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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예스터데이] 새로운 장르 개척, 한국형 SF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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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터데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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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vgi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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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6-09 오후 9:39:2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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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최초 SF 블록버스터”, “한국영화의 SF 선전포고, 미래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영화 <예스터데이(Yesterday)>를 설명하는 카피들이다.
영화 <예스터데이>는 SF영화이다. 말 그대로 미래에 있을 법한 과학적 발전에 대한 상상력이 동원된 공상과학 영화(Science Fiction)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영화산업이 아무리 발전을 하였다고 하더라도 많은 자본과 기술을 요하는 SF 영화에 도전한다는 건 아직 시기상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하지만 이 영화는 과감하게도 SF에 도전장을 낸 것이다.
SF영화를 만든다는 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현란한 기술과 멋진 아이디어로 중 무장한 세계 최정상의 헐리웃 SF 영화에 이미 익숙해진 관객들에겐 어설픈 SF영화란 무시나 멸시의 대상일 것이다. 그러니까 어설픈 상상이나 아이디어로 비롯된 세련되지도 매끄럽지 못한 SF 영화를 제작, 관객에게 선보였다가는 톡톡히 망신을 당하기 십상일 것이라는 말이다. 따라서 자국의 영화산업이 발전일로에 있다는 우리나라 외의 다른 몇몇 나라에서도 SF가 아닌 다른 장르의 영화에 도전, 성공하는 사례는 있어도 SF 영화로 승부를 거는 나라는 극히 드물다는 건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런 면에서 영화 <예스터데이>는 대단히 용기 있는 영화라는 생각을 하게한다. 굉장히. 또한 어설픈 미래 상에 대한 헐리웃과의 상대 비교에 대한 우려를 씻기 위해 먼 미래보다는 근 미래를 영화의 배경으로 설정한 것은 꽤나 현명한 선택이라는 생각을 했다.
시놉시스. 2020년 통일된 한반도의 인터시티. 특수수사대의 석(김승우)은 아들을 유괴당한 아들을 구하기 위해 직접 진압부대를 이끌고 한•중 국경지방에서 은닉장소를 덮치지만 범인을 사살하려다 자신의 아들마저 죽인다. 1년 후 석은 아직도 아들을 납치한 살해범의 행방을 쫓고 있다. 그러던 중 은퇴한 과학자들에 대한 연쇄 살인이 아들의 죽음과 관련 있음을 알고 사건을 추적하던 중 경찰청장의 납치 사건이 발생하고 이 사건 역시 연쇄살인의 연장선상으로 수사를 담당한다. 청장의 딸이며 범죄심리분석관 노희수는 경찰청장의 납치현장을 목격한 뒤, 수사에 도움이 되고자 윤석의 팀에 합류한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이 1990년 국방부의 극비 프로젝트가 낳은 비극임을 알아내고 사건 뒤에는 골리앗이라는 남자가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아내는데… 우리나라 최초의 SF 블록버스터 <예스터데이>는 나에게 한마디로 “좋다”, “나쁘다”의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하는 여러요소가 있었다. 영화는 분명 내가 실소를 자아내게 할 만큼 허술한 부분도 많고 전체적인 극의 구성이나 완성도면에서도 부족한 면을 많이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는 내게 한마디로 “재미없다” 또는 “졸작”이라는 말을 함부로 할 수 없는 부분을 가진다. 공을 들여 찍은 액션 장면, 통신장비 등 미래를 보여주는 장치, 컴퓨터 그래픽으로 만든 3D 도시나, 이국적인 풍경의 로케이션지점들 등 공들여 만든듯한 미래를 연상하는 장치들의 모습에서 적어도 화면만을 따지고 든다면 웬만한(물론 헐리웃은 제외되지만) 외국의 SF 영화 못지 않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영화의 단점 : 개연성이 부족한 스토리 라인, 개성이 돋보이지 않는 캐릭터 SI의 팀 리더 석은 1년 전 아들을 잃었고 그 사건의 중심엔 골리앗이 있다. 초반 한별(석의 아들)의 납치와 죽음은 석이 골리앗의 사건에 본격적으로 투입될 계기를 부여하고 골리앗이 석을 자신의 범죄행각에의 초대로 보여진다. 이것은 이후 밝혀질 석과 골리앗의 관계를 설명하기 위한 복선 같은 구실을 하지만 1년 전이라는 시간적 설정은 좀 뜬굼이 없다. 골리앗의 석에 대한 초대가 있은 후 1년이 지나서야 본격적으로 복수극을 펼친다는 것인지… 좀 이해가 가지 않는 설정이다. 시간은 갑자기 1년 후. 여전히 골리앗에 의해 자행되는 연쇄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석. 그리고 경찰청장의 납치사건이 발생하고 이 현장엔 딸이자 아시안 연합경찰 범죄심리 분석관 노희수가 있다. 골리앗의 연쇄살인 사건의 연장선상에 이 사건을 담당하게 된 석과 희수의 만남. 이 둘의 만남은 적어도 작위적이진 않다. 하지만 이 다음부터가 문제다. 아버지를 돕기 위해서라지만 범죄심리분석가라는 사람이 위험한 현장 수사에 갑작스럽게 뛰어드는 것이 당황스럽고 아무리 경찰소속이라고는 하지만 그런 희수를 내버려 두는 리더 석의 모습 또한 이해가 가질 않는다. (당연히 한 팀의 리더라면 팀의 안전을 위해서라도 그런 무 경험자의 현장투입은 당연히 배제시켜야 한다.) 그리고 아버지와 관련된 30년 전의 프로젝트를 너무 쉽게 알아내는 상황도 그렇고 그 내용을 석에게 알리지 않고 희수가 독단으로 움직이는 것도 어쩐지 사건을 벌이기 위한 장치 같은 것으로 보여진다. 어째 헐리웃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트러블 메이커 격의 여성 캐릭터(희수)와 그 여성을 보호하는 든든한 남성의 캐릭터(석)을 고스란히 가져온 듯한 느낌이 든다. 또한 두 사람에게 공통으로 지워져 있는 편두통이나 건망증과 관련된 설정은 두 사람이 이 사건과 관련된 과거의 어떤 일에 연관되어있다는 복선을 주기도 하지만 어쩐지 그들이 연인으로 발전할 것이 아닐까 라고 우회적으로 이야기 하는 것 같고 그것이 실현되는 과정이 좀 갑작스러워서 작위적인 느낌이 더 크다.
