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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가치관과 틀, 사랑과 욕망에 대한 진지한 성찰을 담은 영화... 언러브드
lang015 2006-06-05 오전 12:25:38 929   [3]

'사랑' 이라는 테마를 모토로 한 영화이면서 '사랑받지 못하는' 이라는

이질적인 제목이 이채롭게 눈을 끌어 당기는 만다 구니토시감독의 영화세계

는 기존의 틀을 깨어버리는 사랑에 관한 공식을 도입한다. 만다 구니토시감독

이 추구하는 영화세계가 구로사와 기요시감독과의 영화세계를 구축해온 이중

의 한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는 영화의 내용에 관해 이질적인 거부감

을 느끼지 않을수 있을 것이다. 구로사와 기요시감독 스타일의 영화를 몇편

본적이 있던 나는 만다 구니토시감독이 그와 함께 영화를 제작해온 사실에

어느정도 평범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을 직감할수 있었고 또 그 부분에

상당한 궁금증이 일었다. 제목처럼 '사랑을 받지 못하는' 이 가지는 키워드가

제공하는 영화속 세계엔 어떠한 인물들이 등장할까 하는 것이었다. 장르의

경계가 애매해지는 선을 긋는 영화속 세계는 어떻게 보면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적인 인물들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그 안에 내재된 내면적인 심리묘사

가 외적인 모습보다 돌출되나오는 것을 볼수 있다. 흔히 말하는 '철학' 적인 문

제를 떠나서 인간의 내재된 욕망중 자연스러운 이상적인 선택을 거부하는 시

청 하급공무원으로 출연하는 여성 미츠코(모리구치 요코)를 통해 색다른 인간

의 내면을 조명해 본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이상적인 선택에 대한

욕망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누구나 값싼 옷보다는 남들과는 다른 화려

하고 유일무이한 값비싼 옷을 입어보고 싶어한다. 값 싼 음식보다는 휘황찬란

하고 고급스러운 음식에 대한 욕심이 앞선다. 그것은 자연스러운 인간의 내재

된 욕망의 발현이고 단지 사회속에서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을뿐이다. 그러한

욕망중에 가장 크게 작용하는 것 중에 하나가 현재의 조건보다 더 나은 승승장

구하는 직장에서의 승진과 사회에서의 성공이라는 요소를 가지고 있다. 그런

데 영화속에 등장하는 미츠코는 직장상사가 그녀를 칭찬하면서 승진시험을

준비하라고 하지만 그녀의 반응은 마치 다른 사람의 일인양 큰 관심을 기울이

지 않는다. 현재에 만족하는 그녀의 모습은 마치 누구나 가지고 있는 성공에

대한 욕망이 전혀 없는 모습을 보여준다. 욕심이 없다고 느껴지는게 더 맞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 그녀의 삶을 밀고 들어온 사업가 가츠노(나카무라

토오루)는 업무차 시청을 오가다가 소박하고 순수해 보이는 미츠코에게 호감

을 가진다. 그리고 미츠코와 가까워지기 위해 그녀에게 자신의 회사로 스카우

트 해가려 하지만 그녀는 자신의 직업과 현재의 위치에 만족한다. 그러기에 그

의 제안을 거절하지만 가츠노와 연애는 허락하게 된다. 그러나 연애를 해나가

면서 미츠코는 자신이 사는  평범한 소시민적인 삶의 틀과 가츠노가 사는 상류

층물이 풍기는 생활의 차이에 거부감을 느끼며 가초노를 밀어내기 시작한다.

이 부분을 보면서는 문득 제인 오스틴 원작소설의 동명영화 <오만과 편견> 속

에 등장하던 여성캐릭터들이 생각났다. 신분상승을 위해 무엇이라도 할듯이

보이는 여성들의 욕심과 욕망에 충실한 모습과 그런 욕망을 자신의 틀에 맞추

고 욕심없이 살아가려는 미츠코의 삶은 극과 극의 대비를 보여준다.

그리고 별볼일 없는 직업의 택배청년 시모카와(마쓰오카 슌스케)에게 자신의

관심을 쏟아내기 시작한다. 미츠코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던 시모카와는 미츠

코가 자신에게 애정을 쏟는 모습에 서서히 교화되는 듯 보인다. 이런 미츠코의

행동에 적잖게 당황하기 보다는 그녀의 삶의 방식에 주목하게 된다. 그녀는 자

신의 삶에서 '변화' 를 추구하지 않는다. 그녀가 원하는 것은 오로지 지금 '현

재의 안정된 삶' 이다. 안정된 삶을 통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일상의 틀이 깨지

기를 원하지 않는다. 출세와 성공, 상류층에 대한 신분상승의 기회와 같은 욕

망의 손짓을 거부하며 오로지 지금을 중요시 한다. 시모카와는 그런 삶에 실패

한 자신을 투영하는 듯한 그녀의 모습에서 차츰 거부감을 느끼고 떠나려 하지

만 무서울 정도로 사랑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이해시키려는 미츠코의

행동은 사랑이란 모습이 무색할 정도로 집착이란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

가 사랑하는 방식은 가츠노도 시모카와도 이해시킬수 없는 그녀의 단지 현재

의 안정에 근거한 궤변은 그녀가 욕망에 충실하지 않은 여성이 아니라는 중대

한 사실을 깨닫게 한다.

그녀는 안정적인 현재의 틀을 이어나가려는 자신의 삶이라는 틀을 깨고 싶지

않고 보호하려는 무서울정도의 강한 욕망의 틀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

녀의 틀속에 갇히기에는 시모카와도 가츠노도 이해할수 없는 그런 공간으로

존재하는 것이다. 단순한 사랑의 구도를 다룬 영화라고 한다면 어떤 멜로나 드

라마 영화에서든 흔히 찾아볼수 있다. 하지만 그런 시각차이와 여성의 입장에

서 보는 사랑론과 간직하고 있는 가치관의 틀, 그리고 남성이 가지고 있는 가

치관과 사랑에 관한틀과 동성이면서도 이해할수 있고 이해할수 없는 인생의

틀을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돌아볼수 있게 만드는 기회를 제공한다. 사람과의

교류에서 결코 삶속에 묻어져 나온 인생의 틀을 바꾸기에는 '사랑'

이란 가치만으로 바꿀수 없기에 '사랑받지 못하는' 이라는 제목처럼 보여지는

영화속 내용이 한층 더 가치있게 다가오는 지도 모르겠다. 적어도 내겐 단순명

쾌하게 결론 내릴수 없는 인간의 내면적인 가치와 '사랑' 이란 의미를 새롭게

생각해 볼수 있는 좋은 기회를 제공한 영화로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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