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에 개봉하여 훌륭한 시나리오라는 극찬을 받은 작품, 『이터널 선샤인』. 코믹배우의 대명사 '짐 캐리'와 『타이타닉』의 히로인 '케이트 윈슬렛'이 출연하였고, 독특한 작가 '찰리 카우프만'이 써낸 작품이다.
그냥저냥 살아가는 소박한 남자 '조엘'. 어느날 우연히 개성있고 활기찬 여자 '클레멘타인'을 만나 찐한 사랑에 빠지는데..하지만 사랑은 오래가지 못하고 둘은 지쳐서 결국 루즈해지고 싸우고 만다.
그녀에게 화해하러 갔는데 이게 왠일. 그녀는 조엘을 못 알아본다! 알고보니 그녀가 상처받은 기억을 지워주는 '라쿠나 사'를 통해 조엘과의 사랑의 추억을 말끔히 없앤 것. 절망한 조엘 역시 아픔을 잊기 위해 기억을 지우려 하는데..
하지만 기억을 지우려 할수록 추억은 더욱 선명하게 다가오고, 사랑했던 모습, 사랑한 모습이 절실하게 느껴질 뿐이다. 그땐 왜 그랬을까..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그렇게 했으면 좋았을텐데..하고 느끼게 됐을 때는 이미 늦은 것처럼 보인다. 이미 그녀는 자신을 떠나갔고 자신도 그녀를 떠나보낼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그 와중에 '패트릭'은 그 틈바구니를 이용해 클레멘타인에게 자신이 조엘인것처럼 다가가려 하고, '스탠'과 '메리'는 사랑을 꿈꾸지만 어처구니없게도 '메리'와 '하워드 박사'와의 과거 때문에 상황이 역전된다. 그렇게 사랑은 예전의 기억을 지워도 살아숨쉬는듯..
흠...솔직히 보면서는 '이게 무슨 영화이지. 내용이 이렇게 전개되어도 되는건가'했었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선명해지고 명확해지는 감동과 메시지가 무척 와닿았다. 영화는 끊임없이 조엘의 과거와 현재를 반복하고, 무의식과 의식을 반복하며 진행되는 것이다. 혼란을 느낄수 밖에. 하지만 다른 것을 다 떠나서 진리는..사랑은 참 대단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모든 것을 기억하려 애쓰고, 그와의 추억을 남기기 위해 사진도 마구 찍고 하지만...그러한 것에 진정한 사랑이 담겨 있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영화 제목 그대로 완전무결한 사랑의 마음이 존재할 때 영원한 햇빛이 서로의 인생에 비추는 게 아닐는지.
짐 캐리는 『트루먼 쇼』에 이어 독특하고도 인상 깊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영화에서 진면목을 선사한다. 코믹한 모습과는 또 다른 면을 발견할 수 있어서, 진짜 배우라는 생각이 딱 들게 만드는 것이다. 케이트 윈슬렛도 『타이타닉』이후 처음 접했는데 역시 세월이 지난 건 속일 수 없겠지만 그만큼 연륜이 묻어나고 안정감있다.
카우프만다운 영화라고밖에 할 수 없겠다. 시간과 의식을 뛰어넘어 결국 느끼고 깨닫게 되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 멜로영화라 하기에도 그렇고, 그렇다고 SF? 드라마? 뭐 무엇을 갖다붙여도 제법 어울린다. 그만큼 탄탄한 시나리오와 안정된 연기를 바탕으로 한 웰메이드 영화라는 소리다. 아카데미 각본상, 충분히 받을만했다.
암튼 정말 사랑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는 영화. 앞으로 사랑을 할 사람들에게도, 현재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그리고 이미 사랑하는 사랑과 이별해서 아픔을 겪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