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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도록 효율적인 주목할 만한 스릴러.... 하드 캔디
ldk209 2008-08-05 오전 10:54:05 2165   [1]
놀랍도록 효율적인 주목할 만한 스릴러.... ★★★★

 

영화는 인터넷 채팅창을 비추며 시작한다. 32살의 사진작가 제프(패트릭 윌슨)와 14살 소녀 헤일리(엘렌 페이지). 3주간 이어진 인터넷 채팅을 통해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된 두 사람. 카페에서 녹색 티셔츠를 사주고, 헤일리가 좋아하는 록 그룹인 골드 프랩 공연 얘기를 하며 능수능란하게 대화를 이끌어 가는 제프. 둘이 얘기하는 카페의 벽면엔 도나 마우어라는 소녀의 실종 기사가 스크랩되어 있다. 분위기에 이끌려 제프의 집으로 옮기는 두 사람. 이때까지만 해도 영화는 제프의 변태 성욕에 희생되는 14살 어린 소녀의 이야기인 냥 느껴진다.

 

영화는 거의 끝날 때까지 제프가 정말로 도나 마우어를 납치해 살해한 변태 성욕자인지에 대해 약간은 애매모호한 관점을 유지하지만, 결론적으로 제프는 변태 성욕자였고, 헤일리는 이미 그런 사실을 알고 그와 온라인 채팅에 응하고, 제프의 집을 방문한 영악한 소녀다. 이 영악한 소녀는 자그마한 단서들을 흘리고 다닌다. 헤일리가 좋아한다고 얘기한 골드 프랩은 웬만해선 알기 힘든 인디 밴드에 불과하고, 제프가 음료수를 타주려 하자 ‘자신이 직접 만든 게 아니면 마시지 않는다’라며 은근슬쩍 자신이 만든 칵테일을 제프에게 건넨다. 그리고는 ‘카르페 옴니우스!(모든 걸 다 가져라)’를 외친다. 무슨 의미일까?

 

제프는 헤일리가 건넨 술을 마시고 정신을 잃었다가 의자에 꽁꽁 묶인 채 깬다. 그 이후로 그의 인생 최악의 악몽이 시작된다. 변태 성욕자인 제프로부터 헤일리가 위기에 처했다가 가까스로 벗어나는 것이 일반적인 스릴러 정석이겠지만, 이 영화는 이러한 전형성을 완벽하게 전복시킨다. 14살(이게 실제 나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어린 헤일리는 제프를 마치 장난감 가지고 놀듯 마음대로 가지고 논다. 위기를 벗어나려고 제프가 헤일리의 가정사를 들먹이며 심리전을 벌여 보려 하지만, ‘나름 괜찮은 방법이었다’며 헤일리의 칭찬만 들을 뿐이다. 그리고는 고도의 심리전으로 제프를 심리적 공황 상태로 몰아 놓고는 이 영화에서 가장 압권인 거세 수술 고문을 실시한다. 영화에서 구체적으로 나타나지는 않았지만, 거세가 실제로 이루어진 것 같지는 않으며, 일종의 심리 고문인 것 같다. 왜냐면 거세 수술 후 헤일리가 없는 틈을 타서 줄을 푸는 데 성공한 제프의 어이없다는 표정이라든가 포경 수술만 받아도 아파서 움직이기 힘든데, 거세 수술을 받고도 별 아픔 없이 잘 움직이기 때문이다. 어쨌거나 제프로서는 이 때 이미 한 번 죽은 거나 다름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드 캔디>라는 제목은 어린 소녀를 일컫는 인터넷 속어라고 한다. 이 영화는 저예산 스릴러 영화로서의 장점을 두루 가지고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끝까지 총 4명의 배우만이 출연한다. 주인공인 엘렌 페이지와 패트릭 윌슨, 잠깐 비춘 카페 점원, 그리고 중간에 쿠키를 들고 찾아온 이웃집 여자(산드라 오). 거기에 영화의 대부분은 제프의 집이라는 한정된 공간에서만 전개된다. 제프의 집을 제외하고는 둘이 만나는 카페, 제프 집으로 가기 위해 이동하는 자동차 내부 정도가 전부다. 세상에 이처럼 알뜰한 영화라니. <하드 캔디>는 한정된 공간, 최소한의 등장인물만 가지고도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연기만 뒷받침된다면 얼마든지 주목할 만한 좋은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최고의 사례라 할 만하다.

 

하지만, 일반적인 스릴러 영화가 주는 통쾌함이라든가 깔끔함은 이 영화와는 하등 관계가 없다. 오히려 이 영화는 분명 변태 성욕자를 범죄의 대상인 어린 소녀가 응징하는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대단히 불쾌하고 묘하게 찝찝하다. 영화는 중반 정도까지는 어린 소녀를 응원하게 된다. 제프가 실제로 변태 성욕자가 아니라고 한들, 어쨌거나 원조교제의 음흉한 저의를 내포한 놈 아닌가. 그런데 영화가 종반으로 치달으면서 오히려 제프에 대해선 동정심이, 헤일리에 대해선 거부 정서가 피어오른다. 세치의 혀를 끊임없이 놀리면서 상대를 심리적 공황 상태로 몰아넣고, 빠져 나갈 수 없는 완벽한 코너로 몰아 결국 스스로 자살하게 만드는 그 과정은, 마치 악마의 현신을 보는 듯하다. 영화의 마지막에 밝혀지는 진실 하나는 실종된 소녀의 죽음엔 제프 이외에 한 명이 더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제프는 마지막에 자신이 살기 위해 공범자에 대한 정보 제공을 제안한다. ‘나는 사진만 찍었어. 죽인 건 따로 있어. 그 녀석을 알려줄게’ 헤일리의 대답. ‘그 녀석은 이미 자살했어. 그 녀석도 너가 죽였다든데’ 정말 후덜덜덜.... 아마도 헤일리는 실종된 소녀 도나 마우어와 관련이 있는 인물인 듯 싶은데, 영화는 소녀의 정체에 대해선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끝낸다. <엑스맨-최후의 전쟁>으로 안면을 익히고 <주노>로 내 시선을 잡아버린 엘렌 페이지. 엘렌 페이지가 2005년에 출연했던 <하드 캔디>는 그녀의 연기가 실로 가공할 수준이라는 걸 말해주는 확실한 증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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