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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결국 여행일 뿐... 여행자
novio21 2009-10-31 오후 6:29:45 1354   [0]
  ‘김새론’이란 어린 소녀가 맡은 ‘진희’란 주인공의 얼굴은 이중적이다. 맑고 예쁘고 고생을 하지 않아 보이는 백설공주 같은 하얀 얼굴을 지닌 소녀다. 그러나 그런 모습이 더욱 위태로워 보인다. 연약하기에 위태한 현실을 생각한다면 어린 소녀에게 가해질 불안의 여파는 그녀가 견디기엔 너무 강할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나의 이런 걱정은 영화에서 현실이 되고 그것이 바로 영화의 시작이었다.
  영화 제목인 [여행자]라는 제목에 어울리지 않게 영화 속에선 Road Movie처럼 여행하는 사람이 나오지 않는 기묘한 이름을 갖는 영화다. 그러나 영화를 보면 왜 여행자란 이름이 나오는지 안다. 바로 우리 인생 자체가 여행이란 인식을 깔고 만들었기 때문이다. 1975년이란 암울한 시기에 이런저런 이유로 버림받는 아이들이 모이는 장소인 고아원은 버림받은 마지막 종착역이자 새로운 출발의 장소이다. 버림받았기에 불운하지만 새로운 선택을 할 수 있기에 어쩌면 또 다른 행복의 출발점이 될 수 있는 그런 장소다. 새로운 부모가 될 준비를 하는, 즉 양부모가 될 준비를 하는 먼 타국으로부터 온 이방인 부부는 이곳에 들르면서 자신들이 데려갈 아이들을 선발한다. 기이한 간택인 것이다. 어쩌면 버림받았기에 신청할 수 있고, 기대할 수 있는 역설적인 상황이 이 고아원에선 허용되는 것이다. 
  고아원의 인간관계는 누구보다 따뜻하고 강하다. 다들 버림받았기에 새로운 식구를 받아들이는데 주저하지 않으며, 서로간의 슬픔을 그 누구보다 감싸 안으려 한다. 쉽게 친구가 되고, 쉽게 가족이 되는 그런 운명을 받아들인 그런 아이들이 사는 곳. 어떻게 이야기하면 이상적인 세상 같지만, 그들은 동시에 언젠가는 헤어져야 할 운명을 갖고 있고, 모두가 적극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이려 한다. 다만 영화에서 주인공인 ‘진희’만 그것을 거부하지만, 그렇다고 그 조그만 소녀가 거부한다고 바뀔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고아원의 목적이 새로운 양부모를 찾아주는 것이 그들의 소명인 이상, 새로운 인간관계를 맺어주는데 주저하지 않은 편이다. 만나면 헤어져야 할 것이란 숙명을 기본으로 삼고 있는 곳이기에 그렇다. 마치 여행의 에티켓처럼.
  영화의 스토리는 단순하다. 그러나 그런 줄거리는 이젠 외피일 뿐 그 속에서 방황하고 상처받은 이야기는 좀 더 길고, 영화의 앵글은 그런 상처에 조금 더 다가간다. 그 속에서 ‘진희’의 행동 하나하나는 가혹한 슬픔에 따른 나름대로의 최선의 처신이다. 자신의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이유를 자기 방식으로 해석하고 세상을 이해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고아원에서 맺은 자신의 관계가 하나하나 사라질 때의 고통과 그녀는 힘겹게 싸운다. 그러나 붙잡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어쩌면 붙잡아선 안 되는 인간적 관계이기에 여행자의 운명처럼 자신이 만난 사람들과의 만남과 이별이 다반사로 벌어지는 곳이다. 그 속에서 자멸이란 선택을 하지만 그것 역시 육체의 반항으로 실패한다. 그런 과정에서 엿보이는 그녀 얼굴은 자신 주변에 벌어지는 슬픔과 분노, 그리고 체념과 수긍 같은 다양한 내면적 변화를 완벽하게 보여준다. 그러기에 그녀의 얼굴은 관객 모두의 주목을 끌게 되고 그녀의 울음 앞에 표현으론 힘든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는 어린 소녀의 얼굴에서 볼 수 있는 새로운 출발에서의 기대와 긴장이 엿보이는 장면은 앞으로도 잊기 힘든 명장면이다. 
  인생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시작과 마지막을 반복하면서 장면 하나하나를 넘기는 그런 것을. 그래서 영화의 제목 여행자는 어느 순간 가슴에 큰 울림을 주고 있다. 어린 소녀는 우리의 다른 모습을 담고 있는 것이라는 것을 시간을 통해 우린 얻어가고 있는 지혜다. 심지어 가장 가까운 가족과의 관계도 그런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그 누구도 부정하지 못한다. 만남이 거짓은 아니지만 해와 달처럼 평생 같이 있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기에 우린 어린 소녀 ‘진희’처럼 저항하고 반항하면서도 수긍하나 보다. 영화가 담지 못한 이후의 시간에 그녀가 행복하길 빈다. 그리고 그것을 보면서 같은 심정을 공유한 우리의 다음 시간 역시 행복하길 기대해 본다.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19 16:48
kooshu
김새론양 연기 정말 잘 한다던데   
2009-11-07 20:4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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