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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하나로 만드는 기적 리틀 러너
kharismania 2006-11-16 오후 7:13:04 1080   [8]
살면서 누구나 한번 이상은 기적을 바라게 되는 순간이 있다. 그만큼 무언가가 절실해지는 순간이 생기거나 생길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물론 그 기적을 염원하는 대상은 절대자일 수 밖에 없다. 무신론자와 유신론자, 혹은 신앙자와 비신앙자의 구분을 떠나서 그 순간만큼은 속세를 초월한 그분을 찾게 되는 것이다. 

 

 결국 기적이라는 결과물은 믿음의 소산일 공산이 크다. 물론 여기서 믿음이란 종교적 귀의에 입각한 신앙심일수도 있고 혹은 그 기적이라는 행위 자체에 대한 의심없는 순결함 그 자체일수도 있다. 결국 믿음이라는 소신적 기반이 기적이라는 하나의 판타지에 근접할 수 있는 방법론이라는 것이다.

 

 소년의 고해성사로 영화는 말문을 연다. 소년은 자신이 범했던 끔찍한 만행(?)을 숨김없이 고백하고 죄를 사해주길 바란다. -심지어 자신이 일주일에 22번이나 자위행위를 했다는 사실까지도- 하지만 자신의 고해를 듣던 것은 비밀을 보장하고 속죄를 대신해줄 신부님이 아닌 동료학우들이었고 이로 인해 소년은 놀림감이 된다. 소년은 교내에서 담배를 피다가 적발되기도 하고 사춘기시절의 호기심에서 기인되는 성적 욕망으로 인해 -물론 어쩔 수 없는(?) 상황에 의한 사정이기도 하지만- 불경스러운(?) 명성까지 얻게 된다.

 

 어딘가 엉뚱하면서도 삐딱해보이는 소년은 사실 딱한 처지에 놓여있다. 전쟁 중에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한 아버지의 그림자와 더불어 어머니마저 병원 침상에 누워 생사를 넘나드는 투병중이었던 것. 이영화의 페이소스는 바로 그 지점으로부터 유래된다. 이는 소년의 성향에서 기인한 희극적 감성과 대비되는 비극적 감성이다. 그리고 그것이 소년을 달리게 만드는 이유이자 감성의 카타르시스에 도달하게 만드는 추진력을 발산하는 원천이다.

 

 소년은 어머니의 의식을 회복시키기 위해서 기적이 필요할 것이라는 간호사 앨리스(제니퍼 틸리 역)의 말을 듣고 엉뚱하지만 간절하게 기적을 꿈꾼다. 그리고 사막같은 소망은 엉뚱한 오아시스를 만난다. 보스톤마라톤에서 우승한다면 그것이 기적이라고 하는 피츠페트럴 신부(고든 핀셋 역)의 말에 의해 소년은 보스톤 마라톤에서 우승하기 위해 달리고 달린다.

 

 사실 이는 이치에 어긋나는 꿈이라는 것을 관객은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현실적인 불가능성을 견디고 소망하게 만드는 것은 영화의 진실한 신념에 있다.

 

 14살의 소년이 보스톤 마라톤을 꿈꾸게 되는 과정도, 그 소년이 우승을 꿈꾸는 것도 모두 다 가당치 않은 이야기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그것의 실현을 꿈꾸는 이야기가 온당치 않다고 여길 수만도 없다. 우승이라는 기적이 실현되어야 하는 이유는 충분하기 때문이다. 소년이 꿈꾸는 우승이 단순히 허무맹랑하지 않은 것은 소년이 피력하는 소망의 간절함과 그에 맞닿는 기적의 실현에 대한 진실된 믿음에 있다. 단순히 개인적 사명에 의한 목표의식이라면 보스톤마라톤의 우승은 개인적 욕망의 결과물일 따름이다. 하지만 어머니의 회복을 이루기 위해 달리는 소년의 꿈은 아픔을 극복하기 위한 내달림이자 그 내달림으로 이루고자하는 기적의 신념이다.

 

 물론 보스톤마라톤에서 우승한다고 해서 어머니가 회복될리가 없다는 것을 관객은 잘 안다. 하지만 마치 마라톤에서 우승하면 어머니가 깨어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이 영화는 관객에게 부여한다. 그 장담할 수 없는 예감을 품게 하는것은 소년의 내면적 소망이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공통된 소망이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영화에서 이루어지고자 하는 기적은 관객이 이루고자 하는 결말과도 맞닿는다. 그것은 결국 관객이 보고 싶어하는 방향을 영화가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의 진실된 감정이 관객의 감성을 휘어잡을만한 그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는 스스로 소년에게 떠넘긴 기적의 완성을 통해 그릇된 믿음을 강요하지 않는다.

 

 사실 만약 소년이 기적을 이뤘다면 그로인해 자신에게 주어졌어야 할 기적의 결과물이 부재하다는 사실에 실망했을 것이다. 그래서 영화는 소년을 기적의 결박에서 풀어준다. 사실 그것이 옳지 않은 믿음이라는 것을 영화는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믿음의 행위는 결코 값어치 없는 미덕이 아니다. 그 행위가 어긋난 경로의 오해였다고 해도 혹은 소년의 마라톤이 본디 이루고자 했던 그것으로 완성되지 못했다해도 그로 인한 변화들에서 관객은 예상밖의 감동을 건진다. 그것은 소년의 주변사람들, 즉 소년으로 인해 하나의 염원을 그리는 사람들의 모습이 발견되기 떄문이다. 그를 조롱하던 학교 친구들도 혹은 이웃 사람들도 소년의 집념과 변화에 서서히 마음을 열기 시작하고 종래에는 소년의 뜀박질을 격려하기 시작한다. 그것이야말로 이 영화가 보여주는 가장 큰 기적이다. 소년으로 인해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아름다운 기적을 기대한다는 것. 그로인해 비록 실망할지라도 가슴 설레는 기대를 품게 된다는 것. 그것이 바다를 가르고 물을 포도주로 만드는 것보다도 더욱 값지고 아름다운 기적이 아닐까.

 

 어깨가 축 쳐진 채 귀환한 소년에게 클레어는 말한다. 너로 인해 우리 모두가 위대해지는 것 같았다고. 그렇다. 결국 소년은 기적을 이루지 못했지만 소년으로 인해 사람들은 기적을 꿈꾸었다. 불가능하다고 여기는 그곳을 향해 달려간 소년은 결국 모든 이들의 마음을 흔들고 꿈꾸게 했다. 그리고 관객마저도. 이 영화의 기적은 모든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의 소망으로 주목시킨다는 것 자체에 있다.

 

 기적이라는 것은 이뤄진 결과물을 뜻하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그 결과물을 향해 믿음을 지니는 것 자체만으로도 이미 기적은 행해지는 것과 마찬가지일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신은 소년을 마라톤으로 인도하는 기적을 행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이 어머니를 깨우지 못해도 많은 사람들의 닫힌 마음을 흔들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 아닐까. 그리고 그 소박한 기적은 관객마저도 흔드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어쩌면 영화는 소년과 관객이 보고자했던 기적을 팁으로 선사하는 것 아닐까.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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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러너(2005, Saint Ral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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