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던 이 영화 역시 유치하게 반격합니다. 디즈니 자체를 패러디해서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지만, 결국 미국의 동화나라를. 소녀들을 지배하는 행복하고 아름다운 나라를 지배하는 것은 모두 디즈니가 만들어놓은 것이며, 사람들의 행복은 디즈니의 이미지에서 시작되었고, 그 행복함은 영원할것이라는 것을 모든 캐릭터의 정말 너무나도 행복한 결말로 대신 말해주고 있습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는 내내 '바퀴벌레와 닭둘기와 생쥐'들만 제외한다면 얼굴을 찌푸리며 본 적은 거의 없는데다, 정말로 웃으면서 행복하게 보았으니까요. 아 도입부에 나오는 녹색 괴물은 완전히 슈렉인거 다들 아시겠죠? 디즈니 세계에서의 슈렉입니다. 특별출연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중간에 들으시면 프린세스 챠밍의 이름도 언급됩니다.

 

 이 감독님이 또 B급에 대한 일가견을 가지고 계시는지, 배우들을 B급으로 채운 것도 모자라, 화면 자체내에 B급성향 의 유쾌함이 곧곧에 묻어나는데, 그런 숨어있는 취향은 너무 재미있네요. 가령 바퀴벌레 신이나, 공원에서의 퍼포먼스는 마치 오스틴파워에서나 볼수 있는 센스라고 할 수 있겠군요. 악역으로 나온 마녀의 수하  아저씨가 사실은 마녀를 짝사랑하고 있었다는 설정이나, 그걸 나중에 라디오에서 울먹이며 상담하는 장면의 이야기나 장면의 센스는 정말 영화를 즐겁게 해주는 역할이 아니었나 합니다.

 

 이 영화의 제작을 디즈니에서 허락했다는 것은 실로 놀랍습니다. 사실은 디즈니에 대한 모욕일 정도의 패러디임에도 말이죠. 어떻게 보면 디즈니의 예전과도 같은 명성을 되찾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는 것을 디즈니도 느낀 듯합니다만, 정말로 디즈니다운 해결책이라고 할까요. 디즈니가 그간의 세상의 비판은 겸허히 수용하지만,  더욱 해플리에버 에프터한 작품들을 만들어가겠다는 일종의 고집과 다짐인 듯 합니다. :)

 

 디즈니의 천편일률적인 역사와 감독의 B급정서가 절묘하게 배합된 웰메이드 영화였습니다.

 

 앞으로 슈렉이 똥닦는데 사용한 디즈니 동화가 다시 아이들의 메마른 정서를 감싸줄 수 있을지 기대되네요.

 

 

 

p.s: 디즈니의 영향력은 확실히 거대합니다. 우리가 알고있는 동화에서의 주인공의 모습들은 모두 디즈니 캐릭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세상의 모든 여성들이 한번쯤은 동경하는 공주패션은 디즈니가 창조해낸 것일 겁니다. 영화 내에서 나오는 꼬맹이 모건은 동화속에서 튀어나온 여주인공을 시종일관 우상숭배하듯 쳐다봅니다. ㅎㅎ 너무 귀여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