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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틀 칠드런 리틀 칠드런
sunjjangill 2010-10-10 오후 10:32:27 652   [0]

우리 가정의 귀여운 아이들을 정말로 위험에 빠뜨리는 자는 누구일까? 신상이 언론에 공개된 미성년 성범죄자일까? 아니면 그의 집 앞에서 밤마다 고성방가하는 전직 경찰일까 그도 아니면 그 ‘위험인물’이 공공장소에 나타나자마자 대피하듯이 아이들을 서둘러 안고 흩어지는 주부들일까? 토드 필드의 <리틀 칠드런>은 이러한 자성적인 질문을 통해 미국 백인 중산층들의 위선과 부조리를 파헤친 웰메이드 작품이다. 우아하고 차분한 미국 소도시의 밝은 풍경과 지적 톤의 내러티브가 조화를 이룬다. 애보기를 하루 일과로 하는 여성 주부와 남성(!) 주부 사이의 사랑 이야기가 기본 흐름이지만, 특유의 유머러스하고 로맨틱한 에피소드는 마을 주민들의 파시즘 분위기, 험악한 공격 성향과 매끄럽게 결합한다.

성범죄 전과자를 조심하라는 삼엄한 마을의 공기는 새라(케이트 윈슬럿)가 다른 주부들과 어울리는 소소한 일상 안에서 잘게 쪼개져서 재현된다. 공원에서 새라와 함께 아이를 돌보는 주부들은 삶의 딜레마를 관료적이고 꽉 막힌 가치관으로 봉합하는 역겨운 모습이다. 게다가 위선적이기까지 한데, 어린 아들과 함께 공원에 들르는 ‘완소남’ 브래드(패트릭 윌슨)를 보면서 마음 졸일 뿐 아니라 새라가 브래드의 전화번호를 ‘따오는 것’에 돈내기를 건다. 두 기혼자간의 연애를 ‘불륜’으로 판정내릴 판관들에 의해서 오히려 ‘불륜’이 시작되는 아이러니가 흥미롭다. 한편 남편의 ‘변태’ 행각을 우연히 목격한 새라는 브래드를 유혹하기로 결심한다. 영화는 간단하게나마 “사실 변태란 없다. 그것은 우리가 그것으로부터 보호하고자 하는, ‘정상’적인 삶의 한가운데서 불가피하게 피어오르는 것이다”라고 설명하는 것을 잊지 않는다.

영문학 석사인 새라가 보바리 부인에 자신을 이입하여 자유를 갈망한다면, 그녀와 사랑을 나누는 브래드를 움직이는 힘은 조금 다른 뉘앙스다. 아내(제니퍼 코넬리)가 퇴근하면 사법고시를 준비해야 함에도 어느덧 공부 동력은 떨어지고 말았다. 물건 구매에 일일이 아내의 허락을 받아야 하는 ‘서글픈’ 처지의 그가 갈망하는 것은 무엇이든 간에 자신이 살아 있음을 느끼게 해줄 모험과 스릴이다. 삶의 좌절이 낳은 그의 모험 중독 성향은 처음에는 남성 마초 냄새가 줄줄 흐르는 경찰 풋볼팀에 그가 합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이는 스릴에 대한 갈망이 어떻게 부지불식간에 군중 폭력의 대열에 가담시키는가를 보여준다. 동시에 그의 충동적 행동 습관은 종국에는 이야기를 파격적이고 어이없는 결말로 이끈다.

주민들의 공공의 적, 전과자 메이(필리스 소머빌)는 사실 성심리장애자이다. 궁지에 몰린 그의 처지와 자학 행위로 순결해지고자 하는 몸부림은 비극을 넘어서 끔찍함을 불러일으킬 정도다. 이 점에서 수영장신은 복합적 울림을 방사하는 백미라 할 만하다. 주민들은 ‘흉악한 괴물’이 나타나자 비명을 지르며 일제히 수영장에서 빠져나가고 텅 빈 수영장에 물안경과 오리발을 찬 그 혼자 수영을 한다. 스크린상에서 그는 기묘하게 생긴 맑고 투명한 난쟁이 같다. ‘선한 난쟁이+괴물’의 마술적 이미지는 푸른 물 안에서 몽환적으로 반짝거린다. 상징의 수준에서, 그는 여기서 이미 대중에 의해 거세를 당했다. 하늘은 폭우로 반응을 보이고, 그 직후 주인공 남녀는 몸을 섞는다. 거세와 섹스, 공개 처벌과 사적 일탈의 오묘한 대칭. 굴레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일상의 몸부림과 바로 그 몸부림들이 야기하는 굴레 씌우기. 여기서 삶은 시시포스의 악순환이다.

아버지로부터 사랑하는 아들을 떼어놓거나, 밤길에 딸을 잃어버리는 일이 벌어진다면 그야말로 ‘리틀 칠드런’이 위험에 빠지는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이 글의 맨 처음에 물었던 질문은 라스트신에서 이런 상황을 소재로 답해진다. 하지만 더욱 단도직입적인 의문을 갖고 영화를 감상할 수도 있다. “진정한 ‘리틀 칠드런’은 누구인가?” 영화에 등장하는 아이들과 어른들 가운데 누가 더 의젓하고 누가 더 철이 없는가? 본론에서 전개되는 해방적 일탈을 마지막에는 제자리로 돌려놓는 사랑 이야기의 관습을 감안하더라도 영화의 결론은 다소 보수적이다. 관객은 잠시 사회비판가도 되어보았고, 연인과의 달콤한 ‘야반도주’도 시도하였으나 그 모든 것이 헛된 꿈이었다는 점에서 맥빠질지도 모른다. 주인공들이 일탈의 대가로 당하는 처벌이 단지 위(사회규범)로부터 가해지는 것이 아니라 진정성의 무게를 담고 처절하게 가해지기 때문이다. 모순율의 덫에 빠진 것은 우리를 둘러싼 환경만이 아니라 약동하는 생명 그 자체로서 우리의 존재라는 도식이 그것이다. 따라서 오직 내레이터만이 ‘현재는 변해야 한다’고 부가적으로 말하는 것은 다소 무책임하며 웰메이드영화의 한계로 느껴진다.

토드 필드는 2001년 <침실에서>(In the Bedroom)로 전세계적으로 유명세(오스카 5개 부문 노미네이트와 국제영화제 27개 부문 수상)를 탄 감독이다. 그는 감독, 배우, 각본, 음악, 제작, 카메라, 재즈뮤지션 등 다방면에서 화려한 이력을 쌓아왔다. <리틀 칠드런>은 톰 패로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으며 토드와 톰이 함께 각본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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