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게이들의 실버타운이란게 정말 존재하는지는 모르겠다. 젊고 아름다운 게이들이 아닌, 늙고 쇠약해진 게이 할아버지들의 집 "메종드 히미코".
생소한 소재이기에 그만큼 이 영화는 호기심을 자아내는 영화다.
"메종 드 히미코"는 아내와 딸을 버리고 게이 정체성을 찾았던 히미코(타나카 민)가, 돈을 모아 바닷가 근처 어느 마을에 지은 게이들의 양로원이다.
그곳에는 젊은 매니저 하루히코(오다기리 죠)를 제외하고는, 모두 사연이 많은 게이 할아버지들 뿐이다. 그리고 왕년의 '마담' 히미코는 병들어 죽어가고 있다. 여기에 히미코의 딸 사오리 (시바사키코우)가 일주일에 한 번씩 일하러 온다. 극도로 호모 포비아인 그녀는 게이들의 삶이 못마땅하지만, 자신도 모르게 마음의 벽이 무너지는 것을 알게된다.
"메종드 히미코"의 방문객 사오리는 유일한 일반이지만, 이 공간에만 들어서면 그녀는 유일한 이반이 된다. 그녀는 이곳에서 아버지의 삶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게 되고, 혐오가 공감대가 되면서 삶의 온기를 감지한다. 물론 아이들이 벽에 써놓은 욕지거리처럼 담장을 넘으면 금방 후줄근한 편견에 부딪히는게 현실이나, 사오리의 눈에 할아버지들의 삶이 우중충하지만은 않다. 노년의 게이들은 알록달록한 원색 옷차림으로 만화주제가 "피키피키피키"를 불러대고, 십자수를 놓으며, 나름의 취향대로 침대를 꾸민다. 오히려 우중중한 쪽은 일반의 삶이다.
제작진은 러브호텔에서 공수해온 침대로 할아버지들의 침실을 꾸몄다는데, 그와 반대로 사오리가 속한 일반의 세계는 "꿀꿀"한 회색톤이다.
이누도 잇신 감독은 전작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에서 소외받은 이들의 사랑을 따뜻하게 담아냈던 것 처럼 "메종 드 히미코"에도 따뜻한 기운을 불어넣는다. 사오리가 아버지의 연인 하루히코를 사랑하면서 영화는 다른 국면에 접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오리다. 그녀는 한 남자로서의 하루히코를 포기하는대신, 세상과의 벽을 허무는 법을 배웠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조제가 이별 후 한 차례 성장했던 것처럼..
"메종 드 히미코"에서 정작 중요한 것은 현재이고 순간이다.
영화는 그 사소한 순간들 속에서 깊고 큰 사랑을 이끌어낸다. 눈물도 있지만 결국 넉넉한 웃음으로 끝나는 "메종 드 히미코"는, 따뜻한 척 하는 영화가 아니라 진짜 따뜻한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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