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탈영을 소재로 했음에도 탈영하는 장면을 보여주지 않고, 영화의 시작부터 탈영에 성공한 주인공들과 그들의 잡으려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무장탈영병의 경우 즉결사살이 가능한 이 나라 군법의 잔인함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쯤되면 이송희일 감독이 전작에선 한국에서 금기시되던 동성애 문제를 드러내더니 이번에는 군대문제에 대해 드러내려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한국 영화에 지금 이시대 군의 현실을 묘사한 영화는 하정우 주연의 <용서받지 못한자>밖에 없지 않은가? 이 영화조차도 개봉당시 몇몇 군 관련보수단체들로부터 비난을 받아야 했고, 여전히 군이라는 곳은 폐쇄적이고 감히 접근할수 없는 영역으로 남아있다. 하지만 이송희일 감독이라면 충분히 이러한 현실을 적나라하게 드러낼 용기가 있어 보였고, 그래서 이 영화를 본격 군현실을 다룬 영화인가라고생각했다.
하지만 오프닝 이후 탈영한 주인공들이 일련의 사건을 겪은 후 슈퍼마켓에서 일을 하는 여주인공을 만난 후부터 이야기는 전혀 다른 무언가에 다가가는듯 보였다. 물론 이 영화의 전체 줄거리는 탈영한 두남자와 그들을 돕는 한 여자의 도주극이고, 그 과정에서 탈영병에 대처하는 대한민국 군인들의 자세와 관련하여 여러가지 사건들이 벌어지지만 이것은 단지 영화가 표면적으로 드러내는 이야기에 불과하다. 그래서인지 이 영화의 탈영병을 쫓는 군에 대한 묘사는 어딘지 모르게 어설프다. 군대를 다녀온 남자라면 알겠지만 탈영병을, 그것도 무장 탈영병을 잡기위해 군당국의 추적은 매우 집요하다. 하지만 이 영화 속 군 당국의 모습에는 집요함이 보여지 않는다. 이것은 감독의 의도일수도, 아니면 턱없이 부족한 제작비 때문인지 사실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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