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한적한 도로에 자동차가 멈춰 선다. 차에 타고 있던 모녀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존재에 의해 살해당한다. 영화는 학교에서 수업 중인 여교사에게로 시선을 옮긴다. 수업을 마친 클레멘타인(올리비아 보나미)은 남자친구 루카(마이클 코언)의 집에 가던 중 도로에 경찰차가 서 있는 것을 본다. 모녀가 살해된 현장이지만 그녀가 그것을 알 리 없다. 저녁을 먹고 2층에서 잠이 든 두 사람은 아래층에서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에 잠이 깬다. 주차해둔 자동차가 옮겨져 있고, TV가 켜졌고, 화장실엔 물이 틀어져 있다. 누군가 집에 침입한 것은 분명하나, ‘그들’은 정체를 드러내지 않고 두 사람을 위협해온다.
<뎀>은 실화를 소재로 한 공포영화다. 2002년 루마니아의 교외에서 여자 사체 2구와 남녀 사체 2구가 잇따라 발견됐다. 수사에 들어간 경찰이 밝혀낸 범인은 의외의 존재였다. <뎀>은 문제의 존재가 누구인가에 방점을 두고 영화가 거의 끝날 때까지 그들의 정체를 보여주지 않는다. 집에 침입한 존재는 신출귀몰하게 움직여, 그들이 사람인지 귀신인지 궁금하게끔 연출된다. 주인공 남녀는 그들의 위협에 쫓겨, 놀라고 다치고 도망다닌다.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슬래셔무비로서의 성격과 초자연적 존재가 등장하는 호러무비의 성격을 애매하게 결합하고 있으나 썩 만족스럽지 못하다. 슬래셔로 보기엔 그 미덕인 칼부림이 약하다. 인적 드문 교외의 커다란 집은 숨고 쫓을 훌륭한 공간을 제공하지만, 연출의 템포가 너무 느리다. 귀신이 등장하는 영화로서의 매력도 부족하다. 어둠과 소리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여 처음 몇번은 깜짝 놀라게 하나, 공포의 대상을 보여주질 않으니 한계가 온다. 그렇다고 새로운 방식의 공포를 보여주는 것도 아니다. 이런 조합들이 점점 긴장을 떨어뜨린다. 그 즈음 영화가 강조했던 ‘그들’의 존재가 밝혀진다. 그들이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 자체야 충격적이지만 영화적 장치로 그 충격을 증폭시키지 못해 ‘결국 이거야?’ 하는 한숨이 새어나온다. 이럴 거였다면 중반부쯤 그들의 정체를 드러내고 그들이 희생자를 갖고 놀다 살인을 저지르는 믿기지 않는 장면을 보여준 뒤, ‘실화다’로 끝내는 게 차라리 낫지 않았을지. 어쨌거나 방점은 잘못된 위치에 찍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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