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요즘 어느덧 계절은 봄을 지나 여름의 절정에 다다르고 있다. 이러한 더위 속 올해 여름, 첫번째로 개봉하는 공포영화가 바로 이 영화, <100피트> 이다. 관객들은 모두 등골을 오싹하게 할 공포를 기대하며 영화가 상영되는 극장의 문을 열고 들어가겠지만, 들어가고 나면 남는 것은 어이없는 웃음과 최악의 엔딩을 보고 난 이후의 허탈감일 것이다.
이 영화에는 단 세 명의 배우만 출연한다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남편을 살해하고 가택에 연금된 마니(팜케 얀센), 고인이된 마니의 남편 마이크의 파트너이자 지금은 마니를 감시하고 있는 경찰 바비 카나베일, 그리고 식료품가게 점원으로서 가택연금된 마니의 유일한 친구가 되어주는 조이(에드 웨스트윅), 이 단 3명이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남편 마이크가 유령으로 나오기는 하지만 얼굴은 마지막 엔딩 빼고 나오는 부분이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사실 그가 직접 연기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그렇다면, 이 3명이 조화를 잘 이루며 영화를 이끌어가는가? 미안하게도 대답은 '아니오'이다. 영화의 대부분에 등장하는 팜케 얀센 혼자서 사실상 극을 이끌어 간다. 나머지 둘은 그저 보조출연자일 뿐이다. 당연히 관객은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녀 혼자만이 차지하고 있는 거대한 스크린에 짜증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녀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그녀의 재미없이 표독스럽기만한 원맨쇼를 1시간 30분동안 쳐다보고 있는 일은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다.
저예산에 걸맞게 영화의 특수효과도 허름한 티가 넘쳐난다. 특히 엔딩씬에서 깨어지는 마이크의 혼령부분에서는 허탈한 웃음마저 나오게 할 정도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 영화에 좋은 평을 주지 못하게 하는 것은 바로 허술한 시나리오에 있다. 21세기에 단순 이유도 없는 유령이야기? 거기다 극에서 공포를 주는 부분은 그저 과거를 답습할 뿐인데? 여기에 더해 요즘 B급 공포 영화에 유행하는 처절하리만치 잔인한 부분도 없는 영화? 대체 어떤 부분을 보여주고 싶었던 걸까? 그저 '돈 적게 쓰고 우리는 아이디어도 없어'라고 광고하는 공포영화 '100피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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