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소파.

독특한 모양의 소파가 트럭 위에서 옮겨지고 있다.

그 움직이는 소파위에 앉아 담배를 피우는 여자.

그 여자를 훔쳐보고 있는 사진 작가.

우린 모두

그 장면을 함께 훔쳐본다.

빨간 소파에 앉은 여자의 검은 머리, 다리, 하이힐, 시선. 고양이처럼 느리게 움직이는 그녀의 손짓과 담배연기까지.

트럭은 그녀를 파라다이스빌라, 크고 깊은 강이 내려다보이는 도시의 중심가에 내려놓는다.

축축하고 뿌옇게 흐린 충칭의 최고급 빌라 앞으로 그녀는 쑥 들어간다. 스스로.

남자를 찾아서. 그녀의 러버. 그리고 그의 아내가 있는 곳.

남자가 헤어지는 조건으로 건낸 거액의 돈으로 그녀는 남자의 가족이 사는 상류층빌라 1층에 네일샾을 연다.

시간 순서대로 진행되던 이야기는

사건이 일어날 듯한 순간 시퀀스를 바꾼다.

6개월 전.

샤론.

펭듀.

로즈를 거치며

단순할 수 있는 이야기는 캐릭터들의 시점을 통해 조금 더 풍부한 이야기가 된다.

예상 가능한 이야기를 토막내놓고 흐뜨러트려 관객들의 지루함을 던다?

자연스럽고 풍부한 음악도 도움이 많이 되었고,(음악 정말 좋았다..)

배우들 모두의 연기도 좋았다.

약간은 탈색된 듯 위험수위를 전혀 넘지 않는 깔끔하고 아름다운

부담없이 볼 수있는 살인과 복수와 거짓말과 욕망에 관한 영화인듯.

색감과 영화의 리듬감, 잘 구성된 화면을 보는 재미가 있어

지루하진 않았다.

몇가지 기억나는 장면들.

회장의 딸인 아내에게 자신의 불륜이 들킬까봐 갑자기 초조하게 덜덜 떠는 남자의 모습을 보여주는 방식 재밌었다. 어린애처럼 엉엉 우는 모습이란...

피가 넘쳐나는 망가진 샤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고 살짝 경련이 남아있는 그녀의 손을 보여주고, 그녀를 죽인 남자의 손을 꼭 쥐는 모습. 소파 밑으로 천천히 흐르는 흰 타일위의 피. 이런 방식으로 보여준 살인장면도 좋았다.

(그가 샤론을 죽이기까지의 감정 흐름이 갑작스러운 감은 있었지만.)

어쨌건

대대로 충칭의 상류층으로 살아왔을 로즈는 결국 살아남고

부를 꿈꾸거나 가질 수 없는 욕망을 꿈꾸던 자들은 실패한다.

결국 로즈를 통해 계층 상승을 꿈꾸던 남자는 살인자가 되어 모든 걸 망치고,

가난한 미용사 샤론과 시골출신 건물관리사 펭듀는 죽는 것.

지나친 관찰자이지만 방관자와 별 다를것 없는 호기심많은 여자 모모만 변화가 없다.

(가장 많이 움직이고, 훔쳐보고, 기록을 남기는 자. 그러나 로즈에겐 아무런 위협도, 도움도 되지 않는 자)

도식적이지만

이렇게 생각해보니 재밌다.

충칭의 상류촌 파라다이스빌라는 강에서 올라오는 뿌연 수증기속에서 여전히 건재한다.

로즈는 자신이 가진 걸 어느누구에게도 나눠주지 않을 것이다.

그녀의 파라다이스를 올려다보는 자들은

그 호기심으로 죽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