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사람들만 잘 먹고 잘 사는 동화나라에 ‘마법혁명’이 일어났다. 해피엔딩에 분노한 악당들이 ‘우리도 잘 살아보자’는 기치를 세워 동화 속 세계를 뒤죽박죽으로 만들어버린다. 이에 앞장선 악당은 신데렐라의 계모 프리다. ‘잠자는 공주’는 깨우러 온 왕자와 함께 잠들어 버리고, ‘잭과 콩나무’의 잭은 거인에게 가차없이 밟혀 납작해진다.
가장 황당한 처지에 놓인 주인공은 모처럼 드레스 차려입고 왕자와 만났던 신데렐라다. <엘라의 모험>은 그림 형제의 여러 동화를 비틀고 있지만, 초점을 맞추는 이야기는 <신데렐라>다. 극중 신데렐라는 묵묵히 집안일만 하던 순박한 캐릭터에서 벗어나 도전적이고 열정적인 현대 여성으로 탈바꿈한다.
한편 엘비스 프레슬리 스타일의 백마 탄 왕자는 겉멋만 부리는 얼뜨기로 묘사된다. 대신, 가상인물로 왕자의 시종인 꽃미남 릭을 내세워 신데렐라와 새로운 러브 라인을 만들어나간다. 21세기 작가들에 의해 독창적으로 재구성된 신데렐라 이야기 <엘라의 모험>은 ‘현실적인 해피엔딩’을 찾아가는 재미를 안긴다.
유행어를 남발하는 한국어 더빙이 영화가 가진 재해석의 재미를 흐려놓지만, 어린 시절 동화를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디즈니와 픽사에 비해 그림의 세련미는 부족하나, 유럽 3D 애니메이션만이 주는 신선함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