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스페이스.. 독어로 북쪽 벽, 즉 알프스의 아이거 북벽을 말한다. 전문 분야인 산악 영화, 오랜만의 독일어로 영화를 감상할 수 있는 색다른 기대을 가지고 친구들과 상영관을 찾았다. 극장 역시 보통 때와는 색다른 풍경이다. 중년의 관객, 심지어 등산복 차림의 관객도 여럿 볼 수 있었다.
실화를 영화화 하였듯이 영화는 두 젊은이의 일대기를 그리듯 잔잔하고 사실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2차 대전을 치루고 있는 나치 정부의 정치적 선전과 이와 관계없이 산을 사랑하는 두 젊은이가 자신들의 목표를 향해 아무도 오른 적이 없는 공포의 북벽을 오르는 과정을 조용히.. 그리고 숨막히게 보여주고 있다. 특히 그 도전의 과정은 헐리우드 영화처럼 투지 넘치거나 도전적으로 그리지 않고 너무나 사실적으로 묘사해 거의 공포스러운 기분까지 느끼게 한다. 산악을 취미로 생각하신 분들이 영화를 보러갔다가 기겁하지나 않을까하는 노파심까지 약간 든다.
감독은 깔끔한 각본에 충실하게 극적인 연출을 자제하고 서사적으로 그리려 노력하고 있지만 노련함은 부족하며 편집도 시간을 더 들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촬영은 헐리우드 영화와 다르게 과장되지 않은 산의 무서움을 잘 표현하고 있고 음향도 이에 못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토니역을 맡은 벤노 퓨어만의 연기가 가장 인상적이었다. 내성적이고 신중한 젊은이를 깊이있게 연기하고 있다. 여자친구는 예상치 못한 영화의 전개에 충격을 받았는지 귀가내내 영화 얘기를 꽃피워 나를 조금 힘들게 했다. 나중에 인터넷에서 실제로 찍은 흑백 사진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이었다는 것을 우연히 확인하고 잠시 낮설은 충격을 받기도 했다.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좋아하는 우리의 관객들에게 많이 어필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충분히 잘 만든 영화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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