 또 안성기를 구하기 위해 적에게 몸을 내주고, 총을 들고 납치범행세도 하기 때문이었다.(그러고 보니 그때도 이정재가 수사관이었다. 묘한 인연인듯...) 아무튼, 이미연의 연기는 그럴싸하게 보인다. 세종과 씬의 연결고리 역할은 충실하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세종에게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연민의 정을 구하는 모습은 괜찮았던 것 같았다. 하지만 만두를 훔치러 갔다 겁탈당하고 그 만두를 동생에게만 주는 그 에피소드는 정말 신파였다. 그정도의 이야기는 이미 들은것 같아서였다.

 

이미연의 이야기를 들어서였는지, 세종이 누나를 만나기 위해 따라가는 씬에게 말을 거는 모습이나, 차에 타는 뒷모습에 총알을 박아 넣지 않는 모습은 그 연민의 정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그전까지 군사교범(FM)에 따라 로보트처럼 임무수행에 열을 올리던 세종이 왜 감정의 변화를 일으켰을까? 그것은 감독이 설정한 캐릭터가 갑자기 급선회해서 변화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여기서 곽경택감독은 실수를 저지른다. 그것이 연민의 정임에도 불구하고 우정이라는 이름을 붙이는 것은 아까도 말했지만 분명한 억지다.(동정의 느낌이라고 말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세종의 아버지가 탈북자를 돕다 죽었으면, 어머니가 탈북자들을 가르치는 교사라면 차라리 말을 안한다. 아무리 인간의 사랑이 위대하다 할지라도 상대는 국제 테러리스트 아닌가. 그런 사람을 그냥 놓쳐보내고 나서 하는 말이 우정이라고? 웃기는 소리다.) 

 

씬이 저지르는 폭력은 단순하고 직선적인 광기다. 그의 광기는 '친구'의 동수와도 비교할 수 있다. 동수는 준석과 다른 조직에 들어감부터 인간이 달라진다. 그에게는 준석의 뒤에서만 있었다던 2인자적, 라이벌적 의식이 있으며, 그것을 부수기 위해 준석과의 단절(나아가선 상택과 중호와의 단절)을 선택한다. 그리고 서로 경쟁을 하다 준석이 동수를 죽이라는 지시로 끝나게 된다. 씬은 이와는 다른 상태에서 시작한다. 그는 혼자의 힘으로 복수를 완성시키려고 한다.(올드보이의 오대수가 생각난다. 하지만 오대수는 상대가 명확하지만, 씬은 상대가 명확하지 않는 허상이라는 것을 발견해야만 한다.)씬은 자신을 버린 남한에 대해 복수하려 한다. 하지만 그 시기의 분위기가 그랬던 것이지 그것을 결정할 요소들은 잘못이 없다는 해명을 김갑수가 분한 안기부 간부에게서 들을수 있었다.(안기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과오를 해명하는 역할로밖에 그려지지 않는다.)

 

나중에 씬이 방사능 물질을 풍선에다 실어 그것을 태풍에다 날려보낸 후 한반도 상공에서 폭파시킬 계획을 세우고 실행에 옮길때 미국은 자신들의 행위를 숨기기 위해 한국에 압력을 가한다. 더불어 잠수함을 발진시켜 어뢰로 미사일 키트를 폭파시키고 씬 일행을 죽이기로 결정한다. 미국 국방부 장관이 우리나라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통화를 할때 '아직도 한반도에서의 군사작전권은 우리에게 있다는 것을 잊지 말라'고 고압적으로 말하는 것에 짜증이 밀려왔다. 왜 우리나라 사정을 간섭하는 것인지...(우리나라 정부도 잘한 것은 없다. 지원은 못해줄 망정 그런 것도 막지 못하고.. 이승만이 군사작전권을 왜 위임하였는지 원...)

 

세종은 막무가내로 자신이 임무를 완수하겠다며 동료들을 모은다. 해군사관학교 동기중 장가 안간 사람들을 불러 놓으며 돌아올 연료가 없음에도 이 작전에 참가해 달라고 한다. 왜 우리만 불렸냐는 말에 '너네밖에 장가 안간 놈들 더 있냐?'라며 농담조로 말하는 모습은 이전의 모습보다 더 억지스럽다. 나중에 어머니에게 나레이션식으로 편지를 쓰는 모습은 진심이지만, 동료들과 함께 헬기에 오르기 전에 태극기에 대한 경례를 하는 모습은 거북했다. 요즘세상에 그렇게 진심조로 구국애를 발휘하는 것은 쉬운 일인가? 여기서 곽경택 감독의 실수가 또 발견된다. 태극기에 대해 경례를 하는 것과 마지막까지 충성을 다하려는 모습에서 영화가 관객들을 민족적인 관심으로 이끌어 가려는 어떤 동기없는 상황에서 구국애를 발휘하는 장면만 나타내고자 한다.. 오로지 강세종을 영웅으로 만들기 위하여 그 장면을 집어넣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

