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상상하는 영화, [렛 미 인 (Lat Den Ratte Komma In)] 렛 미 인
chbb234 2008-12-16 오전 12:42:18 2986   [3]

 

소년, 소녀를 만나다

 

 

 학교에서 괴롭힘을 당하는 소년은, 오늘 밤에도 힘없는 나무에 또다시 칼을 들이댄다. 그것은 소년에게 세상과의 연을 끊지 못하는 작은 희망이자 미련, 소용없는 용서이자 화풀이였다. 세상에 괴롭힘 당하는 소년은 자신에게 무엇이 남았고, 무엇이 남겨질 것인가에 대해 의심이 들기 시작한다. 그에게 남겨진 것은 없었다. 단지 소년을 괴롭히는 세상과 세상에 괴롭힘 당하는 소년만이 존재할 뿐이었다. 분명 그랬을터였다.

 어느날 소년은 소녀를 만나게 된다. 하지만 그녀는 단순한 소녀가 아니었다. 세상과 단절되고 어둠 속에 살며 흡혈을 생활로 살아가는 뱀파이어였다. 세상에 괴롭힘 당하는 소년과 세상과 동떨어진 소녀의 만남.

 소년과 소녀는 과연 무엇을 남길 것인가..

 

 

잔혹한 동화같은 사랑

 

 

 뱀파이어인 소녀는 언제나 피에 굶주려 있다. 사람을 죽여 피를 뽑아 자신에게 식량(피)을 가져다 주던 아저씨를 하인으로 삼으며 살았던 소녀는 소년을 만나지만 그의 피를 마시진 않는다. 아저씨가 죽은 뒤 소녀는 직접 사람들을 사냥하며 피를 마신다. 역시 소녀는 소년의 피를 마시진 않는다. 소년이 상처에 의해 피가 났을때도 소녀는 자신의 본능을 참아낸다. 인간의 음식을 먹지 못하는 소녀이지만 소년의 막무가내스런 요청때문에 결국 먹고 심한 구역질을 한다. 그리고 소년의 호기심으로 죽을 위기에 처하기도 한다. 어떨 때는 소년이 소녀를 구해줄 때도 있다.

 

 

 '렛미인'에서 대부분의 장면에 깔려지는 피가 난자하는 장면이나 사람이 잔인하게 죽는 비주얼만이 이 영화의 '잔혹함', 그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아니다. 진정으로 말하고 싶은 '잔혹함'이란, 사랑하지만 가까울 수 없는 그들의 차이점에서 스며나오는 슬픔의 '잔혹함'이 아닐까. 잔인한 장면은 단지 '진정한 잔혹함'의 또다른 해석이자 표현일 뿐이다.

 

 그래서 그런지 '잔혹함'과 '사랑'의 어울릴 것같지 않은 두 요소는 이 영화에 굉장히 자연스럽게 녹아들어가있다. 왜 그럴까? 소년은 소녀의 차이점을 알아가며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다른 공포+멜로영화의 경우 그 사실을 처음부터 알리지도 않으며, 영화 후반의 클라이막스를 위한 핵심장치로 사용된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그런 놀라움을 배제한다. '렛미인'에서 나오는 소년과 소녀의 모든 장면들은 결코 동등해질 수 없는 그들의 사랑을 얘기함과 동시에, 그 차이점을 포용하고 극복하는 그들의 사랑을 이야기한다.

 

 상상의 설정 안에서 자라나는 잔혹함과 어리고 순수한 사랑. 나는 이 영화의 또다른 이름을 '잔혹한 동화'라고 부르고 싶다.

 

 

상상하는 영화, Let The Right One In.

 

 

 애매모호한 상황과 인간관계, 의미심장한 대화,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판타지한 설정,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같은 현재진행형 엔딩. 소설이 원작인 '렛미인'은 영화 자체에 '애매모호함'이 짙게 깔려있다. 이 영화를 본 관객들 중 아직도 결말에 대해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사람이 종종 있고, 소년과 소녀의 관계와 엔딩 이후에 대해 새로운 관점을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대부분의 영화는 '애매모호함'을 용납하지 않는다. 영화는 필름 속에 투영되어지는 그대로의 장면만을 이야기하고 그 안의 모든 비밀과 사실들을 표현한다. 이런 규칙을 무시하고 '애매모호함'이 바탕에 깔리는 영화는 그 자체가 실패작이라고 관객들은 말한다. '렛미인'도 '애매모호함'의 그림자에 뒤덮여 비판과 오해를 적지 않게 받고 있다.

 

 그러나 '렛미인'은 '애매모호함'을 가진 것이 아니다. '렛미인'은 영화의 필름 안에 '상상'이라는 공간을 남겨두었을 뿐이다. 마치 자의적인 해석을 요구하는 초현실주의적 분위기의 소설처럼 말이다. 영화 안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객이 자의적으로 해석해도 상관없으며 엔딩 이후의 일에 자신의 생각을 붙여넣을 수 있는 공간말이다. '렛미인'은 관객 한명한명에게 또다른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여지를 남겨놓았다. 그것도 자신의 마음과 생각, 자신의 극장 안에서.

