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색이 완연한 모습으로 침상에 누워 있는 스티븐 러셀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이내
그의 지난 시절 모습을 보여준다. 러셀은 평범한 가장이자 성실한 경찰이었지만 갑작스런
사고 이후에 얻은 깨달음(?)으로 자신을 둘러싼 껍질을 과감히 내던진다. 가식적이라고
느꼈던 삶에 대한 보상 욕구가 컸던 탓인지 그는 또 다른 끝을 향해 달려간다.
그나마 다행이라고 한다면 그 끝에서 영혼의 반쪽이라고 믿기에 충분했던 필립 모리스를
만난다.
영화는 러셀의 모리스를 향한 열정이 듬뿍 묻어나다 못해 애절함까지 철철 넘치는
사랑을 화면에 담아냈다. 그러나 슬픈 로맨스라고 단정하기엔 쉽게 고개가 끄덕거려지지 않는다. 연인을 행복하게 해주려고 러셀이 벌이는 갖가지 사기행각이 다소 유쾌한 템포로 삽입되어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러셀의 불우한 유년시절을 이야기의 바탕에 깔아 놓아 그에 대한 평가를 쉽게 내리기 어렵도록 만든다. 또한 이런 장치들은 러셀의 절절한 사랑이 주는 감정의 수위가 일정 수준이상 넘어가지 못하게 한다.
덕분에 한마디로 말하기 어려운 묘한 분위기를 지닌 영화가 돼버렸지만 이점이 매력으로 다가올 수도 있는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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