30년 전의 프로젝트 그리고 인간복제의 희생양, 연쇄살인범 골리앗. 영화는 30년 전 프로젝트에 대해 구구절절한 설명을 회피한다. 그저 30년 전 극비리에 어린아이들에게 유전자 실험을 하였고 그곳의 유일한 생존자이며 희생양이 골리앗이라는 것. 그리고 가끔씩 보여주는 아이들의 환영들… 그런데 좀 이상한 건 골리앗이 언제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알아냈는지, 극비 프로젝트에 대해선 어떻게 알아냈는지, 그리고 극비 프로젝트에 연관된 사람을 어떻게 다 알아내고 살인극을 벌일 수 있었는지에 대해선 일절 설명이 없다. 또한 석이 희수가 이전의 그 프로젝트와 관련이 있었다는 걸 어떻게 골리앗이 알아냈고 그들을 어떻게 찾아냈는지에 대한 설명이 전혀 없다. 또한 골리앗이 석과 희수를 유인하는 마지막 일전을 벌이는 장소인 30년 전 실험의 장소가 왜 그때까지 인적 없이 방치되어 있게 되었는지도 의심스럽다. 그리고 골리앗의 마지막 희생자 신부님(전무송분). 30년 전 프로젝트의 책임자이자 골리앗의 전모를 알고 있으며 골리앗을 유인하기 위해 미끼가 되기를 자청한 그. 무언가 알고 대처를 할 줄 알았던 그가 허무하게 죽는 모습도 그렇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데 대한 질문이나 신부의 변명한마디조차 나누지 않고 처형하듯 죽여버리는 이 부분은 영화 속에 차라리 없었으면 차라리 신부님의 존재가 없었더라면 극의 내용이 분산되지 않고 짜임새를 이룰 수도 있었을 것 같다는 부질없는 생각을 해 보았다. 영화의 모든 비밀 즉, 그(신부님)와 희수의 관계, 골리앗과 석의 관계 등,을 간직한 그가 골리앗과 관련된 프로젝트에 대해서, 석과 희수는 왜 같은 두통과 건망증을 갖고 있는 지에 대해서 무언가 알 수 설명을 해 주었더라면 하고 생각했던 나의 기대는 완전히 무너지고 영화는 그저 허무하게 ‘아마도 그랬을 것입니다’ 라는 식의 어정쩡한 흔적만을 보여주는 것 같아 보는 이로 하여금 허무함과 씁쓸함을 갖는 결말을 보여준다.
전체적으로 거대한 줄거리의 틀에 꾸역꾸역 줄거리를 끼워 넣는 듯한, 앞뒤설명 없이 얼렁뚱땅 전개되는 상황전개로 영화는 도무지 그 흐름을 읽을 수 없는 영화가 되어버렸다. (이 글을 쓰는 나 역시도 영화를 같이 본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 보고 난 이후에야 줄거리를 종잡을 수 있었으니까.) 줄거리의 흐름이 이렇다 보니 각각의 캐릭터에 중심이 가해질 리는 만무한 것. 하지만 적어도 분위기상으론 석, 골리앗, 메이 역의 김승우, 최민수, 김선아는 그 몫을 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만 어쩐지 국적불명인 듯한 김윤진의 모습은 영화 속에 겉도는 느낌이다. 총을 잡고 사건을 해결하는 것도 아니고 데이터에 의해서 사건을 분석하고 있는 것도 아닌 그녀의 모습이 어정쩡하다. 다만 트러블 메이커 그 자체일 뿐.
