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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들판의 꽃잎처럼 홀로 서라! (스포일러 주의) 허브
songcine 2007-01-04 오후 7:14:23 613   [2]

 

※얼마만에 써 보는 경고문인지...
이 영화의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주의 바랍니다!




(리뷰 줄거리는 아이의 입장에서 읽어주세요.)

내 이름은 차. 상. 은 입니다.
나이는 스무살입니다.
저는 지체 장애등급 3급으로 말을 잘 못합니다.
하지만 저는 할 수 있습니다.
혼자서 심부름도 갈 수 있고 친구들과 놀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얼마전의 일이었습니다.
포돌이 모자를 쓴 한 사람이 보였습니다.
그 사람은 제가 꿈속에서 그려왔던 왕자님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남자는 아이들때문에 도망을 가버렸습니다.
또... 또... 그러던 어느 날 그 왕자 님이 생명은 소중하다면서 신호등 빨간불이던 저를 구해줬습니다.
그 오빠는 종범 오빠로 교통 의경으로 살고 있습니다.
우리 엄마 얘기를 안했는데 우리 엄마는 세상에서 가장 착하고 예쁜 엄맙니다.
그런데 엄마가 갑자기 2011, 2012, 2013... 이란 박스를 만들기 시작하는 거에요.
사정이 생겨서 먼저 떠난데요. 친구가 그러는데 그건 돌아가시는 거래요.
영영 앞으로 돌아올지 모르는 죽음이라는 것이래요.
나는 엄마가 그런 일을 안했으면 좋겠어요.
먼저 가는 건 싫어요.







국민배우가 안성기가 '안녕하세요 하나님'(1987)이란 작품을 찍었고, 2005년 조승우가 '말아톤'을 찍었다. 작년에는 신현준이 '맨발의 기봉이'를 찍었고...
물론 장애인을 소재로 한 작품은 우리나라와 외국에도 매우 많다.
말을 잘 못하거나 할 줄 알아도 어눌하게 이야기하는...
그리고 뭔가 하나에만 집착하는 성격을 갖는 것이 발달 장애 장애인들의 특징이다.
또한 몸이 힘들긴 하지만 정신 만큼은 일반인 못지 않은 신체 장애인들도 있다.


전작 '신부수업'으로 두 가지 모습의 신부(결혼하는 여자, 사제 서품을 받는 사람)를 동시에 보여주어 독특한 이야기로 관심을 끌었던 허인무 감독이 '허브'라는 작품을 들고 나왔다.

앞에 장애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고 이번에도 또 다른 장애인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소재의 참신성이 떨어진다는 소리부터 듣게 되는데 어찌보면 그런 질책을 받기 않기 위해 노력도 해야하는 것이 사실이다.
'말아톤'의 아류작이라는 소리와 함께 '말아톤'의 주인공이 그녀(강혜정)의 연인 조승우다 보니 이 작품을 '말아톤-여성판'이라고 화두에 오르는 것도 어찌보면 당연한 일. 하지만 '말아톤'이 실존인물이 있었던데 반해 '허브'는 참고할만한 모델이 없었기에 더욱 더 시나리오에 신경이 많이 쓰일 것이다.



뚜껑을 열어본 결과로는 이 작품은 의외의 참신성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나 역시도 이 작품이 '말아톤'같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말아톤'과 다른 점은 앞에도 이야기 했듯이 실존인물과 가공의 인물의 차이이며 판타지적인 느낌, 그리고 가족에 대한 사랑 뿐만 아니라 연인들의 사랑 이야기역시 포함되어 있다.
어찌보면 '말아톤'의 확장된 느낌이라고 볼 수 있겠다.


우선 오프닝을 보면 삽화가 나오고 다양한 동화속 공주들이 나온다.
그 공주들은 우리가 아는 그 공주들이 맞는데 상은의 입에서는 그 공주들의 모습이 뒤틀려진다.
심지어 성공한 커리우먼으로 변하는 모습도 보여주고 있는 이 황당한 장연 다음에 상은이 입사를 할 예정인 한 놀이공원의 면접 현장이 보이고 그 삽화는 그 놀이공원의 벽을 장식하고 있다.
판타지스러운 오프닝으로 시작한 장면은 상은이 의무경찰 종범을 만나면서 더 극대화 된다.
많은 영화에서 보여지던 정지 장면이 나오고 어린아이들에게 두들겨 맞고 있는(?) 종범을 향해 달려가는 장면에서 여러기구들이 둥둥 하늘에 떠 있다.

