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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선을 넘는 써니의 아리아 '님은 먼곳에' 님은 먼곳에
nugu7942 2008-08-03 오후 11:15:27 2104   [7]


사선을 넘는 써니의 아리아 '님은 먼곳에'

[리뷰] 70년대 포크송 어우러진 이준익의 음악영화 3부작
 
 
 

▲ 영화 '님은 먼곳에' 중에 복무 중인 남편을 면회와 외박 나왔지만 여관에서조차 님 상길(엄태웅 분)은 순이(수애 분)보부터 먼 곳에 있다 © 영화사 아침

영화 <왕의 남자>로 전국관객 1천만 명 이상을 동원하며 스타 감독으로 떠오른 이준익 감독이 전작 <라디오스타><즐거운 인생>에 이은 음악영화 3부작 <님은 먼곳에>(제작 영화사아침, 감독 이준익)를 내놨다.

1970년대 '베트남 전쟁'을 소재로 수애-엄태웅-정진영 등이 열연을 펼친 전쟁멜로 드라마 <님은 먼곳에>는 김추자의 명곡 '님은 먼곳에'와 동명의 타이틀로 결혼했지만 밖으로 도는 철부지 남편을 찾아 총성이 빗발치는 베트남 전쟁 속에서 위문밴드 '와이낫'의 보컬로 변신하는 순이의 여정을 그렸다.

당대 가부장제 가족주의를 단적으로 드러낸 엄한 시어머니의 말에 순종하는 순이가 돈벌이에 눈 먼 정만(정진영 분)을 따라 월남 위문공연밴드 '와이낫'에 몸 담으면서 겪게 되는 거친 남성의 세계를 여성의 시선에서 조명했다.

이준익 감독은 때론 순종적인 때론 도발적인 입체적인 변화를 겪는 여성 캐릭터로서 '여성에게 전쟁은 무엇이고 사랑 은 무엇인지'를 질문하며 또한 그 반대편에서 오래도록 수 많은 영화들에서 권력과 패권 다툼에 의해 무수하게 벌이는 남성의 전쟁에 대한 무용론을 내비치며 반전의 메시지를 전한다.

이러한 이 감독의 시선은 더 이상 건널 수 없는 강을 (아니 바다를?) 건너와 '써니'로 버텨온 순이가 상길(엄태웅 분)의 따귀를 때리는 마지막 장면에서 함축된다. 마치 전쟁놀이를 하는 아이를 나무라듯 처음에는 분을 삭이는 오기를 내뱉다가 원망과 애증에 차 눈물을 적시는 그녀의 심리는 관객과 하나돼 진한 카타르시스를 남긴다.  

순이가 월남 위문 공연단을 지원할 수 밖에 없었던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당대 여자에게 '딴따라'로 불리우는 가수라는 직업은 보통의 여자가 넘기에 힘든 신분이었고 처음엔 시어머니의 강권에 못하겠다며 친정집으로 향하지만 '출가외인'이란 정서로 인해 오도가도 못하는 처지에 놓인 그녀의 탈출구가 됐던 것이 베트남이었던 것이다.    

▲ 월남으로 간 박상병 찾아 나서며 밴드 보컬 써니(수애 분)로 변신한 순이를 소재로 한 영화 '님은 먼곳에'  © 영화사 아침

가부장제 가족주의 속 가려져 철저히 소외됐던 한 여성이 남편에 대한 원망과 당대 가수들이 미8군 공연을 거치지 않고는 톱가수 꿈을 이룰 수 없다는 말에 자아에 눈을 뜨면서 한편으로 맘이 먼 곳에 있는 남편 상길을 찾아, 다른 한편에서는 자신의 꿈을 찾아 떠나는 여정이다.
 
한국적 정서가 어린 주제곡 '님은 먼곳에'부터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간다고 하지마오''울릉도 트위스트' 등 중장년층의 향수를 자극하는 대중가요부터 아일랜드 민요 '대니보이' 미국 팝송 '수지큐'까지 이 감독의 음악영화 3부작 결정판답게 영화 속 삽입된 '님은 먼곳에' OST도 또 다른 보석이다.

특히, 영화 속 음악은 전쟁의 총성을 멈추기도 하고 죽음 일보 직전의 사람들을 구해내기도 한
다.와이낫 밴드가 우여곡절 끝에 베트공에 감금되어 있을 때 그들을 죽음의 총성으로부터 구한 것도 써니의 노래이고 베트공의 은신처가 발각돼 미군 포로가 된 밴드 멤버들이 사선을 넘을 수 있었던 것도 미국 국가를 불렀기 때문이다.

영화는 크게 두가지 플롯으로 나눌 수 있다. 써니가 되어버린 순이가 와이낫밴드가 우여곡절 끝에 국군 위문 밴드로 나서며 저마다 꿈을 실현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써니가 남편을 찾기 위해 남성들도 어려운 사선을 넘으며 고군분투하는 장면이다.

남편을 찾는 과정에서 총보다 강한 그녀의 무기는 국군과 미군 장교로부터 도움을 얻는데 성공한 그녀의 노래이다. 그녀의 노래는 마치 1차 세계대전 당시 민족과 이념간 갈등을 허물고 아름다운 우정과 화해를 이끌었던 뮤지션 을 소재로 했던 영화 <메리 크리스마스>의 아리아처럼 다가온다.

▲ 영화 '님은 먼곳에'에서 써니의 와이낫 밴드가 펼치는 국군 위문공연 중 한 장면 © 영화사 아침

영화 속에서 써니가 되어가는 위문 순회공연에서 수애가 소화한 밀리터리룩, 미국 성조기 의상 그리고 파격적인 이브닝드레스 등 의상도 전쟁의 포화 속 걱정을 잠시 잊고 환희를 즐기는 장병들의 실루엣과 어우려져 한 편의 뮤직비디오를 연상시킨다. 

수애와 함께 '와이낫' 밴드의 리더를 연기하는 정진영은 처음엔 파렴치한으로 돈 만 아는 사기꾼이었지만 순수한 써니의 모습에 동화되면서 꿈을 찾는 밴드의 진정한 리더로서 면모를 발산한다.
다만, 이 감독은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의 사건에 대한 충분한 동기부여를 해주지 못하고 있지만 음악과 반전이라는 두 개의 키를 쥐고 격정적인 템포로 그린 전쟁씬 가운데 주인공 내면의 단계적 변화를 세심하게 연출한 장인의 솜씨는 흥행 여부를 떠나 음악영화사에 길이 남을 만하다.


(총 0명 참여)
bolee42
정말, 음악과 여자의 산전수전 이야기를 잘 엮었더군요..군데군데 이야기가 끊기는 부분을 음악 (속 가사)으로 메꾸더군요..잘 봤습니다.   
2008-08-05 0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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