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딩 크레딧이 올라 갈때 쯤 머리속에서 맴도는 한 마디... '과연 비평가의 평가 기준은 무었이었을까?' 관객의 허를 찌르는 반전, 인간을 뜯어 먹는 괴물과의 사투 아니면 인류의 미래를 고민하게 하는 철학적인 메세지... 30대 감독의 눈으로 바라 본 인류의 미래의 불투명함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영화의 오락성이 주는 재미를 교묘히 결합시킨 작품으로 본다면 <팬도럼>은 우선 합격점을 받을 만한 작품임에는 분명합니다. 적어도 관객들에게는...
TV시리즈로 선풍적인 인기몰이를 한 찰톤 해스톤 주연의 <혹성탈출>을 연상시키는 반전과 어딘지도 모른 채 깨어나 밀폐된 공간 속에서 자신의 생명을 지키려는 극한의 긴장감 넘쳤던 <큐브>, 인간을 먹이삼아 번식하며 증식하는 정체 불명의 괴수와의 사투는 <에일리언>을 연상시키며 마지막 탈출의 장면과 엔딩은 <레비아탄>을 떠올리게 하는 <팬도럼>은 각 영화들의 중요한 Key Point를 절묘하게 배합해 새로운 창조를 했기에 관객들이 비교적 높은 점수를 줄만 합니다. 그러나 비평가마저도 높은 점수를 준 이유는 무엇일까에 대해서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더군요. 여간해서 오락 영화에 A 이상의 score를 주지 않는 그 분들이 <팬도럼>에게 후한 점수를 준 장면을 영화 소개프로그램에서 본 뒤 개인적으로 이 영화가 미치도록 궁금했습니다.
시작부터 어두운 공간에서 느껴지는 불안한 기운과 긴장감은 귀를 찢어지게 하려는 듯한 강렬한 소리와 충격적인 장면들과 합쳐져 앞으로 다가 올 충격을 맛보기로 보여줍니다. '영웅들을 위한 천국'을 의미하며 제2의 지구를 향해 힘차게 떠난 우주선 엘리시움호가 파괴되기 전에 원자로를 재 가동시켜야 하지만 그러려면 정체를 알 수 없는 변종인간 괴수때를 피해야 하는 절체 절명의 상황... 더 이상 뒤로 물러서거나 다른 선택이 없는 상황 속에서 하나 둘 씩 모인 특공대들의 사투... 그리고 팬도럼 증후군이 조금씩 올바른 판단을 방해해 각 인물들의 정체를 알 수 없게 하는 혼란의 상황을 서둘러 해결해야 하는 시간적 제약까지...<팬도럼>은 관객들이 즐길 수 있는 오락 영화로서의 재미를 충분히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비평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조금은 다른 평가를 할 수 있는 충분한 재료(?)들을 갖고 있습니다. 제 2의 지구를 꿈꾸며 힘차게 출발한 엘리시움호의 운명을 보여주는 결말부분의 충격적 반전은 <혹성탈출>에서 본 자유의 여신상의 모습처럼 강렬한 충격까지는 미치지 못합니다. 인간을 먹이 삼아 살아가는 괴수들의 정체도 인간의 변형이 이루어 낸 존재임에도 영화 끝까지 에일리언들처럼 괴물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존재의 한계성, 스토리 부분에서도 영화 진행에 핵심을 이루는 주 조종실의 비밀과 원자로의 재 가동은 영화 결말을 본 뒤에 돌이켜보면 그리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모호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변종인간의 모습을 보면 이 영화의 결말과 연관지어 볼 때 상당히 디테일한 부분에 신경을 쓰기도 했지만 영화 스토리의 전개와 마지막까지 관객이 기다리며 본 결말을 보자면 조금 맥빠지는 것도 사실이죠. 이런 점을 두고도 비평가들이 높은 점수를 주었다는 것을 믿지 못한 채 극장에서 일어나야 했습니다.
궁금증을 참지 못해 그 프로그램의 VOD를 다시 돌려보니 '미국 관객들'을 확대 해석해 비평가까지로 잘못 들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오락영화로서 관객들이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라는 점에서는 미국 관객과 같은 의견이지만 역시 아무리 생각해도 그분들이 후한 점수를 줄 영화는 아닌데 이상하다 싶었죠. 누굴 원망하겠습니까...하지만 그런 아쉬운 점을 굳이 따지지 않으면 충분히 즐기며 볼 수 있는 영화였습니다. 역시 남의 이야기보다는 자기 관점과 생각대로 보는 것이 제대로 영화를 즐기는 것이라는 진리를 새삼 깨닫게 되면서도, 나이를 먹으니 이제 귀도 어두워지나 싶어 서글퍼 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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