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뛴다>를 감상하였습니다.

심장은 하나, 살려야할 사람은 둘이었습니다.

사랑하는 가족의 생사를 목전에 두고 벌어지는 급박한 상황에 맞닥뜨린다면, 인간이 얼마나 극단적인 행위조차 서슴지 않고 행할 수 있게 되는지에 대하여 엿볼 수 있게 한 좋은 영화였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사랑스런 어린 딸을 살리고 싶은 뜨거운 모성의 엄마, 그리고 자식을 위해 헌신하다 쓰러진 불쌍한 어머니를 살리고 싶어하는 양아치의 전형인 아들이, counterpart로 등장하여, 아직 뜨거운 피가 돌고 있는 단 하나의 심장을 두고 벌어지는 ‘대결구도’의 플롯이 영화 전반을 탄탄하게 구성하고 있습니다. 아마도 ‘대결’로 제목을 정했다고 해도 내용상 일탈감은 없을 것 같습니다.

금상첨화로, 오랫만에 스크린에 등장해 열연하는 두 걸출한 배우의 뛰어난 연기력을 체감하는 것은 참으로 긍정적인 결과를 제공하였습니다.

특히, coma상태의 모친에 대한 연민으로 괴로와 하는 건달아들(박해일 분)에게, 많은 공감과 충심어린 응원을 보내게 되더군요. 비록 한 때 어머니를 증오했었지만, 자식에게 누(累)가 될까봐 감추어 두었던 어머님의 아픈 비밀을 알게 되면서, 기필코 살려야 한다는 간절한 마음으로 애쓰고 노력하는, 일개 자식된 청년으로 회귀한 탕아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관객들은 아픈 마음에 손수건을 꺼내들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교감부족으로 몰입이 다소 어려웠던 개연성문제에서 아쉬운 점이 보였습니다.

실제 이런 상황에 봉착한다면, 법을 초월하는, 심지어는 탈법이나 불법도 불사하는, 비도덕적인 무모한 행동을 누구나 저지르게 되는 걸까요?

생명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때론 말 못하는 짐승일지라도, 동가의 귀함과 소중함이 배어 있는 것입니다. 나의 생명, 내 가족의 목숨이 상대방의 그것보다 더 존귀한 것은 아니지요.

따라서, 극중 아이엄마(김윤진 분)의, 말로 표현 못할 추한 만행들은, 생명의 동질성 면에서 바라볼 때, 이해의 차원을 넘는 것들이었습니다. 관객의 미간을 찌푸리게하고 불쾌하게 만들어, 심지어는 짜증이 나기 시작해서, 결국 심장은 결코 제목만큼 뛰지 않았습니다.

이것조차 아이큐 높은 감독의 속 깊은 작위적 계산이었다고 한다면, 세밑에 인생을 관조(觀照)할 좋은 기회를 모처럼 제공해준 뜻 깊은 영화로 남을 수도 있겠습니다.