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스릴러와 인종문제의 두 바퀴.. ★★★☆
덴젤 워싱턴이 가장 닮고 싶은 배우로 꼽은 시드니 포이티어. 그가 배우로 활동했던 당시는 여전히 인종문제가 강력하게 작동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그가 출연한 작품들이 대체로 인종문제를 품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은 남녀의 사랑문제와 인종문제가 결부되어 있고, <언제나 마음은 태양>은 교육문제와 인종문제가 결부되어 있다. <밤의 열기 속으로>는 살인 사건을 다루는 범죄 스릴러와 인종 문제가 자동차의 두 바퀴처럼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
아직은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 남부 미시시피주의 작은 마을에서 한 백인의 시체가 발견된다. 죽은 콜버트는 공장 건립과 관련해 마을 사람들과 충돌을 빚던 사업가였다. 경찰은 즉시 인근 지역 및 기차역 등을 수색하는데, 기차를 기다리던 흑인 버질 팁스(시드니 포이티어)는 단지 흑인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신분증조차 보여주지 못한 채 경찰서까지 연행된다. 알고 보니 그는 필라델피아의 살인사건 전문 형사. 이곳 백인 경찰들은 도와줄 수 있다는 버질의 제의를 단번에 거부하지만, 그의 재능을 알게 된 미망인의 요청으로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레이 찰스가 부른 동명의 주제가가 깔리는 가운데 시작하는 영화는 인종문제라는 조금은 무거운 주제가 아니더라도 뛰어난 범죄 스릴러 영화로서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다. 버질 팁스는 뛰어는 능력을 발휘해 사건의 진실로 점점 다가선다. 그는 시신 부검을 통해 범인이 오른손잡이로서 왼손잡이인 첫 피의자가 혐의 없음을 밝혀내고, 피살자는 다른 곳에서 살해되어 발견된 위치로 옮겨진 것을 확인한다. 또한 거액의 현금을 입금하고 한 소녀를 임신시킨 사실로 피의자가 된 경찰관 샘(워렌 오티스)의 혐의가 없음도 밝혀낸다. 이 과정에서 피의자가 됐던 백인들은 흑인인 버질 팁스의 지지자(?)가 된다.
그런데, <밤의 열기 속으로>가 위대한 건 범죄 스릴러로서의 완성도나 인종문제를 다뤘기 때문만은 아니다. 흑백을 넘어선 인간 본성의 문제를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위대하다. 버질 팁스는 사건을 수사하는 도중에 공장부지 근처에 거대한 농장을 경영하고 있는 에릭 엔디콧(레리 게이츠)을 유력한 용의자로 점찍는다. 죽은 콜버트가 운전했던 차량의 브레이크에 엔디콧 농장에서 키우는 작물이 묻어 있는 걸 근거로 압박해 들어가지만 그는 쉽사리 건드릴 수 없는 거물이다. 이 과정에서 엔디콧과 버질 팁스는 따귀를 한 대씩 주고받는다.(백인을 때린 흑인은 총으로 쏴서 죽여도 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버질의 엔디콧에 대한 증오는 점점 증폭된다. 꼭 엔디콧을 잡아야 한다며 광분하는 버질에게 빌 질레스피(로드 스타이거)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봐! 지금 자네의 모습을 봐. 우리와 똑같아”
난 빌 질레스피가 이 말을 하는 순간이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이며 감독이 진정으로 하고 싶었던 말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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