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우리는 할 수 있다’는 얘기... ★★★
아내와 이혼하고 삶의 즐거움이라고는 아무 것도 누리지 못한 채 외로움의 포로가 된 은행원 칼(짐 캐리)은 모든 일에 ‘아니요’(No)로 일관한다. 그러나 우연히 만난 옛 친구의 권유로 ‘인생 역전 자립 프로그램-YES MAN’에 참여해 ‘예스’(Yes)를 부르짖기 시작한 칼의 인생은 완전히 뒤바뀐다. 노숙자 지원 프로그램 참여, 경비행기 운전, 이란 여성과의 데이트, 한국어 학습, 무조건 ‘거부’하던 대출신청 서류에 ‘승인’ 사인을 남발한다. 그런데 ‘예스’를 외치면서 간부로부터 인정받은 칼은 승진을 하게 되고, 밴드의 보컬이자 ‘조깅하면서 사진 찍는 사람들의 모임’ 리더 앨리슨(주이 디샤넬)과 새로운 사랑에 빠진다.
오랜만에 코미디로 돌아온 짐 캐리 주연의 <예스맨>. 우리에겐 다량으로 쏟아지는 한국말로 인해 화제가 됐던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삶을 부정적으로 살지 말고 긍정적으로 살라는 얘기, 마음가짐과 태도가 긍정적으로 변하면 자신감이 생기고, 그러면 행운도 따라온다는 것이다.
영화는 이런 주제의식을 강조하기 위해 ‘예스’를 외침으로서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 요소들은 과감히 생략하거나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해버리며, 단점을 장점으로 치환하기도 한다. 예를 들면, 노숙자를 차에 태워줬다가 핸드폰 배터리와 돈과 기름을 모두 날리는 것과 앨리슨을 만나는 행운이 치환되는 상황 같은 것들. 물론 영화는 결국 ‘예스’와 ‘노’는 자신의 상황에 따라 적절히 병용해야 됨을 말하고는 있지만, ‘노’를 했을 때는 예상치 못한 불행이, ‘예스’를 했을 때는 말 그대로 행운의 상황이 연속됨으로서 영화가 말하고자 바를 명확히 한다.
좋은 얘기이긴 하지만, 현대와 같은 치열한 경쟁 자본주의 사회에서 과연 그럴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례로 칼의 소액 대출 승인은 국민은행의 대출 방식을 연상시킨다. 대게 소규모 대출은 상환이 잘 된다. 왜냐면 힘없는 서민들인지라 은행과 등지고 살기 힘든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소액 대출이라도 은행 심사는 엄격하다. 대출을 했다가 상환되지 않으면 담당자에게 직접 책임이 돌아오기 때문에 상환을 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대출이 된다. 그러다보니 실제 필요한 사람은 대출이 쉽지 않고 여유가 있는 사람은 대출이 쉽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진다. 어쨌거나 긍정적 마인드로 삶을 살아가자는 얘기는 반박하기엔 너무 좋고 당연한 말이긴 하다.
그런데, 영화를 보다보니 계속적으로 반복되는 ‘Yes’라는 단어가 심상치 않게 들린다. 특히 칼이 ‘예스’를 외치는 바람에 테러리스트로 의심받는 상황은 부시 시대의 애국주의에 대한 노골적인 비아냥거림으로 보이고, ‘Yes’에 대한 강조는 오바마의 선거 구호인 ‘Yes, We Can!!’을 직접적으로 연상시킨다. 특히 이 영화가 미국 대선을 앞둔 시기에 개봉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러니깐 영화에서 강조하는 ‘예스’는 ‘우리=미국’이 할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의 표현으로 봐도 무방하다.
※ 나는 짐 캐리보다는 주이 데샤넬 때문에 영화를 보게 되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처음 알게 되었는데, 묘한 매력이 있는 것 같다. 한국 배우로 치면 최강희 필이 난다고나 할까. 그렇다고는 해도 이 심심하고 착한 영화를 끌고 가는 힘은 오로지 짐 캐리의 원맨쇼에 전적으로 의존하며 그의 파워는 여전하다. KBS 오락 프로그램인 <미녀들의 수다>에 보니 캐나다 출신 코미디언들이 대체로 얼굴 표정을 자유자재로 바꾸는 거에 능수능란하다고 한다. 캐나다 코미디언 출신 헐리웃 배우인 짐 캐리나 <오스틴 파워>의 마이크 마이어즈를 떠올려 보면 맞는 말 같기도 하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