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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라는 보험
kharismania 2006-04-16 오전 1:33:43 1522   [3]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시작부터 영화는 조용히 관객을 압박한다. 실화. 이것은 이 영화의 공포는 단순히 스크린 상에서만 각인되는 이벤트성 픽션이 아닌 현실적인 공포라는 경고성 멘트가 은근슬쩍 관객의 긴장감을 조인다.

 

 2002년 대한민국 함성이 울려퍼지던 축제같은 그 대한민국의 한해가 루마니아에서는 평생을 두고 회자될 끔찍한 살인사건이 발생한 한해가 되었다. 이 살인사건은 그 주모자들이 밝혀지면서 사회적으로 경악적인 파장을 몰고 왔고 놀라움이상의 공황을 불러일으켰다.

 

 이 영화의 제목처럼 '그들'은 끔찍한 살인을 저질렀고 단순히 어떤 분노와 살의에서 기인한 살인이 아닌 즐김 그 자체의 놀이로써 인간을 사지로 내몰았다는 것에 엄청난 충격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었 다. 물론 살인이라는 행위자체가 충격적인 사실이 될법하지만 살의적 동기가 결핍된 목적없는 쾌락적 요구에 따른 행위로써 행해졌다는 것 자체가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이 된 것이다.

 

 이 영화는 말 그대로 '그들(them)'에 대한 이야기이며 그 경악적인 사건이 보여주는 충격을 재현해보려한다. 물론 이 영화는 리얼리즘을 기반으로 하지만 허구적인 픽션으로 재현된다는 것을 간과할 수 없다. 그 실제사건을 영화가 토시하나 틀리지 않게 재현했으리라는 발상은 무리라는 것이다. 영화인만큼 그 입맛에 맞게 각색되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다. 말 그대로 현실에서는 충격적인 범죄행위일 따름이고 영화는 그 행위적 결과물을 바탕으로 공포라는 감정을 추출해낼 따름이라는 것이다.

 

 어쨌든 영화는 시작부터 음습함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심리적인 긴장감을 초반부터 다져보려한다. 이 영화는 시작부터 끝까지 칙칙하게 톤다운된 어두움의 자연광을 이용하여 암흑적인 폐쇄적 빛깔을 통해 고립과 단절적인 공포를 끌어낸다.

 

 사실 이 영화의 공포를 논한다면 피가 난자할 법한 슬래셔 무비 계통의 잔학함이 은연중에 흐르지만 기본적으로 관객에게 소통되는 공포는 호러물에서 보여지는 비인지적 공포에 가깝다.

 

 영화의 후반부로 돌입하기 전까지 관객은 공포의 근원에 대한 의구심을 머금게 된다. 말 그대로 행위보다는 막연한 가해자에 대한 보이지 않는 두려움이 이 영화의 공포를 뽑아내는 근원이라는 것. 눈으로 보이는 공포보다는 심리적인 압박에서 빚어지는 두려움. 무언가 벌어질 것만 같은 불길함. 그것이 이 영화가 내세우는 무서움의 힘이다.

 

 하지만 이 영화의 공포는 비슷한 틀의 기존영화 이상의 무언가를 보여주지 못하며 순간적인 경악은 지속적인 긴장으로 작용되지 못한다. 순간적인 깜짝쇼는 관객을 놀래키지만 그 순간을 지나면 그 미세한 힘이 소실된다. 더욱이 정체모를 의아한 두려움의 정체가 탄로나는 순간의 충격은 생각보다 대단하지 않다는 것이 무시무시함에 대한 기대감을 배신한다.

 

 다만 중반부에서 보여지는 긴장감의 증폭은 눈여겨볼만하다. 인위적인 조명효과를 거세한 채 채광에 대부분 의지한 둔탁한 빛깔의 영상과 소리만 들어도 섬찟한 불쾌감이 느껴지는 음향효과 등의 분위기적인 공포효과는 어필되는 바가 크다. 특히나 밀폐와 고립이라는 공간적 코드가 빚어내는 긴장감의 진폭은 이 영화의 외관적인 의도를 살려주는 면모로 드러난다.

 

 영화는 실존했다는 사실로써 공포를 빚어내려 했지만 그 실존했던 사실은 공포보다 현실에 대한 불쾌한 단상만을 남긴다. 빗나간 영화의 의도는 관객에게 영화에 대한 충만되지 못한 만족도와 의도하지 않았던 찝찝함까지 곁들이며 어중간한 형세로 겉돈다. 영화의 공포적 농도 자체에서 느껴지는 부족감만큼이나 허탈한 현실적 불쾌감이 공존한다.

 

 어쨌든 이 영화의 모든 것이 실재했다는 과거지사와 일맥상통하진 않겠지만 일단 실존했던 사실이었다는 것 자체에 허탈한 충격이 느껴지긴 한다. 물론 이영화의 엔딩은 공황적인 허탈감을 느끼게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현실과 대면되는 씁쓸함이 남는다. 먼 이국의 이야기지만 우리네 현실에서는 마주치지 않았으면 하는 이야기이다. 내가 만약 피해자가 된다고 생각해보면 문득 섬찟해질지도 모른다. 분명 사실 자체는 충격적이니까. 영화의 미약함이 실화라는 점을 강조하는 것은 어쩌면 이런면을 노린 보험효과일지도 모른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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