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쥐를 미로에 가두어 놓고, 그 미로의 끝에 달콤한 치즈를 가져다 놓는다.. 과연 얼마만에 치즈를 찾아낼까. 한번 잘못갔던 길을 반복해 가지는 않을까, 한번 정복한 미로를 여러번 실험해도 같은 시간이 걸릴까. 단순한 쥐새끼에게 이정도의 기억력이 존재한다는 것이 놀라운 일일까. 재밌는 일일까.
이런 밋밋한 실험은 재미없으니까..
쥐를 잔뜩 굶긴 뒤 미로 속에 가두어 본다. 두 눈을 인두로 지져서 앞을 못 보게 만들어 놓고서 실험을 할 수도 있겠고, 치즈를 전류가 흐르는 동판 위에 놓아두고 실험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네들의 행동양식을 관찰한다는 명분은 잠시 뒤로 하고, 일단 쥐의 이런 모습이 또한 굉장한 흥미거리다. 어떻게 할까? 동판을 가로질러 치즈를 먹을까?
쏘우는, 그 미로 안에 쥐새끼 대신 인간을 집어 넣은 영화다. 치즈 대신 미로를 탈출할 수 있는 열쇠를 가져다 놓은 영화다. 그리고, 그 미로 속에 갇힌 실험체가 분비하는 아드레날린의 향취에도 흠뻑 동화되는 그런 영화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무척 안타깝게도 쏘우 1, 쏘우 2 에서는 적어도 등장인물들의 심리적인 공포에 이렇듯 동화가 가능했던 게 쏘우 3 에 와서는 많이 어려워져 버린 느낌이다.
사실, 쏘우 3 에서 관객에게 경악을 선사하는 요소는 따로 있다. 팔다리 뼈마디가 뒤틀리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는, 그야말로 엽기찬란하기 그지없는 장면들이 그것이다. 한편 스크린에서 눈을 돌리기에 충분할 정도로 잔인한 이런 장면들은, 그러나 정작 영화의 진행이나 등장인물들의 연기와는 그다지 상관없게 보인다. 온전히 그러한 장면만으로 관객의 심장박동을 증폭시키고 객석을 움켜쥘 만큼의 아드레날린을 분출시키지만, 정작 영화속 주인공들은 생동감 있게 다가오지 못하고 그 이면에 가리워져 버린다.
상황이 그러하니 그네들의 심리에 제대로 동화가 될 리가 없다.
이런 류의 영화, 공포영화라고 봐 주기엔 너무도 껄끄럽다.. 머리카락 쭈삣거리는 괴기스러움도, 긴장도 온데간데 없다. 차라리, 빈센조 나탈리 감독의 1997년 작, "큐브" 만 못하다. 똑같이 쥐새끼들을 미로속에 가두어 놓고 똑같이 경주를 시키는 영화였지만, "큐브" 에선 등장인물들의 땀냄새까지 온전히 느껴질 지경이었는데..
이정도로 등장인물들의 심리연기가 등한시되는 영화, 속된말로 그나마 잔인한 장면 빼면 시체인 영화. 잘짜여진 포르노그라피에 비유한다면 내가 너무 지나친 건지? 관객으로 하여금 흥분을 유발시키는 장치가 바로 그런 다분히 서술적이고 적나라한, 심지어 노골적인 장면들로 구성된다는 점에 있어서 뭐가 다를까.. 각설하고.
나름대로 영화에 몰입하고, 주인공들의 심리도 따라갔다면 그나마의 "반전"도 많은 의미가 있었을텐데.. 극단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직쏘의 게임의 법칙은, 전편에서 그랬듯이 코 앞에 치즈를 두고서도 전류가 흐르는 동판 때문에 어쩌지를 못하는 쥐새끼의 전전긍긍이 관건이 되었어야 한다. 동판을 딛고 치즈를 향해 나아가기로 너무 쉽게 결정을 내려 버린 쥐새끼처럼, 영화속 주인공들의 생을 향한 처참한 결단에 그 무게만큼의 고민이 과감하게 생략되어 버렸고. 덕분에 관객도 그만큼의 긴박감에서 해방될 수가 있었다. 그럼 남는 건?
긴장도, 공포도 그 무엇도 아닌 역겨움이지.. 마치 두시간짜리 스너프를 보는 듯한..
그나마의 스토리조차도 없었다면 글쎄.. 어떻게 되었을까.
- 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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