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의 롤랑 조페 맞아????
최고의 인기를 얻고 있는 톱 모델(엘리샤 쿠스버트)이 한 파티에서 약이 담긴 술을 마신 후 정신을 잃고 어딘가로 납치된다. 깨어나 보니 자신의 물건들로 장식된 지하 감옥. 이유도 모른 채 고통스런 죽음의 위협을 당하고, 탈출하기 위해 애를 쓰지만 매번 아슬아슬한 순간에 실패하고, 옆방에 자신과 똑같이 감금된 남자와 힘을 합쳐 탈출을 시도해보지만 그것 역시 번번히 실패로 돌아간다. 침대에 묶인 채 서서히 피를 뽑히며 죽어가는 희생자를 대망치로 내리치는 범인을 보여주며 강렬하게 시작한 이 영화는 탈출 시도와 실패의 반복을 50분 정도까지 반복해 보여준다.
이렇듯 영화의 초반은 마치 모르모트의 실험 장면을 보는 듯하다. 모든 걸 통제하는 감금자와 거기에 서서히 길들여 가는 희생자. 첫 도입부의 장면부터 시작해 얼굴에 염산 붓기, 장기를 믹서로 갈기 등 끔찍한 장면들이 이따금씩 불쾌하게 만들긴 해도 감금된 자와 감금한 자의 심리적 대립을 통해 대체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갈 것인지 궁금증과 함께 긴장감을 제공했으나, 이러한 긴장감은 옆방에 감금된 남자와의 느닷없는 로맨스 분위기로 깨지기 시작하더니 그 다음부터는 계속해서 보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들기 시작했다.
과연 이 영화 감독이 <미션>의 롤랑 조페 감독이 맞는거야? 혹시 동명이인 아니야?
서서히 범인이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나는 이 영화가 <미저리> 류의 광기 어린 사랑이 불러오는 파국의 드라마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아니었다. 감금한 자와 감금된 자의 밀도 깊은 심리의 변화와 대립을 보여주는 것도 아니고 미친 사랑의 이야기도 아니고, 스릴러라고 보기엔 그다지 어려운 미션도 아닌, 정말 이것도 저것도 아닌 영화.
그러다보니 영화가 끝나면서 이런 영화가 제공해야 할 감금으로부터의 해방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영화가 대체 끝난 건지, 아니면 또 다른 무엇인가가 남아 있는 건지, 찝찝함만이 맴맴돌았다. 그건 그렇고, 대체 영화 제목은 왜 <4.4.4.>로 했는지, 영화를 보면서는 도무지 파악하기가 힘들었다. 영화 팜플렛을 보자면 네 개의 사물함, 네 개의 열쇠, 사흘 간의 납치란 의미라고 하는데, 이건 이 영화를 이해하는 데 사실상 아무런 관련도 없다. 스릴어 영화의 제목은 그 자체로 의미를 가진다고 할 때, 차라리 원제인 <감금>이라고 하는 것이 이 영화를 좀 더 온전히 표현한 제목일 것이다. 어쨌거나 하고 싶은 말은 제목 가지고 장난치지 말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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