 

Ps.

'렛미인'이 진정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라고 곰곰히 생각하다

글을 약속한 날부터 2주가 지나갔다.

 

결국 '렛미인'에서 말하는 진정한 사랑의 의미라는 건 존재하지 않는다.

그녀, 혹은 그를 내 마음 속에 들여보내주는 것은 단지 시작이자 동기일뿐이다.

그 후에 볼 수 있는 진정한 의미는 보는 관객에게 존재할지도 모른다.

Lonewolf's Shelter

(http://blog.naver.com/chbb234)


(총 0명 참여)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7-08 10:16
jungboeom
잘 읽어보았습니다. 글 잘 쓰시네요.   
2008-12-16 19:20
shelby8318
글 잘 읽었습니다.추천합니다.   
2008-12-16 13:44
RobertG
오우.. 정말 글 어렵지 않게 잘 쓰신다.. 추천이효!

블로그 구경도 잘했습니다^^   
2008-12-16 01:19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71806 [과속스캔들] 과속스캔들-익숙하지만 반가운 (2) beaches 08.12.17 978 0
71805 [서양골동양..] 굿굿 (1) sweetkiss100 08.12.16 993 0
71804 [구구는 고..] .............. (2) sweetkiss100 08.12.16 861 0
71803 [이글 아이] 눈돌아갑니다. (1) tkdans90 08.12.16 1150 0
71802 [트와일라잇] 손발이 오그라드는 유치함..인터넷 소설의 영화화같은.. (5) aksflsla 08.12.16 2011 1
71801 [과속스캔들] 생각했던것 이상의 영화 (8) loveja822 08.12.16 7672 1
71800 [멋진 하루] 하정우는 그래도 주변인이라도 있지... (2) liebejoung 08.12.16 1400 0
71799 [오스트레일..] 배경은 너무 멋있었지만 그래두 (1) okane100 08.12.16 1194 0
71798 [과속스캔들] 아역배우 넌 애가 아니다 (2) okane100 08.12.16 1323 0
71797 [쏘우 V] 직쏘의 후계자 (2) asa1209 08.12.16 1211 0
현재 [렛 미 인] 상상하는 영화, [렛 미 인 (Lat Den Ratte Komma In)] (4) chbb234 08.12.16 2986 3
71795 [벼랑 위의..] 미소가 지어지는 아기자기한 판타지! (4) maymight 08.12.15 1281 0
71794 [예스맨] 역시 긍정의 힘을 이길껀 없다! (4) kaminari2002 08.12.15 1345 3
71793 [오스트레일..] 잉글리쉬페이션트처럼때론진주만처럼~가을전설냄새도.. (3) anon13 08.12.15 1114 1
71792 [볼트] '인크레더블'한 강아지의 자아찾기. (2) kaminari2002 08.12.15 932 2
71791 [더 폴 :..] 화면을 캔버스 삼아 펼치는 자유로운 상상의 나래.. (4) ldk209 08.12.15 2152 7
71790 [과속스캔들] 과속스캔들 vs 미녀는 괴로워 비교해봅시다! (11) aura1984 08.12.15 18668 5
71789 [트와일라잇] 남성관객들 영화 관람전 필독요망 (3) woomai 08.12.15 1446 1
71785 [달콤한 거..] 아기자기 엽기발랄 상큼 귀여운 영화!! (3) hn14hn 08.12.15 850 0
71784 [예스맨] 기가 막힙니다!!!! 10점 만점에 10점~!!^^ (1) hn14hn 08.12.15 1126 0
71783 [지구가 멈..] 금주 박스오피스 1위!! 개봉하자마자 보고 온 소감!! (4) seocb11 08.12.15 9439 1
71782 [과속스캔들] 대박대박.. (3) dlrmadk 08.12.15 925 0
71781 [예스맨] [시사회] 예스맨 (1) nayonggirl 08.12.15 849 0
71780 [미인도] 미인도 (1) sy1378 08.12.15 963 0
71779 [서양골동양..] 남자가 보기싫은 남자들(?)영화. (1) pontain 08.12.15 1244 0
71778 [트와일라잇]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을 그린 로맨스^^ (1) joongreat 08.12.15 1105 0
71777 [잃어버린 ..] 감탄만 하다가 끝난 아주 재밌는 영화!? (1) wodnr26 08.12.15 1764 0
71776 [트와일라잇] 흡혈귀 버전 하이틴 로맨스 (1) bjmaximus 08.12.15 1092 0
71775 [렛 미 인] 얼마나 열려있나요? (1) gpdls99 08.12.15 934 0
71774 [오프라인] 근래 보기드문 수작 (1) j1912319 08.12.14 4306 0
71773 [신 시네마..] 영화 그리고 인생에 대하여. (1) yoshi09 08.12.14 873 0
71772 [트와일라잇] 여자들에겐 만족을.. 남자들에겐 다소 아쉬움을.. (17) sh0528p 08.12.14 17775 5

이전으로이전으로706 | 707 | 708 | 709 | 710 | 711 | 712 | 713 | 714 | 715 | 716 | 717 | 718 | 719 | 720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