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새로워진 알모도바르의 경향은 신작인 [귀향]에서 더욱 심화되고 발전된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일단 이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온전히 여자들에 의한, 여자들에 관한 영화입니다. 여자들이 만들어나가는 이 우정과 협력의 공간에서 남자는 짐승같은 색귀이거나, 방해꾼이거나, 주변부적인 존재로 등장할 뿐입니다. 심지어 여기에는 [내 어머니]에서처럼 여자로 성전환한 남자조차도 등장하질 않아요. 이 영화의 여자들은 철저하게 여자들끼리 똘똘 뭉쳐서, 서로 쪽쪽 소리나게 키스를 주고받고, 애정을 표하고, 도움을 주고, 눈물을 흘리고, 교감을 나눕니다. 여전히 알모도바르답게 상처받은 여자들을 전면에 내세우지만, 혼자 외로웠던 키카와는 달리 [귀향]의 그녀들은 서로 보듬어주고 이해하기 때문에 고통을 극복해낼 힘을 얻게 되죠. 이는 더 높은 차원에서 모성에 대한 절대적인 경의로 발전됩니다. 일단 라이문다(페넬로페 크루즈)의 경우를 보면, 이 드세고 다혈질인 여자는 어릴적에 엄청난 일을 겪고 그 부채를 떠안은채 살아가면서도 놀라운 의지와 강인한 생활력을 과시하죠. 라이문다가 시체를 능숙하게 처리하는 일련의 과정을 보노라면, 이 여자는 지옥 문턱에 갖다놔도 살아 돌아올 것만 같은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라이문다를 통해서 우리는 라 만차의 거센 바람도 이겨낼 듯한 모성의 강한 힘을 보게 됩니다. 어머니이기 때문에, 어머니는 세상에 못할 일이 없는 강하고 질긴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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