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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 캐리, 또 짐 캐리, 또또 짐 캐리가 나오는 그의 1인 3역 작품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예고편에서 ‘올라프’ 백작 역을 맡은 짐 캐리가 계단 난간에 손을 기댄채 ‘헬로~우’를 느끼하게 연발하는 장면을 보면, 아무리 못돼도 귀여운 구석이 있는 전형적인 악역이 자연스레 떠올려진다. 요는 어차피 권선징악적 결말이겠지만, 맛배기로도 그만의 내공이 펄펄 휘날리는 그 오버 연기와 이 영화의 스토리는 과연 어떻게 접목됐을지 살짝 궁금해지게 된다는 것.
그뿐인가 예고편에서 이 ‘올라프’ 백작과 한판(?) 승부를 펼치게 될, 보들레어가(家) 삼남매 중 그 막내 ‘써니’의 귀여움이 파도같이 밀어닥치니, 아기를 싫어하는 어른 아니고선 왠지 영화가 몹시 보고싶다는 욕구가 샘솟게 된다(파란 눈에, 통통한 볼따구, 뿔처럼 솟아있는 앙증맞은 삐삐머리의 물어뜯기 대장 ‘써니’역은 할리우드의 아동법상, 2002년생 쌍둥이 자매 ‘카라’와 ‘샐비’가 번갈아가며 연기했다!).
허나 에둘러 표현할 것 없이 직설적으로 얘기한다면, 이 영화, 몹시도 심심하다. 원작 소설의 경우,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목록에 장장 600주간이나 오른 작품인데다 미국에서만 무려 800만부가 판매되는 등 메가톤급 히트작.
현재 총 11권까지 출간된 시리즈 소설인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은 작가 ‘레모니 스니켓’이 막대한 유산을 놓고 보들레어가(家) 삼남매와 사악한 올라프 백작이 벌이는 팽팽한 대결을 써내려가는 내용이다. 그리하여 이 영화 역시 액자식 구성을 띠고 있는데, 출발이 몹시도 산뜻하다.
드림웍스 특유의 장난기가 번뜩이는 도입부로, 태연하게 몇 분간 발랄모드의 애니가 상영되더니, 스크린 밖의 목소리, 즉 작가 ‘레모니’가 끼어들면서 ‘이런 영화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라는 목소리를 던진다. ‘레모니’는 계속해서 ‘앞으로 들려줄 스토리는 어두운 내용이니 싫은 관객은 나가도 좋다’는 식의 유머러스한 내레이션을 이어간다.
이 뒷통수치는 스타트는 예고편에서 가진 기대+도입부 매력 O.K로 눈을 또랑또랑 하게 만들지만, 이후 전개되는 내용은 더 이상 매력이나 재미를 유발하지 못한다. 뭣보다 삼남매의 유산을 노리고, 시덥지않은 변장을 해가며 삼남매의 주위를 어슬렁거리는 올라프 백작과 그들 삼남매의 대결이 전혀 ‘팽팽하지’ 않은 것.
무엇이든 뚝딱 발명해 내는 최연소 발명가 ‘바이올렛’, 한번 읽기만 하면 그 내용이 머릿속에 쏙쏙 저장되는 부럽기짝이 없는 독서왕 ‘클라우스’, 한번 문건 절대 놓지 않는 옹알이 ‘써니’로 구성된 삼남매는 설정 자체는 재밌지만, 스토리와 그다지 맞물리지 못한채 밋밋하게 배치됐다.
어린이 관객층을 주 대상으로 한 영화 특유의 흥미진진한 볼거리들 대신, 이 영화는 1인 3역의 짐 캐리 연기만이 도드라지게 눈에 띈다. 물론 한쪽 절벽 위에 위태롭게 세워진 목재 건물이 부서지는 등 스펙터클한 장면도 없지 않지만, 이 영화에 깔려있는 기본 정서는 재미라기 보단 ‘우울함’이다.
고아가 된 삼남매에겐 자신들을 제대로 돌봐줄 어른-몽티 삼촌, 조세핀 숙모-한 명 없이, 재산만을 노리는 ‘올라프’ 백작의 위험한 음모를 이겨내야 한다. 그들의 암담함 심정을 대변하듯, 이 영화는 시종일관 어둑어둑한 화면톤으로 관객들의 시야를 압박한다(이 영화의 촬영은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등의 ‘엠마누엘 루베츠키’, 미술은 주로 팀 버튼 감독과 작업하는 ‘릭 하인리히’라고).
스토리 진행에 스피드는 있지만, 이렇다할 재미를 끌어내지 못한채 평이하게 흘러가는 <레모니 스니켓의 위험한 대결>. 이 영화는 삼남매가 영화 마지막에 부모님의 소포를 받으면서 그들이 어른의 도움이 아니고도, 자력하리라는 성장의 암시를 뿌리며 마감한다.
<캐스퍼>, <시티 오브 엔젤> 등의 브래드 실버링 감독이 연출한 이 영화는 북미 개봉 당시 단번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지만,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을 슬쩍 떠올리게 한다. 아, '그럼 막내 써니만이라도 진짜 귀엽냐'고 물어보신다면, 음, 그건 정말 예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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