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리더 : 책 읽어주는 남자>

오랜만에 무비스트 시사회로 보게된 영화. 일단 감사. 케이트 윈슬렛이 이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탈 수 있게 해준 작품이라는 것만 알았지 예고편도 안 봤고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른채 봤다. 제목에 나온 '책 읽어주는 남자' 와 사랑에 빠진다는 얘기인건가? 그런 생각만으로 보게 된 영화. 영화는 모르고 봐야 재밌는 법~

초반에 아주 파격적인 노출과 많은 애정신으로 인하여 약간은 당혹스러웠으나 그런 장면들로 인하여 더욱 아름답고 가슴아픈, 애절한 멜로 영화로 승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영화는 마이클(데이빗 크로스)이라는 한 어린 소년과 한나 슈미츠(케이트 윈슬렛)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한다. 구토를 하고 있던 마이클을 한나가 도와주게 되고 어느새 마이클과 한나는 진한 사랑을 나누는 연인으로 발전하게 된다. 그 사랑 정말 진했다. ㅋ 그런데 그들이 사랑을 나누는 법에는 한가지 독특한 것이 있다. 바로 마이클이 한나에게 책을 읽어주는 것. 이 때까지 한나가 왜 자꾸 마이클에게 책을 읽어 달라는 건지 몰랐지만 뭐 조금만 있어도 그 이유를 알게 된다. 이렇게 마이클은 한나와 진한 사랑을 나누기전엔 항상 장르불문하며 갖가지 책을 읽어주며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한다.

친구들과의 시간도 포기한채 항상 한나에게 달려갔던 마이클은 어느 순간 한나의 급작스런 떠남으로 인하여 통보도 없는 본의 아닌 이별을 하게 되는데... 8년의 시간이 흘러 법대생이 된 마이클은  우연히 참관한 재판에서 피고인으로 있는 한나를 보게 되고.. 한나의 숨겨져있던 무지막지한 과거가 드러나게 되고.. 그 과거는 한나의 자의에서든 타의에서든, 실제 있었던 일이든 거짓이든 모든 것이 한나에게 불리한 상황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그 거짓된 진술에 대한 진실을 유일하게 아는 사람은 마이클. 하지만 한나는 그 거짓조차 스스로 진실이라 말해버리고 한나의 비밀을 지켜주고 싶었던 마이클은 끝내 진실을 말하지 못한채 가슴속으로만 찢어질듯 아파하고 한나에 대한 어떤 죄책감에 시달리며 그렇게 세월이 지나게 된다.  

그렇게 지나가는 세월 중, 감옥에 들어간 한나에 대한 잊을수 없는 마음과 가슴 아픈 사랑에 대한 표현으로 마이클은 과거에 한나에게 읽어주었던 소설들을 처음부터 끝까지 직접 읽어 테이프에 녹음하여 보내는데.. 한나가 그 테이프들을 하나하나 들으면서 그들만의 사랑 방식으로 다시 시작된 사랑의 소통 장면들은 정말 애틋하면서 애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또 그런 마이클의 사랑으로 인한 한나의 한가지 작은, 기적아닌 기적을 보게 되었을 땐 그 또한 가슴 아프고 눈물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무엇보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건 케이트 윈슬렛의 파격적인 노출과 연기라고 할 수 있겠다. 노출이야 그 전의 영화에서도 볼 수 있었지만 그래도 더욱 아름답게 느낄 수 있었던 노출 연기였고, 어찌되었던 결과적으로 그 누구보다 용서 받을 수 없는 직업을 가지게된, 여인으로서 안타깝지만 슬픈 진실을 솔직하게 진술하는 연기는 단연 압권이었다.

그리고 10대 마이클을 연기했던 데이빗 크로스. 뭐 서양사람이라 그런지 90년생이라는 걸 믿기 힘들 정도로 어린나이에 성숙한 연기를 보여주었는데 정말 인상적이었다. 데이빗 크로스를 보면서 계속 생각 난 배우가 히스 레저인데.. 브로크백 마운틴에 나왔던 히스레저의 이미지가 자꾸 떠오르는 것이다. 데이빗 크로스의 입가를 볼 때면 약간 불룩 튀어나온 것 하며 눈빛하며 코하며 히스 레저의 분위기를 풍겼는데.. 앞으로 대성했으면 하는 기대되는 배우로 생각되었다. 조커 분장 시켜놓면 꽤나 싱크로율이 높을 것 같았는데.. 암튼 멋있었다.

랄프 파인즈 역시 불과 3일전에 봤던 <킬러들의 도시>에서의 보스킬러 역할과는 180도 정 반대의 연할을 맡아 애절한 사랑의 주인공으로 변신한 연기를 보니까 역시 명배우라는 것을 느꼈다. 거칠고 독하고 독선적이며 깐깐한 보스킬러에서 과거의 여인을 잊지 못하는 한 없이 부드럽고 마음 여린 한 남자로의 변신은 멋있었다.

내가 만약 마이클의 입장에 서게 되었다면, 한나의 비밀을 알렸을지 어떻게 했을지 자꾸 생각하게 만든.. 나는 언제쯤 저런 사랑을 나눌수 있을지 생각하게 만든.. 여러모로 인상적인 영화였다. 파격적이고 흥미로우면서도 슬프고 애절했던 그런 멜로 영화였다. 재밌었다.

알면서도 말할 수 없었던.. 한 여인의..
비밀을 지켜주고 싶었던 한 소년, 한 남자의 가슴아픈 사랑 이야기.
또 그들만의 사랑 방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