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누구쥐? 재일 한국인. 그건 언제간 이 나라를 떠나는 이방인이란 뜻. 우리가 무섭지. 사자는 자신이 사자란 걸 몰라. 너희들이 지 멋대로 붙인 것. 난 나야.’
국적이란 무엇인가. 자신이 원해서 그 나라에 태어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자신의 부모님의 국적을 따라서 자식의 국적은 결정이 된다. 그렇지만 국적은 바꿀 수도 있다. 자신이 원한다면 방법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대부분 한 나라에서 태어나서 죽는다. 단순히 태어난 나라이고 소속된 나라란 의미의 국적도 힘의 가진다. 힘 있는 나라의 국민은 힘 없는 나라의 국민을 업신여긴다. 힘이란 무엇일까.
영화의 시작은 한 농구장에서 한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된다. 세익스피어의 소설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나오는 말을 시작으로 ‘이름이란 무엇이지? 난 일본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재일교포.’ 한 남자의 독백으로 시작된 이야기가 ‘자신의 연애 이야기이다,아니다.’ 를 반복한다. 과연 이 남자가 하고픈 말이 무엇일까. 우리는 한번 알아볼 필요가 있다.
주인공의 이름은 이정화다. 일본말로 스기하라(쿠보즈카 요스케)라는 말을 사용하는 이정화. 영화에서 주인공의 울부짖음이 많이 보인다. 첫 장면에서의 독백과 마지막 장면의 대사가 특히 마음에 와 닫는다. 일본이라는 나라에서 재일 한국인이란 자신이 느끼는 그런 울분들을 토로하는 말. 일본에서 한국인의 자리잡기. 어색한 한국말을 쓰면서 일본인 학교에 진학하는 것도 반역자로 찍히는 그런 생활.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인 사쿠라이(시바사키 코우)에게도 한국인이라고 떳떳이 밝히지 못하는 우리의 주인공. 단지 한국인이라는 이유로 여인에게 배척을 받는다. 그래서 주인공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기회를 주려고 한다. 하와이로 가기 위해 한 순간에 한국 국적으로 바꾸고. 하지만 주인공은 한국 국적으로 결정을 한다. 그리고 일본인 학교로의 진학을 꿈꾼다. 하지만 주인공의 설 자리는 어디에도 없다. 농구장에서의 횡포가 그것이다. 현실에 참여하지 못하고 주위를 배회할 수 밖에 없는 그런 현실. 비록 그것으로 유명해 졌지만. 여주인공인 사쿠라이의 말을 통해서 일본인인 아버지의 생각을 말하는 장면이 있다. 둘이 처음으로 성관계를 가지려고 할 때 스기하라가 한국인이라고 고백을 한 후에. 아버지가 한국인이나 중국인이랑은 만나지 말라고.그 이유를 묻는 말에 ‘몰라,한국인과 중국인의 피가 더럽데’ 하는 대답을 한다. 일본인 우월주의를 나타나는 말. 거리낌이 느껴진다. 일본에서 개봉할 때 아무 말이 없었을까 궁금해진다.
극중에서 스기하라의 아버지(야마자키 츠토무)의 말이 떠오른다. 그 원이 너의 세계다.권투란 무엇인가? 그 원을 자신의 주먹으로 깨 부시고 쟁취하는 것. 원 안에 있으면 안전할텐데. 밖으로 나왔으면 힘껏 싸워 쟁취하라는 말처럼 스기하라는 걸어온 싸움은 피하지 않고 나름대로 자신의 살아갈 길을 찾는다. 그래서 생긴 것이 24전 무패. 그렇지만 모두가 아버지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다. 타국에서의 삶에 힘들을 알고 아들에게 좀 더 나은 생활을 할 수 있도록 거칠게 가르쳐주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사랑도 엿 볼 수가 있다.
이 영화는 한일합작으로 만들어진 제일교포에 대해 다른 영화이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앞두고 만들어지는 영화. 본격적인 한일공동 기획 제작 및 동시 개봉. 다양한 한국 영화들이 일본에 진출하면서 일본과 합작해서 영화를 만들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고’는 단순한 자본의 교류나 양국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가 아니라 시작부터 한일 양국 배우,스텝,제작사가 합일이 되어 영화 자체에 대한 공감대 형성을 위해 노력을 하였으며 한일공동제작 시스템을 세우고자 노력하였다고 한다. 재일교포를 다룬다는 특이한 소재. 그래서 주위에 많은 관심을 끌게 한 영화였다. 그래서 그런지 한국인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한국내에 있으면서 해외교포 들에게 무관심했던 나에게도 심각하게 해외교포 들의 생활을 생각해 보게 만들었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영화에서 주연 배우들이 일본인이었다는 것. 재일교포를 다룬 영화인데 한국인은 정작 단순한 조연으로 나온다는 것. 명계남과 김민이 특별출연을 한다지만 다소 아쉬웠다는 것이 사실이다.
다소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만든 영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영화네여. 그렇지만 그냥 지루하고 무겁기만 한 영화가 아니라 나름대로 재미도 있고. 영화를 보면서 주인공은 참 마니 달린다. 많은 고민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달리면서 자신을 바라본다. 그대도 현실에 맞서 힘차게 대항하려는 그런 주인공을 보면서 힘내라고 응원도 하고 싶다. ‘오빠, 달려’. 나도 열심히 앞을 보고 달려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