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케이블 티비 채널을 돌리다가 시상식을 봤는데 그 때 이 영화가 굉장히 많은 상을 휩쓸었던 기억이 난다. 그때 수상자들의 소감이 굉장히 인상깊었고 주인공 머로가 굿 나잇 앤 굿 럭을 말 하는 편집된 장면을 볼 때마다 이상하게 가슴이 뛰었었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계속 머리 속에 맴돌던 생각은 이 영화에 대한 배경지식을 조금이나마 접하고 볼 걸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영화를 보면 볼 수록 무르익는 내용에 감동을 느꼈지만 배경지식이 분명히 필요했다.
소위 빨갱이이냐 아니냐에 대한 문제가 그 시대의 가장 큰 이슈였고 그 이슈의 한 가운데에 서게 된 티비 프로, 진행자 그리고 그와 연관된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주 옛 이야기처럼 느껴질 정도로 나와 무관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분명히 민감한 사안, 또 우리의 역사와도 뗄레야 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이 더 강해서 사실 지루하다는 생각은 아예 안했다.
흑백의 화면 속에 상대적으로 더 밝고 희게 보이는 뿌연 담배 연기, 돌아가는 필름 소리, 그리고 재즈, 블루스 음악. 그 속에 초를 놓고 시작되는 말 전쟁이 있다. 말 한마디가 어떻게 받아들여지질지 모르는 그 전쟁.
그의 말빨은 정말 대단하다. 그 원고를 짜 내기 위해 그가 사고한 시간이 얼마나 됐을지... 매 순간마다 뭔가를 담보로 방송을 했을 그 눈빛, 그러나 그 의지. 결국 위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조지 클루니의 연출 능력이 상당히 깔끔함을 풍겼다. 뭔가 정해진 역사적 사안이 있고 자료도 있었다고 쳐도 흑백영화로 만든 것 처럼 이렇게 시선이 깔끔하게 떨어지는 영화를 만들었다는 것은 조지 클루니의 능력이라고 생각되었다.
그냥, 영화는 별다른 자극성이나 화려함이 있지 않음에도 집중도가 굉장했다. 내가 방송을 해야 되는 입장에 처한 것 처럼 그 초를 기다리며... 방송이 끝나면 다음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약간은 떨려하며...
미국의 구체적인 역사적 사건을 다룬 영화였고 또 시종일관 미국의 애국심과 관련한 빨갱이냐 아니냐의 냉전 상황에서의 특정한 시선이 나오는 영화지만 중간 중간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느꼈던 편안함이 너무나 자연스럽던 영화였다.
냉전의 소용돌이 속에 두동강 난 대한민국이... 괜히 더 슬퍼지는건 왜인지...
결말이 '어 여기가 벌써 끝인가' 싶은 마음이 들 정도로 금새 나타나서, 그러니까 런닝타임이 짧아서 아쉬운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딱 거기까지가 깔끔함을 마무리하는 선처럼 느껴졌다.
굿 나잇, 앤 굿 럭. 참 좋은 말이다. 여러분도 모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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