 

해상 결투씬에서 씬과 세종은 단검으로 승부를 낸다. 승부하기전, 씬이 세종에게 '동무, 우린 참 닮지 않았습네까?'(이게 맞나?)그런 식으로 말한다. 이것은 우정이란 것을 억지로 강조하기 위한 수단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우정이 그렇게 단기간에 확실하게 만들어지나? JSA는 이보다 훨씬 나았다. 시간이 있었으며 단것을 좋아하는 공감대, 서로 교류를 틀 수 있는 정 같은 느낌도 있었으니까. 그런데 태풍에서는 두사람이 직접적으로 만나는 것은 단 몇 분에 지나지 않으며, 일방적으로 세종에게 최명주가 자기들의 삶을 간접적으로 체험시키는 것 뿐이다. 진짜 억지스런 장면으로 보고 싶다.

씬과 세종이 결투를 벌이는 도구인 단검은 생소한 이미지로 다가온다. 여타의 대결구도의 영화에서 단검으로 승부하는 것은 그렇게 잘 나오지 않는 편이다. 굳이 꼽자면 스티븐 시걸 주연의 '언더시즈'?(킬빌'에서는 일본도로 승부를 내고, 서양 총잡이들은 총으로 승부를 낸다.아트오브 워, 퀵앤 데드등...)차라리 맨손 격투를 하지. 원초적인 모습으로 싸움을 할때 그보다 더한 순수성이 느껴지지 않나? 우정의 개념을 삽입하려면 차라리 맨손으로 하지 단검이라...

 

이후에 씬이 자살하는 모습은 너무 어색해 보인다. 그렇게 죽을 것 뭐하러 싸웠는지...나중에 세종이 '수개월 후'에 살아서 등장하는, (그것도 군함을 타고) 모습에선 황당함마저 느껴진다.(차라리 태풍속으로 날아드는 헬기가 더 낫다고 하고 싶다.) 이어서 나오는 나레이션에서, '그가 쏘아올린 5개의 풍선중에는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았습니다.'에서 나오는 허전함은 도대체 뭔가? 나는 차라리 폭탄이 바다에 떨어졌다고 했으면 더 후련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더 록'에서도 비슷한 예가 나와서 그런 걸까? 아무튼 세종의 나레이션 말미에 '그가 복수하려고 했던 것은 자신을 잊어가는 분위기였는지도 모릅니다'(맞나...)라는 말이 나온다. 허무하다. 그럼 왜 복수를 할려고 사람을 죽이고 미사일 키트를 훔치는 행위를 저질렀는지... 그와 같이 다니던 해적들을 말리는 모습은 이해가 갔지만, 그에게 맹목적인(토토나 쏨바이(맞나?)는 그렇다 치더라도...)해적들의 행동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설명부족이다.

 

나중에 오스트리아 대사관에 온 명주(이미연)과 명신(씬-장동건)이 남한 어린이들에게 보낼 편지를 쓰는 장면이 나온다. 이같은 과거로 다시 돌아가는 기법은 '친구'나 '챔피언'에서 나오는 것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기법은 이 영화에서 여지없이 실패했다. 그 내용은 영화에서 가장 감동적이고 감흥을 느낄 수 있게 한 유일한 부분이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에필로그로 집어넣다니, 프롤로그로 집어넣었으면 이보다 더한 감흥이 있었을 것이라고 감히 생각한다.

 

이 영화가 가지는 외적인 요소를 제외하더라도 나는 이 영화에 대해 블록버스터라는 호칭을 붙이고 싶지 않다. 곽경택 감독이 말한 아시아 최대의 태풍이라는 찬사는 과대평가라고 말하고 싶다. 먼저 보고 말하라. 그리고 감정적으로 생각하기 전에 이성적으로, 논리적으로 바라보라는 것을 말하고 싶다.


(총 0명 참여)
ramseswoo
한국영화의 암흑을 이끌 기대주이자 돈처넣어서 망한 블랙리스트순위에 등극됐습니다.   
2006-01-03 16:01
ysj715
자본의 힘으로 밀어붙인 흥행성적   
2006-01-02 22:21
1


태풍(2005, Typhoon)
제작사 : 진인사필름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typhoonthemovi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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