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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을 간직한 인생의 아름다움...
ldk209 2009-08-05 오후 2:13:20 1184   [4]
꿈을 간직한 인생의 아름다움... ★★★★


역시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는다. 오히려 작품이 나오면 나올수록 그 무게와 깊이가 더해지는 듯하다. 이 영화의 초반부는 가히 한 편의 서정시를 연상시킨다. 한 사람의 일생을 그 짧은 시간 안에 그것도 한 마디 대사 없이 이토록 아름답게 그려낼 수 있다니. 초반 5분만으로도 이 영화의 값어치는 충분하고도 넘친다. 떠올려보라. 혼자 남은 칼이 파란색 풍선을 들고 쓸쓸히 의자에 앉아 있는 장면을.(그럼에도 나는 <월이>의 대사 없는 초반부 30분이 픽사, 아니 애니메이션을 통틀어 최고의 서정시라고 생각한다) 무성 영화적 기법으로 그려진 이 아름다운 장면은 풍선에 매달린 집이 들어 올려질 때 그 피날레를 장식한다.


영화는 픽사의 전통대로 <구름 조금>이라는 짧은 애니메이션으로 시작한다. 한국계 피터 손의 작품이라는데, 이후 픽사의 장편 애니메이션을 맡을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 암튼, 어린 시절 모험을 숭상했지만 말이 없고 내성적이던 소년 칼 프레드릭슨은 외향적인 소녀 엘리와 만나게 되고, 성장, 결혼, 임신 실패의 과정을 겪으며 둘 만의 시간을 꾸려 나간다. 둘의 소망은 남미 파라다이스 폭포 옆에 집을 짓고 사는 것. 그러나 꿈은 단지 꿈으로 그친 채 시간은 흐르고 흘러 쇠약해진 엘리는 그만 떠나고, 세상엔 칼 혼자 덩그러니 남겨진다. 칼과 엘리가 평생 사랑하며 살았던 집 주위는 개발의 여파로 파헤쳐지고, 동양인 꼬마 러셀(<구름 조금>을 감독한 피터 손을 모델로 했다고 한다)은 칼을 귀찮게 하기만 한다.


결국 칼은 둘이 같이 떠나기로 했던 모험을 혼자 떠나기로 결심하고 요양원으로 떠나기 직전, 집에 풍선을 매달아 공중에 띄우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출발한 뒤에야 러셀이 우연치 않게 동행하게 되었음을 알게 된다. 그로부터 이 둘의 모험에는 어린 시절 상상해 봤음직한 말 그대로 동화 같은 이야기가 연속으로 펼쳐진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거대한 새(케빈)와 만나게 되고, 기계의 힘을 빌어 말하는 개 도그와 만나 우정을 나눈다. 그리고 이 여정엔 항상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아마도 입양되었을 러셀의 천진난만한 행동과 거대한 새, 말하는 개의 좌충우돌은 객석을 끊임없이 들었다 놨다 하고, 정확히 삼등분된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귀여움은 나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를 띠게 한다.


사실 픽사가 내 놓는 작품들은 하나같이 흥행에 대한 우려를 낳게 하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한쪽 지느러미가 큰 물고기의 모험이랄지, 요리가 하고 싶은 생쥐, 심지어 자기 이름 외에는 아무 말도 못하는 청소 로봇의 모험까지. 이번 작품도 예외는 아니어서 70이 넘은 무뚝뚝한 노인네와 동양인 꼬마를 주인공으로 하는 애니메이션이라니. 그럼에도 우리가 픽사 작품에 신뢰를 가지는 것은 무엇보다 그들의 뛰어난 이야기 능력과 그것을 아름다고 포근하게 외화시켜 내는 이미지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업>을 보고 나오면서 문득 하나의 질문이 떠올랐다. 과연 나는 인생의 거의 끝자락에 서서 새로운 모험과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수 있을까? 또는 새로운 가족을 만날 수 있을까? 평생 꿈꾸던 무언가를 향해 조금이라도 움직일 수 있을까? 그 질문이 떠올려진 순간 엘리가 내 귀에 대고 속삭인다. “이제 당신의 새로운 여행을 떠나요”


“인생에서 진정한 모험이란 우리가 가족, 친구들과 더불어 누리는 작은 일들”

- 피트 닥터 감독 -


※ 어린 시절 칼의 영웅이었던 찰스 먼츠가 오랜 세월이 흐른 후 악당으로 조우하게 된다는 설정은 왠지 아련하고 슬프다.(칼 “이런 농담 같은 일이 있나. 내 어릴 적 영웅이 이제 나를 죽이려 하다니”) 어린 시절에 꿈꾸고 상상했던 것들이 사실은 반대일 수 있다는 엄혹한 현실, 그것이 인생이라는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총 2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23 01:38
kyi1978
ㄳ   
2009-11-06 15:47
jhee65
잘 봤습니다....   
2009-09-10 15:51
sksk7710
잘 읽었습니다^^   
2009-08-10 14:03
kajin
이영화 또보고싶다..   
2009-08-10 01:05
wjswoghd
꿈이 있어 좋아요   
2009-08-06 19:52
kimshbb
기대합니다   
2009-08-05 16:18
boksh2
기대되요   
2009-08-05 15:0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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