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리플레이에 보는 내가 지친다...
테러 종식을 위한 서방과 중동의 평화협정이 열리는 행사장에서 미국 대통령이 피격 당하고 연단이 폭탄 테러를 당하는 충격적 사건의 발생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곧이어 이날 사건에 직간적접으로 관련 있는 여러 명의 인물들이 바라보는 시각으로 사건은 재구성된다. 대통령 대신 총을 맞았다가 이날 복귀한 반즈(데니스 퀘이드)의 시선으로 시작한 사건 구성은 스페인 경찰, 미국 관광객, 사실은 대역을 내세운 미국 대통령을 거쳐 테러리스트의 시선에 다다라서야 전체적인 윤곽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다중적인 시점으로 재구성되는 영화는 그 자체로는 꽤나 흥미를 끌고 재미를 주는 요소임에는 분명하다. 그리고 사실적인 폭발 장면이라든가 특히 스페인의 도심을 가로지르는 카레이스 장면은 기가 막힐 정도고 손에 땀이 날 정도로 긴장감을 준다. 그러나 몇 사람의 시선으로 동일 사건을 반복해 보여주는 영상은 관점이나 해석의 차이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한 사람의 시선에서는 볼 수 없는 사실의 일부를 보여줌으로서 전체적인 그림을 완성해 나가는 방식이다. 그러다보니 한 사람의 시선에 담긴 화면의 대부분 또는 일부분은 이미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봤던 내용이고, 그래서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의 리플레이(말 그래도 반복!)에 다름 아니다. 그것이 한 번도 아닌 수차례 반복되면서 보는 내가 짜증이 나기 시작한다. '이거 대체 몇 번이나 반복되는 거야????'
내용적으로는 테러단체에 대한 묘사와 그에 대비되는 미국 관광객의 활약(!)은 좀 심하다 싶을 정도다. 이 영화에서 그려지는 테러리스트에 대한 묘사는 너무 전형적이고 극단적으로 묘사되어 있어 거리감이 느껴지는데, 우리사회가 테러에 대해 상대적으로 안전한 사회이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대체 왜 테러를 하는 것인지, 또는 왜 테러가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최소한의 형식적인 전언도 없이 테러리스트는 말 그래도 '피도 눈물도 없는 존재'로 그려지는 건 무수한 헐리웃의 미국 중심주의 영화의 반복(!)에 다름 아니다. 거기에 이유도 설명하기 힘든 느닷없는 사명감으로 뛰고 또 뛰면서 정의감을 과시하는 미국 관광객의 존재는 대체 무엇인가? 미국이란 나라는 대통령부터 일개 시민까지 영웅으로 뭉친 나라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주는 장치인가? 수많은 스페인 시민들은 폭발 장소에서 피하느라 정신없는데 캠코더를 들고 열심히 뛰며 테러범 검거에 일익을 담당하는 위대한 미국 시민이여... 어쨌거나 살 좀 뺐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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