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두는 조직의 두번쨰 서열에 있는 스물 아홉의 남자이다.

병두는 말이 No 2(넘버 투) 일뿐이지만 조직에서 물러난 듯 하면서 사업을 운영하는 황회장이야 말로 진짜 우두머리고 자신은 중간 두목인 상철 밑에서 일하는 그야말로 넘버 쓰리의 시다바리(보조)이다.

황회장의 눈에 거슬리던 검사를 병두가 처리하면서 진짜 넘버 투가 되지만 상철이 그것을 가만 두지 않기에 그를 처리하고 그는 황회장 밑에서 그야말로 제대로 된 스폰서를 건진 건달 중의 건달이 된 것이다.

한편 병두의 어릴적 친구이던 민호가 찾아와 자신이 준비하고 있는 영화 제작에 도움을 요청한다. 민호는 곧 영화를 준비중인 영화감독이지만 변변치 못한 시나리오로 제작사에 퇴짜를 받은 상태...

병두에게 시나리오 아이디어를 요청한 민호는 더불어 병두의 첫사랑이던 현주의 소식을 알려준다. 그리고 오랜만에 현주와 재회를 한다. 초등학교 때 만난 그녀를 아직도 잊지 못하는 병두는 그녀에게 접근을 하지만 그가 건달이라는 사실에 현주는 쉽게 그에게 다가가지 못한다.

아파트 재개발 사업의뢰가 들어오면서 황회장은 병두에게 땅을 팔지 않는 주민들을 처리하라고 명령하고 그러던 와중 상대편 조직과 싸움아닌 싸움을 하게 된다.

민호는 병두의 조직 이야기를 소재로 한 영화를 만들면서 대박을 터뜨리게 되지만 술김에 병두가 이야기 했던 조직의 비밀 또한 민호의 영화에 소재로 등장하면서 황회장과 병두는 곤란한 상황에 빠지게 되는데...

몇 몇 영화가 그렇긴 하지만 대부분의 영화들은 시나리오는 좋은 편이다.

특히 소설가 겸 시나리오 작가로 활동한 이창동 감독의 영화는 어디하나 흠잡을 곳이 없다.

이는 지금 이야기할 유하 감독의 작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말죽거리 잔혹사'를 들고나와 청춘들의 방황을 이야기 했고 폭력의 탄생을 이야기 했던 그가 이번에는 '비열한 거리'를 통해 폭력의 종말을 이야기하고 있다.

필자는 솔직히 '말죽거리 잔혹사'를 보면서 방황하는 청춘의 이야기보다는 권상우의 몸매에 초점을 맞춘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좋은 점수를 주고 싶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영화는 분명 달랐다. 조인성의 몸매가 자주 드러나긴 했지만 권상우처럼 몸매 가꾸는 장면에 쓸대없이 시간을 허비하지 않는 대신 남성들의 세계를 이야기하는데 시간을 할애했다.

물론 남성들의 이야기가 멋있거나 폼만 날 수는 없다.

폭력이라는 것은 절대 아름답게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른바 폭력의 미학이라는 것 말이다...

류승완 감독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와 '짝패', 그리고 타란티노의 영화들에서 보여주는 폭력 미학은 분명 잔인하고 끔찍하지만 이유없이 폭력의 아름다움만을 열거하는 그런 영화들과는 뭔가 달라도 매우 다른 영화였다는 것을 생각할 때 이 작품 역시 폭력에 미학만 이야기하려고 이 작품을 만들었다면 유하 감독은 생각이 없는 감독이었는지도 모른다.

영화는 폭력의 미학 만큼이나 서로가 서로를 배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이는 마치 '동물의 왕국'에서의 '적자생존의 법칙'이나 '서바이벌 게임'을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일반 조폭 영화들과의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

영화에서 병두는 어머니의 병환을 고치고 가족의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하기 위해 칼을 들고 있다. 그리고 살기 위해 결국 넘버 투인 상철을 공격한다.

하지만 결국 그 적자 생존의 법칙에 휘말리게 되고 자신을 위해 헌신했던 같은 조직의 부하에게 처절한 배신을 당하고 죽음도 당하게 된다.

