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영화가 아카데미 8개부분을 탄 건, 척박한 인도의 현실, 퀴즈쇼, 로맨스를 한 곳에 잘 담은 감독 '대니 보일'의 능력이 탁월했다고 본다.
척박한 인도의 현실을 아이들의 눈을 통해 보면서 사람들은 안타까움을 내비쳤고, 그 안에서 '인도'라는 곳의 과거, 현재, 미래를 볼 수 있었다. 종교와 역사까지 아우르는 이 영국인 감독의 능력에 혀를 내두를 정도. 우선, 사회성을 잘 담은 작품적인 면에서 영화는 이 부분을 꽉 잡았다고 생각된다.
두번째, '퀴즈쇼'라는 부분에서 조마조마한 긴장감과 재미를 잡았다. 누구나 꿈꾸는 대박의 그 곳 '퀴스쇼'를 통해 우리와 같은 일반관객들은 나도 한번...이라는 동질감과 함께 '관객'으로써의 응원과 조마조마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었다. 영화가 퀴즈쇼의 형태를 띈 구성도 한 몫 했다. 영화 속 인도서민들이 주인공 '자말'에게 열광했던 것도, 우리와 같은 서민에서, 한마디로 '슬럼독(빈민가)'출신에서 '희망'을 보고 그 희망에서 자신들의 밝은 '미래'를 보고싶었던 것이다.
세번째, '자말'과 '라띠카'의 끝나지 않는 '영원(永遠)'의 로맨스. '자말'의 생존이유이자 '퀴즈쇼'에 나가게 한 원동력과 이 영화를 지탱해주는 그 모든 구심점이 바로 이 '로맨스' 때문이다. 형 '살림'과 다르게 동생 '자말'이 이 세상을 살 수 있었던 것도 다 '사랑' 덕분.
이 모든 것은 결국 '운명(運命)'이라는 단어 하나로 모든 것을 아우르는 힘을 가진다. 어떻게 자말이 맞춘 퀴즈쇼 문제가 다 '자말의 삶'과 관련있는 것들 뿐이냐는 항의도 있겠지만, '운(運)'도 '자말'의 한 부분이다. 마지막 문제는, 그의 지식이나 지혜가 아닌 정말 '운'으로 풀었으니, 이 모든게 이미 정해져있던 '운명'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퀴즈쇼에 나오는 달인들을 보면 정말 '천재'들 같다. 어떻게 저 부분에서 저 답을 정확히 맞추지?하는 생각과 함께 역시 '퀴즈'는 '지식'이야. 라는 생각에서 이 영화는 한발짝 벗어났다. '생존'을 위해 몸에 남은 '경험과 지혜'는 그 어느 것보다도 값지고 절대로 잊을 수 없다는 걸.
이러한 '인도에서의 생존현실'과 '퀴즈쇼'라는 어울리지 않는 두 부분을, 적절히 흥미롭게 긴박감있게 하지만, '삶의 경험'과 '퀴즈쇼의 정답'이라는 중첩된 구성으로 기막히게 풀어낸 이 작품은 한동안 저물고 있던 감독 '대니 보일'에게도 큰 빛이 되었을 것이다.
이번 제81회 아카데미가 너무 '슬럼독'에게 밀어준 감이 있어서, 약간의 반감도 있었지만 역시 영화는 저력이 있었다. '영국->일본->인도'의 변화로 항상 새로움을 찾고 있는 '아카데미 시상식'에 언젠가는 '한국'도 오를 날이 있을거라 생각된다.
작품성과 대니 보일 특유의 뜀박질 영상, 그리고 인도음악 특유의 흥겨움까지 담은 오락성을 갖춘 영화. '슬럼독'은 이번에 해냈다. 인도 슬럼독에서 오스카까지. Jai Ho ! (자이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