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바람이 분 건지 올해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계는 ‘아부지 어무니’의 손을 부여잡고 5편이나 되는 영화를 내놓았다. <미트 페어런츠>의 속편 <미트 페어런츠2>, <미트 페어런츠>의 재탕 삼탕 격인 <게스 후?> <퍼펙트 웨딩>, 현실을 담백하게 풀어낸 <인 굿 컴퍼니>. 그리고 ‘37살의 이혼녀가 23살의 남자와 사랑에 빠졌는데 알고 보니 자기 카운슬러의 아들이더라’는 줄거리의 <프라임 러브>다.
<게스 후?>와 <퍼펙트 웨딩>이 같은 이야기의 남녀 버전처럼 보인다면 <프라임 러브>는 여러 면에서 <인 굿 컴퍼니>와 닮았다. 나이든 A와 젊은 B가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고, B가 A의 아들(딸) C와 사랑에 빠지면서 세 사람은 껄끄러운 입장이 된다. ‘로맨틱’을 담당하는 것은 서로 사랑하는 B와 C요, 그들을 못마땅해하는 A가 ‘코미디’를 감당한다. ‘갈등 해소와 사랑의 성취’가 아닌 ‘세 사람 모두의 성숙’을 결말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미트 페어런츠>류의 영화들과 차이를 보인다.
품위있는 전문직 여성도 집에서는 잔소리꾼 엄마일 뿐이고, 데이트할 때는 다정하고 사랑스런 ‘남자’였던 그가 동거 시작부터 ‘23살 먹은 어린애’라는 정체를 드러낸다는 설정이 현실적이다. “사랑으로 모든 게 해결되는 건 아니다”(The love is not always enough)라는 대사도 진실을 담고 있다.
오랜만에 로맨틱코미디에 출연한 우마 서먼은 14살이나 어린 남자와의 사랑을 부드럽고 현명하게 리드하는 뉴요커 그 자체고, 브라이언 그린버그는 신예인데도 오버하거나 주눅들지 않는다. 백미는 단연 메릴 스트립이다. 말할 수 없이 자애로운 표정을 짓고 있던 그가 소파에 드러누워 수선스레 가슴을 쓸어내리는 걸 보고 있자면 그 능청스러움에 입이 떡 벌어진다.
이렇듯 <프라임 러브>의 드라마, 캐릭터, 연기 어느 것 하나 나무랄 데가 없다. 그러나 딱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으니, 웬일인지 굉장히 지루하다는 사실이다. <프라임 러브>가 미스터리영화였던가? 어쩌면 올해 ‘심하게’ 난무한 ‘아부지 어무니 스토리’에 다들 ‘심하게’ 녹다운된 탓인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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