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돌아왔다. 사실 이렇게 될줄은 몰랐다. 어느 누구도. 쏘우가 처음 관객을 충격으로 몰아넣은 뒤 날이면 날마다 오는 이벤트가 될줄이야 누가 알았겠는가. 어쨌든 그 세번째 시리즈가 돌아왔다. 어쩌면 이게 끝이 될지도 모른다. -사실 이번 세번째 시리즈가 자신의 전작이 지닌 할로윈 데이 박스오피스 기록을 경신하자 이에 고무된 쏘우의 제작사 라이온스게이트 측이 2007년 할로윈 데이에 4번째 시리즈를 내놓을 것이라 발표했다. 하지만 어떻게?- 왜냐하면 영화를 본다면 그 이유는 명백하기 때문이다.
일단 '쏘우2'가 '쏘우'와의 연관성을 장소의 긴밀성으로 살짝 엮었다면 이번 결과물은 전작과의 연관성을 시작부터 들이민다. 결국 쉽게 말하자면 이 작품은 전작을 섭렵한 자신의 팬층에게 친절한 서비스에 가깝다. 전작들을 섭렵하지 못한 이들에게 이 영화는 단순히 이유모를 잔인함으로 여겨질 공산이 크다. 아만다(샤니 스미스 역)와 직쏘(토빈 벨 역)의 관계를 전작을 통하지 않고 설명할 재간은 없다. 한마디로 이 한편의 후속작은 전작을 거친 이들에 대한 서비스다.
무엇보다도 스케일적인 면에서 원편보다는 두번째 후속편에 가깝다. 물론 그 포문을 여는 시작은 비슷한 위치다. 눈을 떠보니 어느새 잔인한 고문기구에 몸을 결박당한 희생자들은 어김없이 스스로 플레이되는 화면과 마주하고 얼마남지 않은 시간안에 자신의 생명을 담보로 잡힌채 끔찍한 생존조건을 충족시켜야만 한다. 물론 그들 중 생존자는 지금까지 단 한명뿐이다. 아만다를 제외한 나머지 인물들은 그 처절하게 발버둥치다가 결국 끔찍한 마지막을 맞이할 뿐이다.
직쏘가 설계한 죽음의 게임에 참여할 수 있는 이들의 자격은 쉽게 말해 똑바로 살지 않았음이다. 하지만 결국 그것은 영화속 직쏘의 논리일 따름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 관객이 딴지를 걸어도 영화가 그에 대해 귀를 기울일 이유는 없다. 왜냐하면 그런 논리를 통해서 쏘우가 관객에게 던지는 것은 결과적인 도덕성이 아닌 게임 성립의 가당성이기 때문이다. 직쏘가 내리는 심판이 정당한가에 대한 물음따윈 필요없다. 문제는 그가 행하는 행위가 만들어내는 퍼즐같은 게임의 방향성을 따라가는 일이다. 그리고 그 게임의 결과를 목격하기 위해서는 끔찍한 순간들을 참아내고 견뎌야 한다. 그리고 그런 인내심을 즐길 줄 아는 이들이 쏘우를 기다리는 자들이기도 하다.
이번 작품은 전작들에 비해서 시야로 확보되는 잔인함이 가중되었다. 하지만 그만큼 심리적인 압박감은 다소 미약해졌다. 스릴러적인 미약함을 보완하기 위해 하드고어적인 강화가 이루어진 것만 같다. 사실 쏘우시리즈가 어필했던 자신감은 잔인무도한 학살적 행위의 충격적인 장면이 심리적인 압박감으로 연결된다는 점이었다. 단순히 살육의 장이 아닌 의미가 부여된 단죄적 심판으로써의 자가당착적 주입. 물론 이것이 직쏘의 행위에 윤리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영화가 의도하는 게임의 법칙을 성립하게 한다. 직쏘의 이름 자체로도 예감되는 복잡한 구조의 퍼즐게임. 물론 그것이 단순히 퍼즐구도의 난해함을 넘어서 생명을 담보로 단시간내에 행해져야 되는 생존게임이라는 점에서 그 잔인한 게임은 심리적인 긴장감을 가중시킨다.
어떤 의미에서 이번 시리즈는 특별하다. 마치 전편들의 디렉터스 컷을 감상하듯 1편과 2편에서 보여지던 게임의 설계와 준비장면들이 회상을 통해 드러난다. 무엇보다도 직쏘가 스스로도 말하는 마지막 테스트는 전편들의 심판적 단죄와도 성격이 다르다는 점에서 이번 이야기가 관객에게 부여하는 심리적 접근방식이 전편에 비해 어느정도 의외의 모양새로 비춰질 공산도 크다. 단죄가 아닌 기회를 준다는 점은 직쏘의 이전방식과 비슷하나 생각보다 자비로워진 직쏘의 논리는 직쏘를 잘 아는 관객들에게는 놀라운 인상적 결과물이 될 수도 있다. -물론 그조차도 결말을 위한 하나의 장치에 불과하지만-
하지만 확실한건 시리즈가 되풀이될 수록 초창기에 보여주었던 충격이 무뎌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더욱이 기반이 되는 밑천을 죄다 써먹은 세번째 시리즈까지의 결과를 보았을때 과연 네번째 시리즈가 가당키나 할 것인가라는 우려가 동반된다.
어쨌든 부자는 망해도 삼년을 간다고 했다. 쏘우의 유용함은 그래도 삼편까지는 이어지는 것 같다. 아무리 울궈먹었다 해도 여전히 쏘우는 쏘우다. 특히나 이번 작품의 결말은 상당히인상적이다. 인간의 양면적인 심리를 이용해 유종의 미를 거둔 직쏘의 게임은 오버되었지만 충격은 잔존한다. 물론 그보다 강한 충격은 잔인무도하게 핏물을 튀겨주는 센스보다도 놀라운 심리적 일격에서 비롯된다. 마치 인간의 깊은 내면에 잠식된 사악함의 기질을 끌어내는 직쏘의 심리전은 쏘우 시리즈에 매력을 느끼는 관객들에게 가장 큰 이유가 될 것이다. 그래서 네번째 시리즈가 무엇을 말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자리잡는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이 말의 의미는 영화를 보지 않고서는 말할 수 없는 스포일러의 소산이기도 하다. 어쩌면 프리퀼 격의 속편을 예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written by kharisman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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