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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좋았다.... 2/3지점까지는.... 극락도 살인사건
kysom 2007-04-27 오후 5:55:30 1443   [4]

메가박스가 개장한지 10년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단행한 내부공사는 그 비용이 얼마나 들었는지 몰라도 개인적으로는 칭찬을 받아 마땅한 일이라고 말하고 싶다. 훨씬 푹신하고 안락해진 의자는 중년의 나이에도(아~! 내 나이가 벌써....) 영화를 보는데 있어 허리의 통증이 별로 느끼지 못할 정도니 말이다. 2시간에 이르는 런닝타임을 생각해보면 대단한 것이다. 게다가 GS그룹이 강남 케이블 방송을 인수하고 벌인 대대적 영화시사 이벤트에 당첨되어 이 영화를 보는 행운까지.... 아무리 공짜로 보는 영화지만 정신은 바짝 차렸다. 그럴 수 밖에 없었다.

 

 

각설하고, 영화 <극락도 살인사건>은 1986년이라는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하여 시작한다. 최초로 벌어지는 상황은 여느 공포영화에서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충격적이고 끔찍스러운 광경임에도 이 영화는 바로 이 상황과 장면에서 뜻밖에도 관객에게 웃음을 선사한다. "어라, 이 영화 골 때리네...."라고 생각한 건 아마 나뿐이 아니었을 것이다.

 

영화의 오프닝에서 과연 지금 영화를 같이 보고있는 관객의 몇 퍼센트가 <임춘애>를 알것인지, 그리고 섬에 도착했을 때 그 선착장에서 섬으로 오르는 입구에 세워진 <極樂島>라는 한자 팻말을 이 관객중 과연 몇 퍼센트가 자기 힘으로 읽을 수 있었을까 라는 황당무계한 생각도 단지 영화의 초반부에나 가능한 일이었다....

 

 

이렇게 뜻밖의 코믹한 웃음을 선사하면서 영화의 오프닝을 열었던 <극락도...>는 실종되었다고 설정된 17명의 섬주민들의 잇달은 살인 참극을 거의 쉴 틈을 주지않고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듯이 숨가쁘게 보여주면서 대체 이 살인이 왜 일어나고 있는 것인지에 대한 여유있는 사고의 집중을 방해한다. 그렇게 영화는 성공한다.

 

지금 저 인물들이 쉴새 없이 내뱉는 대사속에, 그리고 저 장면속에 혹시 복선이 있지않을까, 무슨 실마리가 있지않을까?에 대한 혼란과 불편함을 느끼게하면서 영화는 폭주기관차처럼 질주한다. 그런데 바로 이속에 영화는 오프닝 때처럼 계속 터뜨리게 되는 웃음을 숨겨놓았다.

 

 

이 영화가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아야하고, 또한 신선하게 느껴지는 부분이 바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잇달아 벌어지는 인물들의 죽음과 살인행각속에서 그 장면장면마다에서 인물들의 연기와 대사를 통해 끊임없이 전율과 스릴을 비집고 관객들에게 웃음을 선사한다는 것이다. 영화가 어이없어서도 아니고, 배우들의 연기가 설익어서 느끼는 민망함도 아니다. 마치 코엔 형제의 영화에서 볼 수있는 듯한 상황에 대비되는 역설적 웃음을 짓게 만든다고 해야하나?

 

 

영화는 그렇게 스토리의 전개라는 측면에서 극중 인물들이 담지하고있는 역할적 이미지라는 측면에서도 설득력을 가지고 관객을 이끌어 나간다. 또 하나 이 영화가 점수를 따는 부분이 소재를 풀어나가면서 관객에게 보여지는 영상미라는 측면에서 인물들의 연기와 이미지라는 측면에서 상당히 의도적으로 B급 정서를 느끼게끔 다가온다는 것이다.

 

어쩌면 <극락도...>는 뭔가 대단한 결말이나 반전이 준비된 영화가 아닐지도 몰라.... 영화에 등장하는 귀신(이 귀신이 왜 나오는지는 비밀~!)이 정말 그 무엇인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들게끔, 어쩌면 마지막으로 생존하는 두 사람이 서로를 의심하여-다른쪽이 귀신이 붙은 것으로 보인다든지 하여서- 피튀기게 싸우다가 서로 찔러서 죽는다든지... 하는 어이없는 결말인지도 몰라 라는 생각이 들게끔 그렇게 B급적인 면모를 느기게 해준다는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영화적 시도와 의도된 정서적 장치가 맞물려 영화는 그 보는 재미를 느끼게끔 해주는데 성공하고 있다.

 

 

영화는 거의 정확히 2/3지점까지는 그렇게 성공적인 면모를 나름 과시하며 관객들을 몰입시키더니, 후반부에 이르러 급반전을 시도한다. 영화는 문득 정신을 차린 것이다. "참, 우리가 스릴러지.... 그러면 멋있는 반전을 보여주어야 하지않겠어? 관객들이 미처 생각지못한 충격적인 결말을 시도할거야..."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 반전이 노출되는 순간 영화전개속에서 보여지던 복선도, 대화적 실마리도 모두 이해되기 시작했다. 영화의 앞뒤가 모두 맞아들어가고, 우리는 그 충격적이고 거대한 음모앞에서 아연 실색해진다.

 

영화는 이렇게 후반부에 가서 그 신선함과 나름 창의적이었던 유머를 잃고, 매우 심각하고 진지하게 그러면서도 그다지 와닿지않는 사실과 진실에 대한 논리적이고 이성적이며 그러면서 충격적이기까지한 논쟁을 벌인다. 그리고 지금껏 영화가 스릴러다웠고, 공포스러웠으며 그러면서도 긴장감을 잃지않는 유머를 보여주었던 진정한 힘을 소진시켜 버린다.

 

 

영화는 반전 노출이후에 너무나 긴 시간동안 관객을 이러한 진지한 상념의 방랑자로 만들어버림으로써 정말 뭐가 더 있는 것이 아닌가? 라는 자못 엉뚱한(!) 궁금증까지 유발시키는 우를 범하고 만다. 그러면서 관객은 씁쓸한 실망감을 안고 아직 끝나지않은 엔딩 크레딧을 뒤로 한채 일어서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며 한마디씩 주고 받는다. "야~ 아까 사당에서 귀신 나왔을 때 소리지르면서 울던 여자 누구냐?"라고....

 

 

어쩌면 내가 영화를 너무 재미있게 보았기에(정확히 2/3지점까지~) 후반부의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다. 영화가 오프닝에서 보여주었던 그 유머와 신선함을 끝까지 유지했더라면, 어쩌면 그렇게 진부한 결말로 가지않고 창의적인 그러면서도 B급스러운(?) 더 충격적인 영화적 결말이 가능하지않았을까? 라는 나의 생각이 오바로 비춰지지않는 그러한 영화적 힘과 가능성을 보았기에 가지는 그런 아쉬움이랄까? 흥행의 문법과 공식에 집착하지말고, 새로운 시도와 영화적 정서의 창의적인 적용이 앞으로 한국영화의 발전의 힘이 될거라고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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