그리고 아무일이 없었다는 듯이 마치 정글의 법칙처럼 새로운 넘버 투는 그렇게 새롭게 조직을 정비하고 있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우선 이 영화는 조인성의 연기도 중요하지만 종수 역을 맡은 진구를 주목해야 한다.

시트콤 '논스톱 5'에서 '나 진구야~!'만 외치던 그였지만 영화에서 보여준 그의 이미지는 확실히 그전 영화들과 달라져 있었다.

병두를 위해 의리있는 행동을 하는 부하로 등장하지만 결국 말미에는 그도 병두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의 야욕을 위해 병두를 공격하게 된 것이다.

또 한 명의 주목할 인물은 남궁민이 맡았던 영화 감독 민호이다.

그 역시도 자신의 성공가도를 위해 친한 친구인 병두를 이용하게 된다.

그냥 좋은 시나리오를 만들기 위한 의미로 시작한 그의 활동은 결국 친구도 잃고 종수 패거리의 공격을 당하는 처지에 이르게 된다.

이는 어찌보면 최근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심각한 열의 아닌 열의를 비꼬는 것일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 유하 감독은 어쪄면 그것을 민호라는 인물을 통해 풍자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영화의 대박을 위해서라면 비리나 추한 행동도 서슴없이 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하고 싶지 않았나 싶다.

천호진과 이보영의 중심을 잡는 연기 역시 주목할 점이다.

황사장을 연기한 천호진은 이상하게도 조직의 보스임에도 불구하고 욕설을 함부로 내뱉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조직과 자신의 사업의 두마리 토끼를 잡는 모습을 보여준다.

진지한 모습을 잃지 않는 그의 모습이 좋긴하지만 다양한 영화에서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면 한다.

이보영은 어떻게 보면 항상 신인같은 모습의 배우같다.

물론 드라마와 영화를 종횡무진하고 CF 모델로도 활약하는 그녀의 모습은 익히 알고는 있지만 그녀는 웬지 처음보는 낮선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게 나쁜의미라고 생각 할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이보영은 항상 처음의 자세로 연기를 임하는 그리 흔치 않는 배우라는 생각이 들었다.

갸날픈 모습에서 조덕배의 '그대 내맘에 돌아오면은'을 열창하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이외에도 병두의 어머니 역을 맡은 선우은숙과 유하 감독의 전작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햄버거 역을 맡았던 박효준은 정말 반가운 얼굴들이었다.

그렇다면 많은 이들이 이야기하는 조인성의 연기에 대한 이야기일 것이다.

한 영화 평론가가 조인성의 연기를 최악이라고 이야기 하였지만 솔직히 필자는 조인성의 연기는 점차 나아지고 있다고 본다. 과거 '뉴 논스톱'의 연기를 생각한다면 그의 연기는 나날히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일'은 그 절정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고...

영화배우로는 부적합하지만 탈렌트로 적합한 배우가 있는 반면 탈렌트로는 적합하지만 영화배우로는 부적합한 배우가 있다. 두가지는 비슷해보이지만 제작방식과 시스템이 다르기에 각각에 어울리는 장르나 직업이 있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노력하면 안되는 것은 없다고 본다.

자신의 역할에 대한 연기 분석과 더불어 상대배우와의 호흡,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연기력은 조금씩 나아질것이라고 본다.

조인성 역시 그것을 기대해 본다.

조인성이 영화에서 자주 부른 곡은 앞에 이보영이 열창했던 '그대 내맘에 돌아오면은'외에도 나훈아의 '땡벌'을 열창하는 장면이 나온다.

땡벌은 말벌의 일종으로 땅벌이라고 부르며 시람을 해치는 벌들 가운데 하나라고 한다.

무서운 말벌이지만 영화에서 조인성이 부르는 이 노래의 가사에서는 외로움이 가득한 노래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사람들은 알고 보면 지독한 외로움을 겪고사는 동물이 아닐까 싶다.

외롭고 지친이들에게 폭력이 아닌 삶의 희망을 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