김태용 감독의 '가족의 탄생'에서도 선경(공효진)이 돌아가신 어머니를 그리워 하며 여행가방을 여는 순간 자신이 어렸을 적 가지고 놀았던 물건들이 역시 둥둥 떠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판타지적인 장면은 억지스러운 경향도 있지만 그만큼 감동, 감탄을 무어라 말로 설명하지 못할 때 이런 황당스러운 장면들이 자주 연출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또한 종범과 상은의 키스씬에서는 셈 맨더스 감독의 '아메리칸 뷰티'(1999)스러운 느낌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좀 독창적인 장면이라면 수많은 상은의 분신들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물론 오프닝에 언급한 동화속 공주들이 떼로 나오는데 모두 상은과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물론 '장화 홍련'과 같은 공주과가 아닌 공주도 나오지만...)
판타지적이고 공상적인 이 장면은 이사이 카츠히로 감독의 '녹차의 맛'(2004)에서 딸 사치코가 자신의 분신과 보이지 않는 싸움을 하는 장면에서도 비교가 된다.
거인처럼 보이는 자신의 분신과 수십명의 분신과 싸우는 것은 마치 서유기의 손오공과 같은 느낌을 받는데 각자 나름대로의 독창적이면서 별난 장면으로 생각되어진다.


이 영화의 장점이자 단점은 멜로 영화의 방식을 충실하게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변형된 멜로가 아닌 우리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멜로 영화 방식으로 간다는 것이 문제점이다. TV에서 방송되는 영화정보 프로그램은 동시에 이 작품을 소개하였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런 영화정보 프로그램에서 대충 줄거리만 눈치를 깐다면 다음 내용은 '안봐도 비디오'이다.
그렇기에 극중 현숙(상은의 엄마/배종옥)의 불치병 진단결과를 너무 쉽게, 쉽게 이야기한다는 문제점이 발생된다. 상은이 장애인으로 활동하고 있는데 설상가상의 상황을 더 만들어서 어지럽게 만드는 것이다.(물론 이런 설상가상의 상황은 많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써먹고 있기 때문에 크게 놀랄 일도 아니다.)


또한 이 영화의 아쉬운 점은 애를 애답게 그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상은의 친구들은 그녀의 정신연령인 6~7세의 친구들이다.
그런데 이들 친구들의 모습은 보통 또래 초등학생들의 모습이 아닌 마치 낮선 사람들의 모습처럼 보인다. 그러니깐 어린 애들이 사랑 운운하면서 어른처럼 행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런 의도는 상은이 모습은 어른이나 정신연령이 어린이이기 때문에 이를 비교하는 차원에서 이런 어른같은 아이들의 모습을 담아냈을 것이라고 생각이 되어진다.
하지만 이 경우는 너무 한 것이 아닐까 싶다. '어른은 어른답게, 아이는 아이답게'라는 고정관념을 깨야하는 것이 우선이긴 하지만 그래도 영화만큼은 아이는 아이답게 그려졌어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상은 역의 강혜정과 종범 역의 정경호는 모두 훌륭한 배우이지만 역시 이 영화에서 빛나는 것은 단연코 배종옥이다. 사실 현숙 역의 배종옥이 자리를 잡아줘야 주인공인 강혜정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것이고 정경호와의 극중 로맨스도 가능한 것이다. 배종옥은 영화보다는 드라마로 인정받은 배우이기에 최근 조금씩 영화에 출연하는 모습은 어찌보면 더 잘된 일이 아닐까 싶다.
현숙의 친구이자 같이 꽃가게를 운영하는 친구로 등장한 이미영은 얼마전 막을 내린 드라마 '환상의 커플'의 코믹한 이미지는 그대로 끌고오면서 주연배우들과의 사건을 조정시키는 나름대로의 중요한 역할을 맡았다. 의무경찰 팀에서 아주 얄미운 선임으로 등장한 이원종의 활약도 돋보였다.



여기서부터는 내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사실 장애인과 친해진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나 역시 그렇게 생각을 했으니깐...
최근 내가 다니는 성당에서 정신지체를 갖은 학생들을 같이 돌봐주기로 맘먹었다.
노는 토요일(일명 '놀토')에는 그들과 함께하지 못하지만 내가 하고 싶었던 봉사활동을 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이 세상에는 힘들고 외로운 사람들도 많지만 자신이 뭐를 해야하는지 잘 모르는 정신지체를 갖은 장애자들도 많다. 몇 년전 같으면 나도 그들을 놀리던 사람들 중의 한 명이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상은이 '바보'라고 놀리던 사람들을 모두 물어뜯던 장면은 어찌보면 이 세상에서 이제는 홀로 남아 혼자 싸워야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인지도 모른다.
현숙이 자신이 죽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하지만 그녀는 분명 알고 있었을지 모른다.
그녀(상은)에게도 홀로서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리고 상은은 알고 있다.
세상에 많은 바보들(어려움)과 싸워야 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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