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고의 미스터리 추리소설가 니시무라 쿄타로의 단편소설
<친절한 협박자>가 원작인 영화 <손님은 왕이다> 의 영화의 구도는
지금까지 한국에서 볼수없었던 색대비가 뚜렸한 흑백대비를 보여준다.
특히 영화의 주무대가 되는 이발소의 타일바닥부터 영화의 분위기를
확실하게 드러내준다. 바둑판의 검은 돌, 흰 돌을 보는듯한 흑백대비가
눈에 띄게 확실한 이미지를 전달해 주는 것이다. 명이발사라 자부하는
이발사 안창진(성지루)의 이발사의 전형적인 흰색 복장은 그가 굉장히
선한 색깔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겉으로 부각시켜 주고, 협박자로
나오는 김양길(명계남)의 복장은 검은색 일색의 정장에 검은 선글라스
"HATE(미워하다, 증오하다)" 라는 뜻으로서 확실하게 김양길의 캐릭터
는 악이라는 것을 부각시켜서 나타낸다. 그런 흑,백 대비가 철저한
두 인물의 구도를 관객들에게 보여준 만큼 초반부의 스토리도 진정한
악한 인물과 진정한 선한 인물이 어떻게 협박하고 어떻게 친절한지를
알수있다. 그런데 인내심의 한계에 달한 안창진이라는 이발사의 행동을
보면 인간의 본연적 심성을 알수 있다. 비록 김양길이라는 캐릭터가
악한 인물로서 그를 괴롭히지만 안창진또한 쌓인 분노가 '악' 이라는
대응수단으로 물들어 가는 것을 볼수 있다. '손님은 왕이다' 는 문구
가 쓰인 액자를 내리는 것과 '해결사' 라는 또 다른 '악' 을 고용하는
것으로 그는 겉으로 드러난 삶을 보존하고 싶었던 것이다. 자신의
내면에 숨겨진 '악한 행동' 을 포장하고,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기에 자신의 내면을 알고 있는 김양길을 역으로 협박하려는 안창진
의 모습에서 나는 오히려 '뭐야, 안창진이 오히려 더 악한 인물같잖아.'
라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는다. 그리고 김양길과 안창진, 그리고 해결사,
안창진의 아내...이렇게 인물들의 관계가 서로 복잡하게 얽히면서 만들
어지는 색다른 반전과 묘미는 전에 보았던 그렉막스감독의 'PM 11:14'
를 연상케 한다. 한 사람이 하게 되는 일이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고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물고 늘어지는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후반부에 보이는 반전의 묘미와 '인생은 연극이다.' 는 모토로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하고 싶었던 인물 김양길의 모습은 처음에
보였던 겉면의 '악' 과는 달리 내면의 '선' 그리고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에 충실한 멋진 인물로서 밝혀지는 부분은 영화의 절묘한 반전과
동시에 인간의 외적면과 내적면을 비교해 보는 묘한 잣대를 보여준다.
안창진의 아내로 등장했던 전연옥(성현아)의 역활도 반전에 지대한
공헌을 끼치며, 해결사로 등장한 이장길(이선균)도 '악의 되물림'
을 추구하는 듯한 모습으로 영화의 마지막까지 그 절묘한 한국판
느와르풍의 스릴러적 분위기를 이어간다.
영화가 획 하나 차이로 평가가 기울어질수 있다는 그런 느낌을
선사하는 독특하고 참신한, 그리고 연극적인 요소로서 연출
할수 있을듯한 구성, 오랜만에 정말 괜찮은 영화를 본것같다.
멋진 연기를 보여주었던 배우들을 비롯한 오기현 감독님께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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