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좀비 영화를 좋아하는 편이다. 조지 로메로 감독에게서 처음 창작된 좀비 영화는 자체가 가지고 있는 세기말 적인 분위기도 근사하고, 헐리우드 저예산 B급 공포 장르에도 개인적인 애정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장르 이면에 감추어져 있는 풍자는 무척이나 유쾌하다. 우리 사회도 좀비 영화를 즐기기 시작했던 20~30대에서 실제로 좀비라는 단어를 부정적이지만 정치적으로 사용하고 있기도 하다.
국내에서 제작된 극장 개봉 좀비 영화는 '괴시(怪屍)'(1980), '어느날 갑자기 네번째 이야기 - 죽음의 숲'(2006), '이웃집 좀비'(2009)에 이은 네번째 영화라 생각된다. 헐리우드에서도 그렇지만 한국에서도 좀비 영화는 B급 장르일 수밖에 없다.
편히 즐길 수 있고, 마음껏 까댈 수 있는(?) B급 영화이기에 '미스터 좀비'도 가벼운 마음으로 관람했다.
조지 로메로의 'the dead' 시리즈는 영리한 공포 영화였다. 이면에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풍자가 있다지만 우선적으로 공포 영화로서 부족함이 없는 공포와 스릴을 가졌기 때문이다. 애석하게도 '미스터 좀비'는 공포 영화로도, 사회 풍자도도 애매하다. 시놉시스에서 좀비라는 요소를 완전히 제거한다해도 내용 전개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정도로 좀비는 곁다리다. 얼마 전에 관람했던 '이웃집 좀비'는 풍자보다 장르를 비꼬는 실험을 했다면, 이번 '미스터 좀비'는 풍자가 지나치게 우선되는 면이 있다. 그런데 그 풍자에도 동감하기 힘들다. 시스템이나 힘과 권력을 가진 자들이 아니라 삶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서민, 백수인 취업 준비생, 범죄자, 전문직 종사자들을 모두 뭉뚱그려 무기력한 좀비 같은 인생이며 사회적 문제라 지적하려 했다면 동의하기 힘들다.
어찌 보면 '미스터 좀비'는 공포 영화가 아닌 40대 가장의 인생 시트콤 같이 느껴진다. 마지막 엔딩은 더욱 그러한 느낌이 들게 한다.
삶에 찌든 40대 치킨집 주인인 원풍연의 연기는 조금 과장되지만 무난하며, 이외의 조연 배우들의 감칠맛 나는 연기가 눈에 띈다. 아역배우 출신 노형욱이 치킨집 알바생으로 출연하고 있어 개인적으로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저예산 독립 영화의 목소리와 실험 정신을 좋아하고 또 더욱 필요하다는 개인적인 생각 때문에 '미스터 좀비'를 신랄하게 비판하긴 힘들다. .. to be continue가 예고하고 있는 속편에서는 좀 더 기발하고 재미있는 영화가 만들어 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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