여러 영화를 연상시키게 하는 장면들. 영화 <예스터데이>를 보고 있노라면 이전에 보았던 여러 영화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가장먼저 생각나는 영화가 리들리 스콧감독의 <블레이드 러너>. 영화 속 석은 해리슨 포드를 연상시키며 인간복제 프로젝트의 희생양 골리앗은 <블레이드 러너>에 등장하는 레플리컨트들을 연상시킨다. 또한 영화의 군대군대 등장하는 일본풍의 거리의 느낌이나 어두운 푸른빛으로 도시를 표현하는 방법 등이 그 영화의 전체적인 인상과 많이 닮아 있다. 또한 초반 신부님의 등장과 SI 특공 요원들의 투입 그리고 어린아이들의 모습에서 어쩐지 이전영화인 <퇴마록>과 분위기가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을 했다. 희수가 많은 사람들 앞에서 범죄인에 대한 연구결과를 발표하는 장면에선 <엑스맨>의 모습이, Video Phone 소리에 머리를 만지며 자신의 침대에서 피곤한 듯 일어나는 석의 모습에선 <제 5 원소>의 느낌을 받는 등 영화는 장면장면이 자신만의 독특한 영화의 산물이 아니라 기존에 나와있던 모든 SF 영화를 답습이라도 하는 듯이 어딘가 보았던 장면, 배경을 선보인다.
이 영화가 위와 같은 많은 단점을 가지고 있기는 하지만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자그마한 장점들 때문에 난 이 영화를 실패한 영화라고만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 어쩌면 이후에 제작될 영화에 좋은 본보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의 장점. 공들여 찍은 액션씬. 영화의 초반과 중반에서 보여주는 특공작전을 방불케 하는 총격씬은 어느 헐리웃 영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어 보인다. 몸을 사리지 않고 화염 속을 움직이는 배우들의 모습이나 좋은 그림을 잡기 위한 카메라맨의 노력은 영화의 장면장면을 보면 느낄 수 있다. 상황이 어땠던, 영화 속 액션 장면만은 정교하고 사실감이 있어 영화에 활기를 불어넣는다.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미래의 모습 또한 흥미롭다. 고층빌딩의 지붕 정도에서 볼 수 있는 대형 광고화면이 이 영화 속에선 하늘을 유유히 배회하면서 더 많은 사람들이 더 많은 장소에서 그날의 뉴스를, 광고를 볼 수 있을 것이라는 미래의 모습을 보여준다. 정 사각형 빌딩보다는 태양열을 의식한 듯 위로 갈수록 약간씩 비스듬해 보이는 빌딩의 모습, 전체적으로 금속성의 느낌이 나는 공간표현, 그리고 추격전을 벌일 때 지붕에서 조차 보여주는 현란한 광고의 모습 또한 미래에선 익숙해질 빌딩의 모습이 아닐까도 생각된다. 미래에는 대중화 될 것 같은 차량용, 가정용, 또는 공공용의 비디오 폰이나 카드크기의 휴대용 비디오 통신장치, 음성인식 컴퓨터 등도 꽤나 흥미로운 모습이었다. 2020년에는 통일 한반도가 될 것이라는 설정이나 한, 중, 일 등의 근거리의 국가들이 미국처럼 한데 섞여 살 것이라는 설정, 주로 메이를 통해 보여주는 미래 풍 의상도 영화의 이국적인 느낌에 한 몫을 하게 한다. 다만 영화 속에 지나치게 많이 등장하는 광고 성 화면들이 눈을 거슬리게 하기는 하지만 영화는 어느 정도 미래의 모습을 표현하는 데는 일부 성공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체적으로 어지럽게 늘어놓듯 진행하는 줄거리의 어수선함이나 미래의 상황 속에 완벽하게 녹아들지 못하여 현대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이는 배우들의 모습, 상황을 알 수 없는 장면 등 이 영화는 굉장히 많은 단점을 가진 영화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난 이 영화를 보면서 왠지 측은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제한된 기술과 자본으로 처음으로 한국의 실정에 맞는, 한국 느낌이 나는 그러면서도 뭔가 색다른 미래상을 보여주는 SF 영화를 만들고자 했던 감독의 고민이 그리고 노력이 느껴졌다고 할까 ?
어쨌든 남들이 하지 않았던 장르를 개척하는 건 아주 많이 힘들고, 어려운 건 분명하다. 아무리 많이 고민하고, 노력하고, 고생해서 완성하여 보여준 것이라곤 하지만 그것을 보고 비평하는 사람들은 보여지는 그 과정보다는 결과물의 어설픔이나 엉성함 만을 꼬집을 것이 분명하므로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은 어쩌면 굉장히 용기 있거나 굉장히 무모한 사람이나 하는 것처럼 생각할 법하다. 헌데 이 영화는, 감독은 그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우리나라에서 새로운 장르를 개척했다. 설사 그것이 어설프거나, 엉성하거나, 불완전 하더라도 그것을 시도했던 그들의 용기를 그래서 영화를 완성해서 관객의 심판을 받으려는 그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영화를 통해서 거듭나는 한국 SF 영화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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